"사후 적발보다 차단"…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 사무장병원 근절 촉구

서울시 의약 4개 단체, 서영석 의원 만나 의료법·약사법 개정 촉구
"개설 전 사전교육·지역 의약단체 검토로 불법 의료기관 진입 막아야"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 약국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불법이 발생한 이후 적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의료기관과 약국 개설 단계부터 불법 가능성을 걸러내는 예방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황규석 서울특별시의사회장은 18일 서울시치과의사회·서울시한의사회·서울시약사회 등 서울시 의약 4개 단체와 함께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만나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 약국의 사전 차단을 위한 의료법·약사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황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이 법안은 의약단체를 위한 법안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법안"이라며 개설 예정자에 대한 사전교육과 지역 의약단체의 의견 제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의료인이 의료인을 내세워 의료기관을 운영하거나 면허를 빌려 약국을 개설하는 문제는 결국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피해를 줄 수 있다"며 "불법 개설기관을 사후에 적발하고 환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개설 단계에서부터 예방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개설 예정자가 의료법·약사법은 물론 의료윤리와 경영윤리 등에 관한 교육을 개설 전에 이수하고, 해당 내용을 지역 의사회나 약사회 등 분회에 통지하도록 하는 방안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모든 개설 예정자가 개설 전에 관련 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이 법안의 핵심"이라며 "의료기관이나 약국을 운영하기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을 미리 교육하자는 것으로, 가장 낮은 단계의 예방 장치"라고 말했다.

지역 의약단체가 개설 과정에서 의견을 제시하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개설 허가를 의약단체가 직접 제한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황 회장은 "지역 의약단체가 개설 허가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사정을 바탕으로 불법 개설이 의심되는 사안에 대해 행정기관에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라며 "개설 단계에 하나의 게이트키퍼를 마련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지역 의약단체가 회원들의 활동과 지역 의료환경을 파악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사전 검토의 실효성을 강조했다. 그는 "통상적인 규모를 벗어난 의료기관이나 약국 개설이 추진되는 경우 지역 의약단체가 이상 징후를 파악할 수 있다"며 "이 같은 확인 절차가 존재하는 것 자체가 불법 개설을 시도하는 사람에게 심리적인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황 회장은 전문가단체의 자율규제 역할도 강조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규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의료계와 약사회 등이 스스로 불법 개설을 걸러내는 자율 정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서울시 의약 4개 단체가 이번 법안에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 약국 문제의 심각성에 모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전문가단체가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일정한 책임과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제도의 사후 대응 한계도 지적했다. 황 회장은 "중대한 의료사고를 일으킨 의료인이 반복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하더라도 현행 제도에서는 개설 요건을 충족하면 행정기관이 이를 막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지역 의약단체가 해당 의료인의 과거 활동과 윤리성 등을 토대로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영석 의원도 개설 단계에서 불법 가능성을 걸러낼 필요성에 공감했다. 다만 지역 의약단체의 의견이 실제 행정기관의 개설 허가에 어떤 법적 효력을 갖는지, 사전교육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어떤 제재가 가능한지 등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 의원은 "사무장병원 특별사법경찰제도는 불법 개설 이후 적발하고 수습하는 사후 대응의 성격이 강하다"며 "환수에 상당한 시간과 행정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개설 전 단계에서 예방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의약단체가 부정적인 의견을 제출하더라도 법정 개설 요건을 충족한 신청자에 대해 행정기관이 허가를 내주지 않을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며 "교육을 거부하거나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개설 예정자에 대한 제재 가능성도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개정안은 의료기관과 약국 개설 예정자가 관련 법령 등에 대한 사전교육을 이수하고, 지역 의약단체가 개설과 관련한 의견을 관할 행정기관에 제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시 의사회 등 4개 단체는 해당 제도가 도입될 경우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 약국을 사후에 적발하는 데 따른 국민건강보험 재정 손실을 줄이고, 불법 개설기관의 시장 진입 자체를 어렵게 하는 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황 회장은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 약국은 국민 건강과 건강보험 재정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며 "개설 이후 수습하는 것보다 개설 전에 한 번 더 확인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법안은 특정 단체의 권한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자는 것"이라며 "과도한 규제가 아닌 전문가단체의 자율적인 예방 시스템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