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바터팽대부암 아니다"…삼성서울병원, 4개 아형 세계 최초 규명

PB-KRAS형 사망 위험 116.6배↑…면역억제 환경까지 초고해상도 지도화

희귀암인 바터팽대부암이 기존의 단순한 2개 유형을 넘어 4개의 분자적 아형으로 세분화될 수 있으며, 특정 아형은 다른 유형보다 사망 위험이 크게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암세포의 유전자 특성과 주변 면역세포의 상호작용을 동시에 분석한 결과, 가장 공격적인 아형이 스스로 면역억제 환경을 만들어 치료에 저항할 가능성도 확인됐다. 희귀암에 대한 정밀의료와 새로운 치료 전략 개발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박주경 교수가 이끄는 난치암조기진단팀과 병리과 장기택 교수팀, 울산과학기술원 바이오메디컬공학과 이세민 교수팀은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과 공간 전사체 분석을 활용해 바터팽대부암의 분자적 특성과 종양미세환경을 규명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Biomarker Research(IF 14.6) 최근호에 게재됐다.

바터팽대부암은 담관과 췌관이 십이지장과 만나는 바터팽대부에서 발생하는 암이다. 국내 발생 빈도가 매우 낮은 희귀암으로, 2026년 중앙암등록본부 발표 기준 연간 신규 발생 건수는 864건으로 전체 암의 약 0.3%에 해당한다.

환자가 적은 만큼 대규모 임상시험이나 분자생물학적 연구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표준화된 치료법과 정밀의료 접근법을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기존에는 조직학적 특성에 따라 장형(Intestinal type)과 췌담도형(Pancreatobiliary type)으로 구분해 왔다.

연구팀은 삼성서울병원 바터팽대부암 환자 70명의 세포를 대상으로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을 실시하고 악성 상피세포의 분자적 특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바터팽대부암은 ▲Int-Wnt ▲Int-Hypoxia ▲PB-KRAS ▲Cycling 등 4개 아형으로 세분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형에서는 암세포의 성장을 돕는 WNT/β-catenin 신호가 활성화된 Int-Wnt형과 저산소 경로가 활성화된 Int-Hypoxia형이 확인됐다. 췌담도형에서는 암의 악성도를 높이는 KRAS 신호가 강하게 활성화된 PB-KRAS형이 확인됐으며, 세포분열이 활발한 특성을 가진 Cycling형도 새롭게 구분됐다.

가장 주목되는 결과는 PB-KRAS형의 예후였다. 연구팀 분석 결과 PB-KRAS 아형의 비율이 높은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사망 위험이 116.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PB-KRAS형은 다른 아형보다 유전체 불안정성이 높은 특징을 보였다. 암세포의 변화가 빠르고 공격적인 특성을 보이는 동시에 치료에 대한 저항성이 높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KRAS 유전자 발현이 증가하면서 암세포가 줄기세포성(Stemness)을 획득하는 특성도 관찰됐다. 암세포가 스스로 재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면서 재발이나 치료 저항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표본 규모가 제한적인 점을 고려해 1,000회의 가상 시뮬레이션을 추가로 진행했으며, 이 과정에서도 PB-KRAS형의 높은 위험도가 일관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암세포 자체의 특성뿐 아니라 암세포를 둘러싼 종양미세환경(TME)도 함께 분석했다. 이를 위해 공간 전사체 분석 기술을 활용해 암세포와 주변 면역세포의 위치와 상호작용을 세포 단위로 분석하고, 바터팽대부암의 '면역 지도'를 구축했다.

그 결과 PB-KRAS형 주변에는 면역 기능이 떨어진 GZMK+ CD8 T세포와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SPP1+ 대식세포가 집중적으로 분포하는 특징이 확인됐다. 이는 암세포를 공격해야 할 면역세포의 기능이 약화되는 동시에 대식세포가 면역 억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TGFB2, SPP1, FGF2 등 면역억제와 관련된 신호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PB-KRAS형 암세포가 주변 환경을 스스로 면역억제 상태로 만들어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하고 치료 저항성을 높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PB-KRAS형이 면역항암제에 상대적으로 저항성을 보일 수 있는 생물학적 기전을 설명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연구는 희귀암인 바터팽대부암을 단순한 조직학적 유형이 아닌 세포 단위의 분자적 특성과 종양 주변 환경까지 고려해 세분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으로 암세포의 특성을 규명하고, 공간 전사체 분석을 통해 암세포와 면역세포의 위치 및 상호작용까지 함께 확인하면서 바터팽대부암의 공격성과 면역 회피 기전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박주경 교수는 "이번 연구로 바터팽대부암의 공격성을 결정하는 분자적 기전을 세포 단위에서 규명했다"며 "재발 고위험 환자를 조기에 선별하고 KRAS 및 면역억제 신호를 겨냥한 새로운 치료 전략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NRF)과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김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