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도 예외 없어… 이송체계 최적화 가장 시급"

[질병탐구 / 뇌졸중]인터뷰 / 이민우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신경과 교수

만성질환 있다면 잠재적 위험환자
초기 증상 인지·응급대응 가장 중요
지역사회 인프라 강화 정책 필요

고령화로 인한 고위험 환자 증가와 젊은층의 비만·대사질환 악화가 겹치면서 우리나라는 뇌졸중의 '이중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혈전제거술이 필요한 중증 환자는 치료 가능 병원에 1분이라도 빨리 도착하느냐가 생사를 결정하지만, 지방권은 여전히 환자가 몇 곳의 병원을 거쳐 뒤늦게 전문센터에 도착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간 치료 접근성 격차는 또 하나의 심각한 위기로 작용한다. 특히 혈전제거술은 발병 후 1분이 아까운 시술로, 적절한 병원 도착 시점에 따라 후유장애와 생존율이 극명하게 갈린다.

수도권과 달리 지방권에서는 환자가 처음부터 전문 병원에 도착하지 못하고 여러 병원을 경유하는 경우가 흔하며, 이 과정에서 치명적인 골든타임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신경과 이민우 교수의 도움말로 뇌졸중에 대해 알아본다. 

Q. 최근 몇 년간 뇌졸중 환자군에 나타나는 변화(젊은 층 증가, 만성질환 동반 등)는 무엇인가요?

A. 우리나라에서는 고령화가 진행돼 60대 후반 이상이 여전히 주된 환자층이나, 최근 국내 연구결과들을 보면 첫 발병 연령이 약 1.9세 높아지고 80대 환자 비율이 늘었습니다. 동시에 45세 이하 젊은층도 약 8%를 차지하면서 젊은 뇌졸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위험요인으로는 젊은 층의 비만, 흡연, 음주, 야근, 대사증후군의 증가가 언급됩니다. 중·노년층에서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심방세동 등 여러 만성질환이 동반돼 위험이 증가하는데 특히 노년층이 늘어나면서 심방세동이 굉장히 많아지고 있어 중증 뇌졸중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환자군이 고령화와 젊은층 생활습관 악화라는 양극화 현상을 보입니다.

Q.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 관리가 뇌졸중 예방에 미치는 영향은?

A. 고혈압은 가장 중요한 조절 가능한 위험요인으로 수축기혈압을 10mmHg 낮출 때 뇌졸중 발생률이 약 30% 줄어든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미국심장학회는 혈압을 130mmHg 미만으로 유지하면 뇌졸중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권고합니다.

당뇨병에서는 혈당뿐만 아니라 혈압과 지질을 함께 관리해야 예방 효과가 커지며, 집중적 다요인 치료가 뇌졸중 위험을 현저히 감소시킨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한국 환자 대상으로는 체중, 혈당, 콜레스테롤, 금연, 운동 등 다섯 가지 이상 위험요인을 함께 관리할 때 위험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혈압과 혈당만이 아니라 생활습관을 포함한 포괄적 관리가 필요합니다. 노령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 심방세동 진단과 필요시 항응고제 복용을 통한 뇌경색 예방이 되겠습니다.

Q. 환자 또는 보호자가 가장 많이 오해하는 조기증상은?

A. 외래에서 보면 '머리가 멍하다', '쓰러질 것 같다', '요즘 영 기운이 없다'며 뇌졸중을 걱정해 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전신 증상은 대부분 뇌졸중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한쪽 얼굴만 마비된 경우는 실제로는 말초성 안면마비가 훨씬 흔하고, 뇌졸중의 얼굴마비는 보통 말이 어눌해지거나 팔·다리 마비가 함께 나타납니다.

반대로 환자분들이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시야 장애나 갑작스러운 균형 장애는 실제 뇌졸중 신호일 수 있어 더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런 갑작스러운 변화가 있을 때는 반드시 신경과 진료를 받아 정확히 감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급성기 치료 후 재활 연계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A. 중증 뇌졸중 환자분들은 보통 재활병원으로 비교적 빠르게 전원돼 집중 재활치료를 잘 받고 계십니다. 문제는 증상이 가벼운 환자들입니다. 이런 분들은 입원이 필요하지 않아 외래 기반으로 재활을 받아야 하지만 정작 외래·지역사회에서 체계적으로 재활을 이어갈 수 있는 시스템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결국 '입원할 정도는 아니지만 재활은 필요한' 환자들이 치료 접근성이 떨어지고, 복귀도 늦어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병원 간 협력 구조나 전원 기준도 명확하지 않아 재활 시기를 놓치는 사례도 있어 아쉬운 부분입니다. 앞으로는 경미한 환자들도 불편함 없이 꾸준히 재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외래·지역사회 기반의 재활 인프라를 강화하는 정책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뇌졸중 진료체계에 가장 시급한 정책 개선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가장 시급한 문제는 지방에서 뇌졸중 의심 환자가 처음부터 적절한 병원으로 가지 못하고, 몇 군데 병원을 '경유'한 뒤에야 뇌졸중 센터에 도착하는 구조입니다. 특히 혈전제거술이 필요한 환자는 1분 1초가 중요한데, 이를 바로 시행할 수 있는 병원으로 곧바로 이송될 수 있도록 지역별 이송체계를 최적화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수도권은 비교적 체계가 갖춰져 있지만, 광역시 외 지역은 대학병원 접근성이 떨어져 치료 지연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지역에서는 중소도시에 최소 1~2곳의 '뇌졸중 특화병원'을 지정·지원하거나, 대학병원으로 즉시 전원되는 공식 경로를 마련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결국 지역 간 의료격차를 줄이는 것이 뇌졸중 치료 성적을 끌어올리는 가장 중요한 정책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김아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