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마비·언어장애… '골든타임' 생사 가른다

[질병탐구 / 뇌졸중]
고혈압·심방세동·당뇨 대표 위험요인, 흡연·음주·비만도 영향
증상 후 3시간 내 치료 시 생존율·후유장애 모두 크게 개선

뇌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골든타임 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다. 사진은 의료진이 뇌MRI로 검사하 고 있는 모습

뇌는 신체 기능을 조절하는 핵심 기관으로 24시간 혈액을 공급받아야만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하지만 혈관이 갑자기 막히거나(뇌경색), 터지면(뇌출혈) 혈류가 중단돼 뇌세포가 급속히 손상되는 '뇌졸중'이 발생한다.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뇌졸중은 발생 후 1분마다 190만개의 신경세포가 손상되며, 치료가 1시간 늦어질 때마다 예후는 약 5년의 뇌 건강을 잃는 것과 같다고 알려져 있다. 고혈압, 심방세동(AF), 당뇨병, 고지혈증 등 혈관·대사성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서 발병 위험이 월등히 높다. 계절 변화가 큰 겨울철에는 혈압 상승과 혈관 수축이 반복되면서 위험도가 더 증가한다.

통계청 '2023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뇌졸중은 국내 사망원인 4위 질환이자, 성인 장애 원인의 1위 질환으로 연간 11~15만명의 새로운 뇌졸중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에서는 향후 뇌졸중 환자 수가 더욱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뇌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골든타임 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다. 특히 전체 뇌졸중 중 80%를 차지하는 뇌경색 치료에서 '골든타임'은 환자의 생명과 후유장애, 사회 경제적 부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어 치료를 가능한 빠르게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인 

뇌졸중은 크게 뇌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허혈성(뇌경색)'과 혈관이 터져 생기는 '출혈성(뇌출혈)'로 나뉜다. 전체의 약 80%가 뇌경색이며, 노화에 따른 혈관 손상과 고혈압·당뇨·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이 주요 원인이다.

특히 심방세동(AF)은 뇌졸중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불규칙한 심장박동으로 심방에서 혈전이 생성되기 쉬운데, 이 혈전이 떨어져 나가 뇌혈관을 막으면 치명적인 심인성 뇌졸중이 발생한다.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위험은 일반인보다 5배 이상 높다는 것이 국제 학계의 정설이다.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 전형적인 위험인자가 없는 젊은 연령층에서도 뇌졸중이 발생하는 사례가 있으며, 이 경우 경동맥 박리(Carotid Artery Dissection)가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추정될 수도 있다. 현대인은 장시간 컴퓨터나 스마트폰 사용으로 거북목 증후군을 겪는 경우가 많다. 머리를 지탱하는 목에 지속적인 하중이 가해지면 목 근육, 목빗근(흉쇄유돌근)이 경직되기 쉽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목을 과도하게 꺾거나 강한 압력으로 마사지를 반복하면, 목 아래를 지나는 경동맥에 직접적인 압박을 가해 심각한 혈관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겨울철 새벽 시간대에 뇌졸중 발병률이 급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급격한 기온 변화가 교감신경을 자극해 혈압을 높이고 혈관을 수축시키기 때문이다.

◇증상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신체 한쪽의 마비나 힘 빠짐이다. 갑자기 한쪽 팔이나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거나, 물건을 쥐거나 걸을 때 한쪽으로 쏠리는 느낌이 나타날 수 있다. 때로는 얼굴의 한쪽 근육이 처지면서 입꼬리가 비뚤어지거나, 표정이 비대칭적으로 보이는 얼굴 마비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은 보통 병변이 반대쪽 신체에 나타나는데, 예를 들어 왼쪽 뇌가 손상되면 오른쪽 팔다리에 마비가 생기는 식이다. 언어장애 또한 매우 흔한 증상으로 말을 하려 해도 단어가 잘 나오지 않거나, 남이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증상은 주로 좌뇌 언어 중추가 손상될 때 나타나며, 심할 경우에는 의사소통이 거의 불가능해지기도 한다.

또 다른 주요 증상으로는 시각 장애가 있다. 한쪽 시야가 보이지 않거나, 물체가 겹쳐 보이는 복시가 나타날 수 있으며, 뇌의 시각 중추가 손상되면 시야의 일부가 완전히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감각 이상도 자주 동반되는데, 손이나 발이 저리거나 감각이 둔해지는 증상이 나타나며 때로는 통증이나 뜨거움, 차가움을 구별하지 못하기도 한다. 균형감각 상실과 어지럼증 역시 중요한 증상이다. 소뇌나 뇌간이 손상되면 몸이 한쪽으로 기울거나 걷는 동작이 불안정해지며, 구토나 심한 어지럼증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일부 환자들은 갑작스러운 심한 두통을 호소하는데 이는 특히 뇌출혈에서 흔히 보이는 증상이다. 평소와 다른 극심한 두통이 갑자기 발생하고, 구역질이나 의식 저하가 동반되면 즉시 응급실을 방문해야 한다.

뇌출혈의 경우 두통과 함께 한쪽 팔이나 다리의 마비, 언어 장애, 시야 이상이 동시에 나타나며, 출혈이 심할 때는 의식이 급격히 떨어지고 혼수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의식 변화 또한 중요한 증상 중 하나로, 갑자기 졸리거나 혼돈 상태에 빠지는 등 평소와 다른 인지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이런 경우 주변 사람들이 이상을 빠르게 인지하여 응급조치를 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뇌졸중의 증상은 대부분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며, 몇 초에서 몇 분 사이에 증상이 진행되기 때문에 시간을 놓치면 뇌 손상이 되돌릴 수 없게 된다. 이를 위해 흔히 사용되는 'FAST'라는 자가진단법이 있는데, 이는 얼굴(Face)의 비대칭, 팔(Arm)의 힘 빠짐, 말(Speech)의 이상, 그리고 시간(Time)의 중요성을 뜻한다. 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장질환 같은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은 이러한 증상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진단

뇌졸중 의심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하면, 진단은 곧 치료 결정이다. '언제 증상이 시작됐는지(Last Known Well)'를 비롯한 몇 가지 핵심 정보만 제대로 확보되면, 허혈성인지 출혈성인지, 재관류(혈전용해·혈전제거술) 적응증이 있는지 여부를 빠르게 결정할 수 있다.

특히 뇌졸중 진단은 단순한 '영상 검사 하나'가 아니다. 응급의학·신경과·영상의·심장·혈관외과 등 다학제 협진과 빠른 정보 흐름이 치료 성패를 좌우한다. 핵심은 정확한 시간 확인, 빠른 영상(CT→CTA→CTP/MRI)으로 허혈·출혈 판별, 심장·혈관 원인 동시 평가, 문서화와 지속 모니터링이다. 이 모든 과정이 원활히 돌아갈 때 환자는 생존율을 높이고 후유장애를 최소화할 수 있다.

◇치료 

전체 뇌졸중 가운데 80~90%는 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뇌경색이다. 뇌경색은 죽상경화(콜레스테롤 등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고 딱딱해짐)로 뇌혈관이 좁아지거나 심장에서 떨어진 혈전(피떡)이 뇌혈관을 막아 발생한다. 따라서 막힌 뇌혈관을 가능한 한 빠르게 열어주는 재관류 치료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재관류 치료 방법은 정맥내 혈전용해술과 동맥내 혈전제거술이다. 

정맥내 혈전용해술은 혈전이 막은 혈관을 뚫기 위해 약물을 팔 정맥으로 투여하는 치료다. 증상 발생 후 4.5시간 이내에 시행하면 뇌 손상을 최소화하고 환자의 회복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동맥내 혈전제거술은 중대뇌동맥이나 내경동맥과 같은 큰 혈관이 막혔을 때 행하는 시술이다. 

이와 같은 재관류 치료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대한뇌졸중학회에 따르면 뇌경색 증상 발생 직후부터 가능한 한 빨리 혈류를 회복해야 한다. 치료 효과가 급격히 떨어지기 전에 시행해야 하는 시간을 흔히 '골든타임'이라고 한다. 그러나 골든타임을 지켜 적절한 치료를 받은 환자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아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