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규칙한 맥박·두근거림… 돌연사 부르는 위험신호
[질병탐구 / 부정맥]
노년층·심혈관질환자 고위험군… 흡연·음주·비만 생활습관도 영향
증상없어도 뇌졸중 위험 ↑… 조기발견 시 약물·시술로 관리 가능
심장은 동방결절(SA node)에서 시작된 전기 자극이 방실결절과 히스-푸르키네 섬유를 따라 심실에 전달되며 수축·이완을 반복한다. 심장은 하루 평균 10만번 이상 규칙적으로 뛰며 우리 몸에 혈액을 공급한다. 그러나 심장의 전기 신호 전달 체계에 이상이 생기면 맥박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지거나 느려지고,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이 발생할 수 있다. 또 고혈압, 심근경색, 판막질환, 심부전 등으로 전기 신호 전달이 왜곡되면 부정맥이 발생한다.
국제학술지 Circulation(2022년)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심방세동 환자의 72%가 고혈압·당뇨·고지혈증 등 대사성 질환을 동반하고 있었으며, 체질량지수(BMI) 상승과 음주·흡연이 발병 위험을 크게 높였다.
최근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겨울철에는 혈압 변동과 자율신경계 변화가 심장 리듬에 부담을 주면서 증상이 악화될 수 있어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사망원인 통계 결과'에 따르면 순환기계 질환 중 심장질환은 국내 사망원인 2위를 차지했으며, 그중 부정맥 관련 사망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2022년 부정맥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42만3000명으로, 최근 5년간 약 20% 늘었다. 고령화로 인한 심방세동 환자 증가도 두드러지고 있다.
◇ 원인
부정맥은 단순히 가슴 두근거림에 그치지 않는다. 뇌졸중 환자의 5명 중 1명(20.4%)은 심방세동을 동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심방세동이 있을 경우 뇌졸중 발생 위험은 일반인보다 5배 이상 높아진다.
실제 국내 AF 환자의 평균 연령은 2013년 67.7세에서 2022년 70.3세로 높아졌고, CHA₂DS₂-VASc 점수 역시 증가해 혈전과 뇌졸중 위험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의학계는 "AF가 단순 부정맥이 아니라 중증 합병증의 전조"라며 조기 진단과 치료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부정맥은 크게 맥박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지는 '빈맥성 부정맥', 비정상적으로 느려지는 '서맥성 부정맥', 불규칙한 리듬을 보이는 '심방세동' 등으로 나뉜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대표적으로 고혈압, 관상동맥질환, 심부전 같은 심장질환이 주요 배경 질환이다. 그 외에도 갑상선질환, 전해질 불균형, 과도한 음주·카페인 섭취, 스트레스 등이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노화 역시 중요한 원인으로,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심장 세포가 손상되면서 부정맥 발생 위험이 커진다.
◇ 증상
부정맥은 증상이 전혀 없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흔히 환자들이 호소하는 대표적 증상은 '가슴 두근거림'이다. 마치 심장이 갑자기 뛰쳐나올 듯 빨라지거나, 순간적으로 멎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어지럼증, 호흡 곤란, 가슴 통증, 극심한 피로 등이 동반되며, 심한 경우 의식을 잃고 쓰러지기도 한다.
특히 심방세동 환자는 맥박이 불규칙하고 빨라지면서 혈액이 심방에 고여 혈전이 잘 생기게 된다. 이 혈전이 뇌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으로 이어져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단순한 두근거림이라도 반복되거나 장시간 지속되면 반드시 전문 진료를 받아야 한다.
◇ 진단
부정맥이 의심되면 가장 먼저 시행하는 검사는 심전도다. 단 몇 초간의 검사로도 리듬 이상을 확인할 수 있지만, 증상이 간헐적으로 나타나면 24시간 이상 심장 리듬을 기록하는 홀터검사나 장기 심전도 검사 기기를 이용하기도 한다. 운동 부하 검사, 심장 초음파 등도 병행해 심장의 구조적 이상 여부를 확인한다. 뇌졸중 위험이 높은 심방세동 환자의 경우 혈액 응고 검사를 통해 항응고제 투여 여부를 결정한다. 정확한 진단은 환자의 향후 치료 방향을 정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 치료
치료는 부정맥의 종류와 원인, 위험도에 따라 달라진다. 증상이 경미하거나 특별한 위험 요인이 없는 경우에는 생활습관 관리와 약물치료로도 조절이 가능하다. 항부정맥제는 심장 리듬을 안정시키고, 항응고제는 혈전 형성을 막아 뇌졸중 위험을 줄이는 데 사용된다.
약물로 조절이 되지 않거나 반복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환자에게는 '전극도자절제술(카테터 절제술)'이 시행된다. 가느다란 관을 혈관을 통해 심장에 삽입해, 이상 신호를 발생시키는 부위를 고주파로 지져 없애는 방식이다. 성공률이 높고 재발을 막을 수 있어 최근 늘고 있는 추세다. 맥박이 지나치게 느린 서맥 환자는 '심박동기 삽입술'이 필요할 수 있다.
◇ 합병증
뇌졸중은 가장 대표적 합병증으로 심방세동 환자에서 위험이 높다. 심방세동 환자는 일반인 대비 뇌졸중 발생 위험이 5배 이상 증가한다. 한국심뇌혈관질환학회에 따르면 국내 심방세동 환자의 연간 뇌졸중 발생률은 2.2%로, 고혈압·당뇨 동반 시 4.5%까지 상승한다.
심실세동은 심장돌연사의 80%를 차지하는 치명적 부정맥으로, 발생 즉시 심폐소생술과 제세동이 시행되지 않으면 치사율이 90%를 넘는다.
국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심방세동 환자 중 뇌졸중을 동반한 경우가 약 18%에 달한다. 혈전 예방을 위한 항응고제 치료가 필수적이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출혈 위험 때문에 적절히 쓰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또 빈맥성 부정맥이 지속되면 심장 펌프 기능이 저하되며 심부전으로 진행된다. 연구에 따르면 지속성 심방세동 환자의 약 20~30%에서 5년 내 심부전 발생한다. 반대로 심부전 환자 중 약 40% 이상이 부정맥을 동반한다는 통계도 있어 '악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심실세동(VF)·심실빈맥(VT) 등은 즉각적인 치료가 없으면 대부분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 합병증이다. 대한부정맥학회 추산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매년 3만~4만명 가량이 급성 심장사로 사망하며, 상당수가 부정맥 기전과 연관이 있다.
심근경색 후 환자, 심근증 환자에게서 위험도가 급격히 상승한다. 뇌졸중 외에도 혈전이 전신 혈관을 막아 하지동맥 색전증, 장간막동맥 폐쇄, 신장 경색 등을 유발 가능하다. 심방세동 환자의 약 15~20%가 전신 색전증을 한 번 이상 경험한다는 해외 데이터 보고가 있다.
◇ 예방
부정맥 예방을 위해서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기저질환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금주, 금연, 적정 체중 유지,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기본이다. 지나친 카페인 섭취, 스트레스, 불면 역시 부정맥을 악화시키므로 생활 관리가 필수다.
특히 겨울철에는 급격한 온도 변화가 자율신경계를 자극해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외출 시 보온에 신경 쓰고 과도한 음주를 삼가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갑작스러운 두근거림, 어지럼증, 호흡곤란 같은 증상이 반복된다면 지체 없이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부정맥은 방치할 경우 심부전, 뇌졸중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충분히 관리 가능한 질환이다. 심장이 보내는 작은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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