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코앞… 안과의사회 "안과 특성 반영한 안전기준 필요"

기자간담회 열고 화상진료 원칙·최소 기술기준 등 구체적 가이드라인 촉구
불법 환자 유인·알선 플랫폼 실태조사와 안연고 공급 중단 대책 마련도 시급

안과 비대면진료 시행을 앞두고 환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구체적인 진료 기준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안과의사회는 안과 질환의 특성상 시각정보와 객관적인 검사 결과가 진료에 필수적인 만큼, 비대면진료가 본격 시행되기 전에 화상진료 원칙과 최소한의 영상·촬영 기술 기준, 대면진료 전환 기준 등을 명확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안과의사회(회장 정혜욱)는 지난 11일 제12회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12월 24일 시행을 앞둔 비대면진료와 관련한 안과 분야 안전기준 마련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최근 지능화되고 있는 불법 환자 유인·알선 행위에 대한 정부의 실태조사와 안연고 생산·수입 중단에 따른 의약품 수급 대책도 함께 요구했다.

오청훈 부회장

"안과는 시각정보가 핵심…비대면진료 안전기준 서둘러야"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오청훈 대한안과의사회 부회장은 비대면진료 제도 시행을 앞두고 안과 질환의 특수성을 반영한 구체적인 시행규칙과 안전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료법 제34조의3 제5항 및 제8항에 따르면 시각 정보가 필수적인 질환은 화상통신을 통해 진료해야 하며, 구체적인 질환의 종류와 진료 방법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시행을 불과 몇 달 앞둔 상황에서도 안과 진료에 적용할 세부적인 기준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 안과의사회의 설명이다.

오 부회장은 "안과 질환은 세극등 현미경 검사와 안압 측정, 안저 검사 등 객관적인 검사 자료가 진단과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비대면진료를 시행하더라도 환자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화상진료를 기본 원칙으로 하고 최소한의 기술적 기준을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화상진료가 실제 안과 질환을 판단할 수 있는 수준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 부회장은 "스마트폰 카메라 자체는 충분히 고성능이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수준의 영상이 진료와 판독에 적합한지에 대한 기준"이라며 "해외 사례처럼 최소한의 카메라 품질이나 촬영 조건 등을 정하고 제도를 시작해야 환자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과 비대면진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상황에 대한 대응 체계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급성 시력 저하나 심한 안통 등 즉각적인 검사가 필요한 증상이 확인될 경우 비대면진료를 지속하기보다 신속하게 대면진료 또는 응급평가로 전환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인공눈물 등 비교적 흔하게 처방되는 의약품 역시 충분한 진단 없이 반복적으로 처방될 경우 오남용과 건강보험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비대면진료 과정에서 처방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안과의사회는 비대면진료가 단순히 진료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만 추진돼서는 안 되며, 안과의 특성을 반영한 환자 안전 중심의 제도 설계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성용 윤리법제이사

불법 의료 플랫폼·바우처 통한 환자 유인 "실태조사 필요"

간담회에서는 비대면진료와 함께 의료 현장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불법 환자 유인·알선 행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박성용 윤리법제이사는 최근 환자 유인 행위가 단순한 본인부담금 면제나 금품 제공을 넘어 의료 바우처와 복지 포인트, 환자 맞춤형 견적 서비스 등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부 의료 플랫폼에서 백내장 수술 등을 원하는 환자의 조건을 입력받은 뒤 관련 정보를 특정 제휴 의료기관에 전달하고, 단순 광고 노출이 아닌 실제 환자의 내원과 결제 등 이른바 전환 결과에 따라 광고비를 책정하는 방식이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과거 본인부담금 지원 형태로 문제가 됐던 의료바우처와 유사한 서비스가 이름과 형태를 달리해 운영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 이사는 "실제 환자의 진료비를 누가 부담하고 있는지, 환자 정보가 어떤 방식으로 의료기관에 전달되는지 등을 포함해 자금 흐름에 대한 관계 당국의 실질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제휴 정황이 확인되는 회원 병원에는 관련 내용을 안내하고 자정 노력을 유도하는 한편 필요한 경우 법적 대응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성준 부회장

안연고 잇단 생산·공급 중단…"대체약 없는 품목 대책 마련해야"

안연고 공급 중단에 따른 의료 현장의 의약품 수급 불안도 주요 현안으로 언급됐다.

이성준 부회장은 국내 안연고 제품의 생산과 수입이 잇따라 중단되면서 일부 품목의 공급 부족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안연고 상당수가 1000~3000원대의 낮은 상한금액으로 책정돼 있는 상황에서 의약품동등성 재평가와 무균제제 GMP 규제 강화 등에 따른 설비 투자 부담까지 커지면서 제약사들이 생산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는 설명이다.

삼일제약이 오큐프로스와 포러스 등 주요 안연고의 생산 중단을 결정한 데 이어 산텐제약의 타리비드, 삼천당제약의 토라신과 바이클로버 등도 공급 중단이 예고된 상황이다.

특히 헤르페스 바이러스 치료 등에 사용되는 일부 안연고는 수입이나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마땅한 대체제가 없어 환자 진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부회장은 "현재 사실상 일부 제약사에 공급이 집중되고 있어 특정 품목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연쇄적인 품귀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환자들이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을 제때 사용할 수 있도록 퇴장방지의약품 지정 등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공급 유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과의사회는 앞으로도 비대면진료 제도가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시행될 수 있도록 안과 진료의 특성을 반영한 구체적인 기준 마련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한편, 의료 현장에서 발생하는 불법 환자 유인·알선 행위와 의약품 수급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김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