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없는 세상엔 미래도 없다”

[창간 49주년 기획 1/초저출산 해법 없나] 지난해 국내 합계출산율 1.21로 최근 수년간 초저출산율 밑돌아

#아파트 놀이터 

방과 후 아이들로 북적거릴 시간. 하지만 텅 빈 놀이터에는 주인을 잃은 놀이기구들만 흉물스럽게 남아 있다. 간간히 몇몇 아이들이 나타났다 이내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친구가 없는 놀이터는 더 이상 아이들의 세상이 아니다. 매번 혼자 놀기도 머쓱하다. 형제가 같이 손을 잡고 뛰는 모습 따위는 잊혀 진 지 오래. 아이들이 사라진 놀이터는 이내 제 빛을 잃고 침묵한다.

#도심 속 초등학교 

요즘 한 학급 당 학생 수는 평균 25명 내외다. 그러나 이마저도 점차 줄고 있다. 6학년에 비해 1학년의 학생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매년 줄어드는 입학생을 보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이대로 가다가는 통폐합으로 폐교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실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통폐합으로 사라진 초중고교는 모두 246개교. 이중 초등학교만 78.4%에 달한다. 교사들은 물론 부모들의 한숨소리도 커져만 간다.


#산부인과 신생아실 

아이 낳는 사람이 적다보니 아기들의 울음소리도 듣기 힘들다. 신생아실은 그야말로 휑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분만을 할 수 있는 산부인과는 줄고 더불어 신생아실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적자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공의들도 돈 안되는 산부인과를 기피하고 이에 따라 산부인과 의사 수도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이제 아이를 낳으려면 산부인과 분만실을 찾아 여기 저기 헤매 다녀야만 하는 실정이 된 것이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저출산 현상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지난 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가임기 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출생아수)은 1.21에 불과하다. 두 사람이 결혼해 평생 1.21명의 자녀를 둔다는 말이다. 이 수치는 초저출산 기준선인 1.3에도 못 미친다. 

이 같은 초저출산율은 지난 2001년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처음 나타났다. 그리고 최근 수년간은 이 기준선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초저출산율의 늪에 빠진 것이다. <그래프 참조>

한국의 합계출산율 추이를 살펴 보면 그 감소 속도가 너무나 빠르다. 1965년 5.63에서 1985년 2.23으로 20년 만에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또 2005년에는 1.22를 기록했고 이 같은 초저출산율은 지금까지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표 참조>

이는 세계 평균 합계출산율이 같은 기간 5.02에서 2.53으로 상대적으로 완만히 하락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초저출산율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하다. 인구 감소로 인한 노동력 저하는 가뜩이나 위축된 경기를 벼랑 끝으로 내몰 것이다. 빠른 고령화 속에서 경제 인구가 부양해야 할 노령 인구는 급증하고 이에 따라 노인들의 삶의 질 하락도 불을 보듯 뻔하다. 경제 침체의 악순환이다.

저출산의 원인은 무엇보다 청년 고용불안에서 찾을 수 있다.
‘88세대’에서 ‘3포세대’로 힘겨운 젊음을 보내고 있는 청년들에겐 지금 희망이 없다. 비정규직 알바를 전전하며 결혼을 꿈꾸기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은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 행여 운 좋게 결혼에 골인한다 해도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은 힘에 부친다. 내 집 마련은 물론 엄청난 육아 부담과 사교육비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지난달 29일 보건복지부는 ‘저출산 추세 반전을 위한 근본적 해법 모색’을 주제로 저출산 대책 토론회를 열었다. 일반인, 전문가, 정부 관계자 등이 참여한 토론회는 저출산 장기화 요인을 고용, 교육, 주거 등 구조적 문제로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 자리에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저출산 해결을 위한 사회구조적인 대책 마련의 필요하다”며 “지난 2월 개최된 대통령 주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도 청년일자리, 가정양립, 교육개혁, 신혼부부 주거 등이 핵심 검토과제로 제시됐다”고 언급했다.

또한 서상목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기조연설에서 “저출산은 교육개혁, 경제활성화,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 등 경제사회 제반 난제를 해결해야만 실효를 거둘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서 전 장관은 결혼출산친화적 사회분위기 조성과 제도의 실천을 위해 교육·홍보 등에 대한 대대적 투자와 제도 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제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다. 인구가 줄면서 경제를 압박하고 이는 곧 국가 존립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현실. 무엇보다 먼저 정부 차원의 대책마련이 우선돼야 하고 보다 적극적인 전 사회적 개입이 시급하다.

▲▲청년 고용불안으로 인한 ‘3포세대’의 양산은 대한민국이 초저출산율을 기록하는 데 주요 원인이 됐다. 이대로 방치했다간 국가존립마저 위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과 적극적인 사회적 개입이 그 어느때보다 시급하다는 것이다. 사진은 최근 인기리에 방영중인 KBS-TV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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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