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질환은 우리나라 주요 사망원인 중 하나이지만, 남성과 여성에서 위험요인과 증상, 질병의 발생 양상, 치료 반응 및 예후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 일반 국민에게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형적 증상이라고 알려진 가슴 통증뿐 아니라 여성에서는 호흡곤란, 피로, 메스꺼움 등 다른 형태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박성미 교수 연구팀은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지원하는 '성차기반 심혈관계질환 진단·치료기술 개선 및 임상현장 적용' 연구과제의 일환으로 우리나라 성인의 심혈관질환 성차(sex differences)에 대한 인식을 전국 단위로 조사하고 결과를 발표했다.
최근 국제 심혈관질환 진료지침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 차이를 고려한 '성별 맞춤형 심혈관 진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여성은 남성과 다른 위험요인을 가지고 있으며 증상이 비전형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질환의 발생 기전과 치료 결과에서도 차이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의학적 근거가 실제 일반 국민에게 얼마나 알려져 있는지는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다. 박성미 교수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이러한 인식 격차를 확인하고 성별 차이에 대한 인식 수준에 영향을 주는 사회경제적·임상적 요인까지 함께 평가했다.
연구팀은 전국의 만 20~80세 성인 2003명을 대상으로 연령, 성별, 지역을 비례 배분한 웹 기반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에서는 심혈관질환의 증상과 위험요인, 진단 및 치료, 예후에서 나타나는 남녀 차이에 대한 인식을 평가하고, 인식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심혈관질환의 성차에 대해 높은 수준의 인식을 보인 사람은 전체의 39.7%에 불과했다. 즉, 국민 10명 중 약 6명은 심혈관질환에서 나타나는 남녀 차이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심혈관질환의 성별 차이에 대한 인식은 남녀 모두에서 낮았으며, 이는 특정 성별에 한정하기보다 남녀 모두를 대상으로 한 교육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또한 사회경제적 요인과 심혈관질환 가족력이 인식 수준과 밀접한 관련을 보였다. 심혈관질환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높은 인식 수준을 보일 가능성이 1.84배였다. 사회경제적 요인으로는, 미취업자는 높은 인식 수준을 보일 가능성이 취업자보다 약 26% 낮았으며, 저소득층을 기준으로 고소득층에서 심혈관질환 성차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에서 심혈관질환 성차에 대한 정보 접근과 인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있으며, 이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맞춤형 교육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정보 접근성에도 큰 격차가 있음을 확인했다. 응답자의 약 96%는 최근 1년 동안 심혈관질환의 남녀 차이에 대한 정보를 전혀 접하지 못했거나(68.9%) 가끔 접했다(27.0%)고 응답했다. 반면 성차를 고려한 심혈관질환 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은 60.2%였으며, 성차를 고려한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정부와 사회의 지원이 충분하다고 본 비율은 27.7%에 그쳤다. 국민의 높은 교육 수요에 비해 실제 관련 정보를 접할 기회와 사회적 지원은 부족한 상황인 것이다.
박성미 교수는 "최근 심혈관질환은 남녀 차이를 고려한 진단과 치료가 국제적인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이번 연구는 일반 국민의 인식은 아직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특히 남녀 모두와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까지 포괄하는 국민 대상 교육과 공공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과 국내 최초로 심혈관질환 성차에 대한 국민 인식을 전국 규모에서 평가한 연구로, 향후 심혈관질환 예방 정책과 건강 형평성 향상을 위한 국가 차원의 교육 전략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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