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심증이나 심근경색으로 급성기 치료를 마쳤다고 해서 심장 문제가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심장 근육이 손상된 상태에서 혈액을 내보내는 펌프 기능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심장이 점차 지쳐 심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응급 치료를 받은 이후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거나 쉽게 피로해지고 다리가 퉁퉁 붓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심장 기능을 즉시 다시 점검해야 한다.
심부전은 심장 근육의 힘이 떨어져 전신에 필요한 혈액을 충분히 짜내어 보내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심장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관상동맥질환과 심근경색, 고혈압처럼 심장에 지속적인 하중을 가하는 질환들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심근경색으로 심장 근육 일부가 손상되어 딱딱하게 변하면, 심장의 수축력이 떨어져 남아 있는 정상 근육이 몇 배의 과부하를 받게 된다.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결국 심장 전체의 기능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
증상은 일상생활 속에서 서서히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예전과 달리 계단을 조금만 올라가도 숨이 턱턱 차오르거나, 평지를 걸을 때조차 금세 기운이 빠지고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또한 심장이 혈액을 순탄하게 순환시키지 못하면서 발과 발목, 종아리에 수분이 쌓여 퉁퉁 붓거나, 며칠 사이에 체중이 2~3kg 이상 갑자기 늘기도 한다. 특히 밤에 똑바로 누우면 몸속 수분이 가슴 쪽으로 쏠려 숨이 차서 잠에서 깨거나, 베개를 여러 개 높게 받쳐 베어야만 겨우 호흡이 편해지는 증상도 심부전의 대표적인 신호다.
이러한 신체 변화를 단순한 체력 저하나 나이가 들어 생기는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으로 여기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전에 심장 질환으로 치료받은 적이 있는 환자에게 숨참, 몸의 부종, 운동 능력 저하가 새로 발생했다면 이는 심장 펌프 힘이 떨어졌다는 강력한 경고다.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 흡연 같은 위험 요인을 갖고 있다면 더욱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반대로 짓눌리는 듯한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 식은땀, 겉잡을 수 없는 호흡곤란, 급격한 혈압 저하가 찾아왔다면 이는 시간을 두고 지켜볼 상황이 아니다. 또다시 심근경색이 발생했거나 심장 기능이 급격히 마비되는 '심장성 쇼크' 같은 응급 질환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머뭇거리지 말고 즉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현재 심장 기능의 상태는 심전도 검사, 혈액검사, 심장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정밀하게 평가한다. 심전도는 심장의 박동 수와 전기 신호 이상을 확인하는 데 쓰이며, 심장초음파는 심장이 피를 짜내는 수축력과 구조적 이상, 판막이 잘 열리고 닫히는지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핵심 검사다.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면 당장 통증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심장 기능이 잘 유지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심부전으로 진단받았다고 해서 낙담할 필요는 없으며, 상태에 맞는 약물치료를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분 조절제인 '이뇨제'는 몸속에 불필요하게 쌓인 수분과 염분을 소변으로 배출시켜 다리 부종과 숨찬 증상을 빠르게 완화해 준다. 또한 '베타차단제' 같은 약물은 과도하게 뛰는 심장의 부담을 줄여주고 심장 근육이 더 이상 손상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증상이 조금 좋아졌다고 해서 환자 임의로 약 복용을 줄이거나 끊으면 심장 기능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으므로 의료진의 처방에 따라 규칙적으로 복용해야 한다.
일상 속 올바른 생활 습관 관리도 필수적으로 병행돼야 한다. 짠 음식에 들어있는 나트륨은 체내 수분을 끌어당겨 심장의 펌프질 부담을 한층 키우므로 염분 섭취를 대폭 줄이는 저염 식단을 실천해야 한다. 완전한 금연과 절주, 적정 체중 유지는 기본이다. 운동의 경우 가슴이 심하게 찌릿할 정도의 과도한 강도는 피하고, 자신의 체력 수준에 맞춰 가볍게 걷는 유산소 운동을 매일 꾸준히 해주는 것이 심장 건강을 지키는 데 훨씬 유리하다.
평소 아침마다 체중을 재고, 다리 부종과 호흡 상태를 스스로 체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며칠 사이 체중이 갑자기 늘어나거나 발목을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자국이 깊게 남을 정도로 부종이 심해지고, 밤에 잠을 자다 숨이 차서 깨는 증상이 생긴다면 심부전이 다시 악화되고 있다는 신호다. 기존에 심장 질환을 앓았던 환자라면 이러한 변화가 포착되었을 때 진료를 미루지 말고 곧바로 병원을 찾아 심장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참포도나무병원 심혈관센터 박중일 원장은 "심근경색이나 협심증의 응급 치료를 잘 마쳤다 하더라도 손상된 심장 근육의 펌프 기능이 완벽히 회복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 심부전으로 이행될 위험이 높다"며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거나 다리가 붓고 갑자기 체중이 늘어나는 등 이전에 없던 이상 증상이 느껴진다면 즉시 심전도와 심장초음파 검사를 받아 심장 상태를 확인하고 정밀 치료를 이어가는 것이 소중한 생명과 심장 건강을 지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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