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가 환자 감소와 수익 악화, 의료환경 변화로 존립 위기에 내몰린 이비인후과 개원가를 살리기 위해 '이비인후과 위기대응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의사회는 급성호흡기질환 감소와 저출생, 비대면진료 확산 등 구조적 변화가 겹치면서 이비인후과 1차의료기관의 경영 기반이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4일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는 최근 통계 분석 결과를 공개하며 이비인후과 개원가가 주요 진료과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의사회에 따르면 이비인후과는 최근 3년간 주요 진료과 중 유일하게 매출 감소와 환자 감소가 동시에 나타났다. 2024~2025년 총매출 증감률은 내과 5.5%, 정형외과 10.3%, 산부인과 7.9%, 안과 9.0% 증가를 기록한 반면, 이비인후과는 –0.3%를 기록했다. 앞선 2023~2024년에도 –0.5%를 나타내며 2년 연속 역성장을 이어갔다.
환자 감소 폭은 더욱 두드러졌다. 2024~2025년 내원환자 수 증감률은 내과 –1.5%, 정형외과 0.9%, 산부인과 2.4%, 안과 2.6%였지만 이비인후과는 –10.7%로 집계됐다. 전년도에도 –1.6% 감소한 데 이어 감소세가 더욱 가팔라진 것이다.
의사 개인의 수입 감소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비인후과 의사 평균 수입은 2023년 –4.1%, 2024년 –10.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정형외과와 산부인과는 증가세를 보이며 대조를 이뤘다.
"감기 환자 줄고 아이도 줄었다"
의사회는 이 같은 위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급성호흡기질환 감소와 소아청소년 인구 감소를 꼽았다.
코로나19 이후 개인위생 관리가 생활화되고 감염병 예방 습관이 정착되면서 감기와 급성호흡기질환 환자가 줄어들었고, 저출생 심화로 핵심 진료 대상인 소아 환자군도 급격히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의료 이용 행태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과거에는 감기 증상이 발생하면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편의점 상비약이나 약국을 이용한 자가 치료가 늘면서 의원 방문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대면진료 확산에 "대면 진료 체계 흔들"
이비인후과의사회는 비대면진료 확대 역시 개원가 위기를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귀·코·목 질환은 내시경 검사와 국소 진찰, 각종 처치가 필수적인 분야임에도 비대면진료 이용 건수가 급증하면서 이비인후과 본연의 대면 진료 체계가 위협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의사회는 "이비인후과 진료는 환자의 귀, 코, 목 상태를 직접 확인하는 이학적 검사가 핵심"이라며 "비대면진료의 무분별한 확대는 진료의 질 저하뿐 아니라 환자 안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위기대응특위 출범… "1차의료 생존 위한 대응"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는 이러한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안영진 회장을 중심으로 한동혁 보험부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이비인후과 위기대응 특별위원회'를 출범했다.
특위는 급변하는 의료환경과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해 이비인후과의 진료 경쟁력을 강화하고, 회원 권익 보호와 수가 정상화, 검사·처치 관련 규제 개선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기후 변화와 감염병 유행 등 새로운 보건의료 환경 속에서 지역사회 1차의료기관으로서 이비인후과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지속 가능한 진료 모델을 마련하는 데도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안영진 회장은 "이비인후과는 코로나19 팬데믹과 독감 유행 과정에서 지역사회 건강을 지키는 핵심 진료과로 역할을 수행해 왔다"며 "현재의 위기는 단순히 특정 진료과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 1차의료 기반 자체의 위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비인후과 위기대응 특별위원회는 이비인후과 개원가의 생존은 물론 지역사회 의료체계의 지속 가능성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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