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기만 한 ‘위드 코로나’… 새해에는 일상회복 기대

[2021 보건의약계 10대 뉴스]

위드 코로나로 일상회복을 꿈꾸던 대한민국이 신종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갑자기 멈춰버린 한 해였다.
올해 코로나19에 맞서기 위해 ‘백신 접종’을 시작하면서 일상 회복으로 한 발짝 다가서는 듯 했지만, ‘오미크론’의 등장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역대 최다 일일 확진자 수를 기록하는 위기 상황을 맞았다.
정부는 병상 확보를 위해 특단의 조치를 마련해 의료 역량을 높이겠다고 밝혔지만, 현 의료계 상황이 병상 확보뿐 아니라 의료인력 확충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공공의료 강화라는 과제를 남겼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면서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술수출 규모는 11조원을 넘어섰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제약·바이오업계가 체질 개선에 성공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춰간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산 의약품뿐 아니라 진단키트 등 의료기기도 해외에서 주목받으며 올해 보건산업 수출도 역대 최다액을 기록했다. 식품과 화장품업계에서는 ‘비건 열풍’이 불면서 동물성 원료를 배제한 비건 제품들이 MZ세대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편집자 주> 
 

1. 좌초된 위드코로나에 정부 부실대응 논란

코로나19 유행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백신접종 완료율이 70%를 넘어선 이후 11월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인 ‘위드 코로나’로 전환했다.
하지만 단계적 일상회복 한달만에 확진자가 7000명대를 기록하고 특히 1000명대까지 치솟은 위중증 환자로 병상 확보가 다급해진 방역당국이 병실 운용의 회전율과 효율성을 재차 강조하고 있지만 당국의 준비 부족과 부실 대응이 도마위에 올랐다.
병상 부족과 확보된 병상마저 운영의 효율성이 담보되지 못하는가 하면 재택치료마저도 관리되지 못함에 따라 준비 없이 진행된 위드코로나 정책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말 특수를 기대했던 자영업자들은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 강회에 격한 감정을 드러내고  의료현장에서는 극심한 피로감과 우울감을 표출하고 있는데다 학생ㆍ학부모들은 중ㆍ고등학생 백신 접종 강요에 따른 반발까지 이어가고 있다.

2. '수술실 CCTV 의무화법' 국회 통과

수술실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이 지난 8월 31일 국회를 통과했다. CCTV 설치 준비 등을 위해 2년간의 유예기간이 적용되면서 오는 2023년 9월 25일부터는 예외없이 법이 시행된다.
수술실 CCTV 법은 지난 2016년 대리수술로 인한 사망 사건 이후 수술실 내 불법시술, 대리수술, 성추행 등 수술실에서 벌어지는 불법행위를 막기 위해 환자단체연합회, 한국소비자연맹 등에서 제안한 대책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코로나19로 대규모 반대 시위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전 직역, 학회, 의사회의 반대 성명서, 국회 앞 1인 시위 등을 통해 수술실 CCTV 법이 통과될 경우 △방어적 의료행위에 대한 우려 △환자 개인정보 유출의 문제 △외과 기피 현상의 심화 △의료 현장의 신뢰 붕괴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도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을 ‘민생 법안’으로 정해 통과를 밀어 붙였고, 의료계는 향후 대응 로드맵에 집중하고 있다.

3. 코로나19 '비대면 진료' 한시적 허용

코로나19라는 최악의 사태로 인해 국내 의료시스템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바로 ‘비대면 진료’가 도입된 것이다. 이는 코로나 확진으로 의료기관 방문이 어려운 재택치료, 생활치료센터 환자는 물론 면역력이 떨어져 감염 우려가 큰 환자들을 위해 정부가 지난해 2월 24일부터 전화를 통한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특히 단기 대책에 그칠 것이라는 의료계 예측과 달리 코로나19 장기화가 계속되자 의료계 내부에서도 ‘원격의료’는 이제 ‘시대적 흐름’이라는 분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국회는 아예 비대면 진료를 ‘합법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있다.
대표주자는 강병원 의원(더불어민주당)과 최혜영 의원(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 각각 원격의료의 범주를 확장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과 ‘비대면 협진’과 ‘비대면 진료’ 조항을 새로 추가한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4. 델타·오미크론 등장에 'K-진단키트' 수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K-방역이 전세계적으로 인정받았고, 그 중에서도 국내 체외진단분야 의료기기가 기술력을 입증함에 따라 괄목할만한 보건산업 수출 확대를 이뤘다. 특히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작 및 위드코로나 정책으로 잠시 주춤했던 수출 증가세도 델타, 오미크론 등 새로운 변이바이러스의 등장으로 다시 상승세를 보여줬다.
특히 코로나 진단키트의 발빠른 긴급사용승인으로 한국과 중국이 세계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해 나갔다. 실제 국내 진단제품은 EU(2.5%→15.8%)와 ASEAN(3.8%→11.3%)에서 점유율을 대폭 확대하며 세계 의료기기 주력 수출 품목으로 올라섰다.
체외진단용 시약도 코로나19 이후 급성장했다. 올해 여전히 전체 수출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수출 대상국도 넓어져 예년에 비해 특정 국가에 편중된 수출시장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다.

5. 정부, 코로나 백신·치료제 개발 지원 강화

정부가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위해 내년 한 해에만 총 5265억원을 투입한다. 올해 책정 예산인 2627억원보다 두 배 넘게 증가한 수준이다. 정부는 1920억원을 국산 백신 선구매에 활용할 방침이다. 또 적극적인 개발 지원으로 내년 상반기에 국산 백신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부문에는 총 3210억 원의 예산 지원이 이뤄진다. 국산 백신 선구매에 1920억원, 치료제·백신 임상시험 지원에 893억원, mRNA 백신 임상시험 지원에 105억 원, 바이오·의료기술 개발에 100억원이 투입된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에 국산 백신을 상용화할 수 있도록 임상 3상을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또 2상 중간 결과와 3상 시험 계획(IND) 승인을 받은 백신에 대해서는 개발 완료 전이라도 비임상 및 1·2상 자료를 통해 면역원성·안전성 등을 평가해 선구매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6. 토종 코로나19 치료제 국내·유럽서 승인

국내 기술로 만든 셀트리온의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가 유럽서 지난달 12일(현지시간) 정식허가를 받았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전날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가 승인 권고를 내린지 단 하루 만에 결정했다. 렉키로나는 지난 2020년 6월 다국적제약사 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 이후 허가받은 유럽내 두번째 코로나19 치료제이자 최초의 항체치료제가 됐다. 셀트리온이 지난 10월 초 허가신청한지 한 달여 만이다.
올해 초 셀트리온은 국내 최초로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 개발에 성공, 2월 식약처로부터 3상 임상시험 결과 제출을 조건으로 국내 허가를 획득했다.
이후 렉키로나는 임상 3상을 성공리에 마무리한 후 9월 식약처 정식 허가를 받은 데 이어 11월 유럽의약품청(EMA) 정식 품목허가 획득에도 성공했다.

7. 제40대 대한약사회장 최광훈 당선

제40대 대한약사회장 선거에서 이변이 발생했다. 당초 불리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기호 1번 최광훈 후보가 현직 회장인 김대업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최광훈 후보는 지난 9일 대한약사회장 선거 개표에서 55.3%의 득표율을 올려, 44.7%를 얻은 김 후보를 10.6%p 차로 따돌렸다.
최 당선인의 승리 요인은 김대업 집행부 3년의 실책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며, ‘해결사’라는 콘셉트를 내세운 선거 전략이 주요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약준모, 실천약으로 대표되는 젊은 약사들의 지지도, 최 후보 당선의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최광훈 당선인은 “약사사회는 지금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원팀정신으로 무장하는 단결이다. 서로서로 힘을 합쳐서 이 어렵고도 험한 길을 함께 헤쳐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8. 'Green'입은 식품업계 친환경 경영 박차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일회용품 사용이 급증하면서 국제사회가 이로 인한 환경오염의 심각성에 공감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을 도모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 속에 식품기업들도 ‘ESG 경영’ 도입에 박차를 가했다. 특히 친환경 분야에서 적극적인 동참이 잇따르고 있다. 플라스틱 저감화를 위한 친환경 소재와 패키징, 그리고 재활용 기술이 주목 받으면서 각 기업마다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 친환경 소재와 포장기술 도입, 그리고 윤리경영 실천을 선언하고 나섰다.
소비자들 역시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착한 기업’을 선택하고 ‘착한 소비’를 할 용의를 보이면서 ESG 경영은 기업의 장기적인 생존과 번영에 직결되는 핵심적인 가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9. 가치 소비트렌드 확산…채식·대체육 인기

올해 ‘비건’으로 불리는 채식주의자가 늘면서 ‘비건’ 인증을 앞세운 식품들이 크게 늘었다.
소비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MZ세대를 중심으로 ‘가치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채식과 대체육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환경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식품기업들도 간편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대체육, 볶음밥, 라면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비건 간편식을 선보이면서 소비자 입맛 잡기에 나섰다.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맛과 건강을 살린 것이 특징으로 시장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비건 열풍에 맞춰 각 업체마다 정부 승인 기관의 인증을 받았다고 홍보에 나섰지만 지난 국정감사에서 정작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 자체가 폐지된 것으로 알려져 식약당국의 안일한 대처가 도마 위에 올랐다.

10. 스킨케어 넘어 메이크업까지 '비건 인증' 붐

K-뷰티에 부는 ‘비건열풍’이 스킨케어 제품을 넘어 헤어·바디와 메이크업 시장으로까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비건 열풍은 지구와 환경을 생각해 착한소비를 하려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최근 주 소비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들은 윤리소비를 지향하고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 친환경 비건 제품에 대한 선호도도 높은 편이다.
이에 따라 국내 뷰티업체들도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 유해 화학물질이나 동물성 원료를 배제한 비건 제품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국내외 공신력 있는 비건 인증기관에서 인증을 완료한 제품들을 늘고 있는 추세다.
비건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트렌드다. 특히 최근의 유기농·친환경 바람에 가치소비를 하려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그 영역을 더욱 확장하고 있다. 세계 비건 화장품 시장은 매년 평균 6.3% 성장해 오는 2025년 208억달러(2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그랜드뷰리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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