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지속되는 여름, 일상의 리듬이 건강을 지킨다

[의학칼럼] 이인화 서울인화스포츠마취통증의학과 원장

절기상 대서를 지나며 매서운 뙤약볕과 습한 열기가 온 도시를 덮치고 있다. 밤이 되어도 식지 않는 열대야는 수면을 방해하고, 한낮의 가마솥 더위는 체력과 면역력을 사정없이 갉아먹는다. 기후변화로 인해 여름철 이상고온 현상이 점차 일상화되는 요즘, 폭염은 단순히 '견뎌야 할 계절적 불편함'을 넘어 온열질환과 신체 기능 저하를 유발하는 실질적인 보건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여름철 우리 몸이 겪는 가장 큰 위기는 '생체 조절 능력의 과부하'에서 비롯된다.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혈관이 확장되고 땀 배출이 급증하면서 심혈관계에 부담이 커지는 반면, 실내외의 극심한 온도 차는 자율신경계에 교란을 일으킨다. 여기에 푹푹 빠지는 기운과 수면 부족이 더해지면 면역력의 균형은 순식간에 깨지고 만다. 이 시기 건강을 지켜내는 핵심은 특별한 보약이나 거창한 대책이 아니다. 내 몸의 기본적인 리듬을 단단하게 지켜내는 '기본의 힘'이다.

이인화 서울인화스포츠마취통증의학과 원장

첫째, '수분 보충'의 질과 방식을 정비해야 한다.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 수분 섭취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러나 갈증이 느껴질 때 한꺼번에 마시는 물이나, 당분이 과도하게 첨가된 음료, 카페인이 많은 커피는 오히려 탈수를 부추기거나 위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미지근하거나 적당히 시원한 물을 하루 동안 조금씩 나누어 자주 마시는 습관이 필요하다. 야외 활동이나 운동으로 땀을 많이 흘린 후에는 단순한 물 외에도 이온 음료나 적절한 염분·미네랄을 함께 보충해 체내 전해질 균형을 맞춰주는 것이 지혜롭다.

둘째, '냉방병'을 부르는 인위적인 환경과의 타협이 필요하다. 실외의 폭염 못지않게 무서운 것이 실내의 무분별한 냉방이다. 바깥 기온과 실내 온도의 차이가 5~6°C를 넘어서면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는 체온 조절에 애를 먹으며 만성 피로, 두통, 소화불량, 근육통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

실내 온도는 26°C 안팎으로 유지하고, 에어컨 바람이 몸에 직접 닿지 않도록 제어해야 한다. 한 시간마다 정기적으로 환기를 실시해 실내 공기 질을 관리하고, 얇은 겉옷이나 스카프를 활용해 체온 변화를 최소화하는 정성이 요구된다.

셋째, 수면 환경과 영양의 균형으로 면역력의 기반을 다져야 한다. 숙면은 신체 회복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열대야로 잠을 이루기 어렵다면 취침 전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여 체온을 자연스럽게 낮추고, 암막 커튼 등을 활용해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돕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식단 역시 지나치게 찬 음식이나 기름진 야식에 의존하기보다, 제철 과일과 채소, 그리고 소화가 잘되는 단백질 위주의 균형 잡힌 영양 섭취로 자칫 떨어진 기력을 다잡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내 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절제와 조율'의 자세가 절실하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오후 시간대의 무리한 야외 활동이나 고강도 운동은 열사병, 탈진 등 치명적인 온열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운동이나 외부 일정은 기온이 비교적 낮은 아침이나 저녁 시간을 활용하고, 신체에 이상 신호가 올 때는 즉시 그늘이나 시원한 장소에서 휴식을 취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한여름의 폭염은 피할 수 없는 자연의 흐름이다. 그러나 그 안에서 건강을 잃지 않고 활력을 유지하는 것은 결국 스스로의 몸을 어떻게 돌보고 조율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혜로운 수분 섭취, 절제된 냉방, 규칙적인 수면과 영양이라는 '건강의 기본 공식'을 상기하며, 올여름을 보다 건강하고 탄탄하게 건너가기를 기대한다.
 


보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