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부터 6.25전까지 종로5가에는 종로경찰서가 있었다. 길을 건너 뒷골목으로 들어가면 많은 음식점과 마주치게 된다. 그중에서도 인력거를 탄 기생들과 돈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던 고급음식점이 명월관이었다.
명월관은 단순한 술집이 아니었다. 술 마시고 여자들이나 찾던 사람들에게는 묵정동 쪽에 다른 음식점들이 있었다. 명월관은 대개 음식 때문에 찾는 경우가 많았다. 대궐에서 숙수로 일하던 사람이나 시중들던 사람들이 모여서 운영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궁중요리를 맛보기 위해 명월관을 찾는 사람 중에는 일본인들도 꽤 있었다. 당시 명월관을 빼고는 궁중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 드물었다. 이런 상황에서 황혜성 교수가 궁중요리 대중화에 앞장섰다. 우리나라에 참전했던 미군들이 본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궁중요리를 맛보는 곳으로 한국관도 유명했다. 황혜성 교수는 돌아가셨지만, 따님 두 분이 궁중요리연구원장과 궁중요리 기능자로 지정돼 궁중요리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전주에는 전주한정식이 유명하다. 쌀 생산량이 많았던 전북에서는 쌀을 주재료로 한 한정식을 한 상 가득 푸짐하게 내놓았다. 지금은 갈 수 없지만, 북쪽 음식으로는 냉면을 뺄 수 없다. 고구마 전분으로 만든 질긴 면에 가자미회를 넣는 함경도식 냉면은 지금도 맛볼 수 있는 곳이 더러 있다. 평안도 냉면은 전통 모밀가루로 만들었다. 평양 옥류관과 비슷한 냉면집으로 서울에는 우래옥과 서래회관이 여전히 인기다.
경상도나 전라도에서 냉면은 인기 있는 먹거리가 아니었다. 그런데 진주 시장 안에서는 진주식 냉면을 맛볼 수 있었다. 순메밀에 고구마 전분과 녹두 전분을 섞어 만든 국수에 디포리와 멸치, 홍합, 바지락, 황태를 베이스로 한 육수를 넣고 소고기 육전과 무김치를 꾸미로 얹은 향토식 냉면이다.
경상대학교가 진주에 의과대학을 만들자 서울에서 많은 교수들이 출강을 했다. 당시 내가 즐겨 먹던 음식이 진주냉면과 재첩국이었다. 재첩은 민물과 바닷물이 넘나드는 강의 진흙바닥에서 자라는 조개로 섬진강이나 낙동강 하류 같은 한류와 난류가 교차되고 염분이 적은 곳에서 서식한다.
맹물에 끓인 뽀얀 국물에 소금간만으로도 담백하고 시원한 맛을 내는 재첩국은 아침 해장국으로 많은 이들이 좋아했다. 경상도에서는 이른 아침 재첩국을 팔러 다니는 모습이 흔했다. 이제는 재첩국이 상품화돼 집에서도 간편하게 먹을 수 있게 됐다.
세상은 많이 변했지만, 입맛은 쉽사리 변하지 않는다. 외국 관광객들에게도 우리의 값싸고 맛있는 전통식이 알려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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