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진 허용에 장기 처방까지…개원가 "비대면진료 원칙 지켜라"
대개협, 초진 최대 30일 처방 예외 조항 우려…전 회원 처방 자제 권고
약물 제한 목록 구체화·플랫폼 광고 규제 촉구도…"환자 안전이 우선"
정부가 초진 비대면진료 허용 범위를 확대하고 최대 30일 처방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자 개원가가 반발하고 나섰다. 대면진료 없이 진단과 처방이 이뤄질 경우 오진과 약물 오남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한개원의협의회(회장 박근태)는 19일 보건복지부가 지난 18일 입법예고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우려를 표명하며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했다.
개정안은 초진 비대면진료를 환자 주소지와 같은 시·도에 있는 의원에서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초진 처방은 7일 이내를 원칙으로 하되, 평생 한 차례에 한해 최대 30일까지 처방할 수 있도록 했다.
대개협은 희귀질환자와 제1형 당뇨병 환자, 장애인 등 의료 접근성이 낮은 환자를 위한 예외 규정을 마련하고 비대면진료 전담기관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를 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초진 허용 범위와 처방 기간을 확대하는 것은 환자 안전을 위해 마련한 비대면진료의 기본 원칙과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비대면진료가 지켜야 할 원칙으로 ▲대면진료 우선 ▲재진 중심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 ▲비대면진료 전담기관 금지를 제시했다. 이 원칙이 무너지면 비대면진료가 대면진료를 보완하는 수단을 넘어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의사가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고 화면만으로 진단과 처방을 내릴 경우 신체검사를 통해 확인해야 할 질환을 놓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두통으로 나타나는 뇌출혈이나 소화불량으로 오인할 수 있는 심근경색, 어지럼증을 동반한 뇌졸중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초진 비대면진료에서 평생 한 차례 최대 30일까지 처방할 수 있도록 한 예외 조항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협의회는 정부의 시범사업 분석에서 초진 처방의 73.0%가 7일 이내였다는 점을 들어 장기 처방 예외를 허용할 필요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전 회원에게 초진 비대면진료에서 30일 처방을 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정부가 허용한 범위라 하더라도 환자의 상태를 충분히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장기 처방을 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진단 지연이나 약물 부작용이 발생하면 환자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초진 비대면진료에서 처방을 제한할 약물의 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원칙적 금지'라는 포괄적인 표현만으로는 약물 오남용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어렵고, 의료현장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개협은 "마약류와 향정신성의약품, 비만치료제를 비롯해 수면제·진통제·스테로이드·항생제·발기부전치료제·탈모치료제 등 오남용이나 부작용 우려가 있는 약물에 대해 의료계와 협의한 뒤 명확한 제한 목록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비대면진료 플랫폼에 대한 규제 강화도 요구했다. 플랫폼 광고와 환자 유인 행위, 환자 데이터 활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공공성을 중심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관련 원칙을 법령에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개협은 "플랫폼이 광고를 통해 환자를 유치하거나 특정 의약품 처방을 유도하는 구조가 자리 잡을 경우 약물 쇼핑과 의료 상업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비대면진료의 접근성을 높이는 데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환자 안전과 처방의 적정성을 담보할 제도적 장치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비대면진료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비대면진료는 의료 접근성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활용돼야 하며, 대면진료를 대체하는 방식으로 확대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대개협은 입법예고 기간 의료계의 의견을 실질적으로 반영해 개정안을 보완하고,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제도적 기준을 마련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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