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지침과 왜 다른가"…하지정맥류 입원 기준 '공방'

김승진 심장혈관흉부외과의사회장, 정맥학회 권고안 근거 재검토와 국회 대응 나서
"수술 후 관찰·환자별 위험도 반영해야"…보험금 심사에 획일적 기준 적용도 우려

김승진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의사회장

하지정맥류 수술 후 입원 필요성을 둘러싼 의료계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의사회가 대한정맥학회의 입원 적정성 권고안에 문제를 제기하며, 기존 임상진료지침과의 차이를 설명하고 실제 진료현장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2021년 임상진료지침에서 수술 후 일정 시간 회복과 관찰의 필요성을 제시한 만큼, 이번 권고안이 어떤 의학적 근거와 검토 과정을 거쳐 마련됐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양측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대한의사협회 및 관련 의료단체와 공동 대응하고, 국회 차원의 문제 제기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김승진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의사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고 하지정맥류 수술의 입원 적정성 권고안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권고안 마련 과정에서 임상 현장의 의견과 기존 학술적 근거가 충분히 반영됐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논쟁의 핵심은 2021년 대한정맥학회의 '하지정맥류 임상진료지침서 개정' 내용이다. 해당 지침서 21쪽에는 수술 후 안전한 보행과 출혈 여부 확인, 퇴원 등을 위해 3~6시간 이상의 회복·관찰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이 같은 기존 지침과 2026년 마련된 입원 적정성 권고안 사이의 관계를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존 지침에서 제시한 관찰 필요성이 이번 권고안에 어떻게 반영됐으며, 입원 적정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어떤 근거로 설정됐는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수술 후 일정 시간 관찰이 필요하다는 것과 입원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관찰 시간만으로 입원 필요성을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으며, 환자의 상태와 수술 범위, 마취 방법, 회복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김 회장은 권고안 마련 과정에서 충분한 학술적 검토와 의료현장의 의견 수렴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사회는 관련 자료와 공식 의견을 전달했지만, 현재까지 충분한 설명과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환자 상태·수술 위험도 반영한 입원 기준 필요

입원 필요성은 하지정맥류 진단명이나 수술 여부만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는 게 의사회의 주장이다. 환자의 연령과 기저질환, 질환의 중증도, 수술 범위, 마취 위험도, 수술 후 회복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당뇨병이나 고혈압이 있는 환자라도 질환이 잘 조절되는지, 합병증이나 다른 위험 요인이 동반됐는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의사회는 중증이거나 조절되지 않는 당뇨병·고혈압 등 입원 위험도를 높일 수 있는 요인을 기준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하지정맥류의 임상적 중증도를 평가하는 CEAP 분류 역시 입원 여부를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일 뿐, 단독 기준으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증상과 정맥 역류 정도, 동반 질환, 실제 치료 과정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설명이다.

수술 중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해 입원으로 전환하는 경우에도 의료진의 임상적 판단이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전에 정해진 기준만으로 입원 필요성을 획일적으로 판단하면 환자 안전을 위한 의학적 결정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조창욱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의사회 보험이사

보험금 지급보다 치료 필요성 중심으로 판단해야

의사회는 이번 권고안이 의료현장의 진료 기준을 넘어 실손보험금 지급 심사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의학적으로 입원이 필요한 환자와 보험 약관상 입원 보험금 지급 요건을 충족하는 환자는 반드시 같은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창욱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의사회 보험이사는 불필요한 장기 입원을 보험금 지급과 연결해 유도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입원 여부는 실제 치료 필요성을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보험금 지급을 위해 불필요하게 장기간 입원하는 행위는 지양해야 하지만, 반대로 환자의 상태와 치료 필요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입원을 제한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권고안이 보험사의 심사 과정에서 사실상 일률적인 기준으로 활용될 경우 환자와 의료진 사이에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조 보험이사는 "최근 하지정맥류 수술과 입원에 관한 환자 문의가 늘고 있으며, 관련 기준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진료 현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입원 필요성은 환자 상태와 치료 과정에 대한 의학적 판단을 바탕으로 결정하고, 보험금 지급 여부는 해당 보험계약의 약관과 심사 기준에 따라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합의 불발 땐 의협·관련 단체와 공동 대응"

의사회는 대한정맥학회와 추가 논의를 이어가며 권고안의 근거와 적용 기준을 재검토하도록 요구할 계획이다. 대한의사협회 및 관련 의료단체와도 협의해 공동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필요할 경우 국회 차원의 문제 제기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김승진 회장은 "입원 기준을 마련한다면 충분한 학술적 검토와 논의를 거쳐야 한다"며 "환자 안전과 전문의의 정당한 임상적 판단이 훼손되지 않도록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데 끝까지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