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색 따라 달랐던 피부질환 AI 진단…'피부색 변환'으로 격차 줄인다

서울아산병원, 병변 형태 보존하고 피부색만 어둡게 바꾸는 생성형 AI 개발

(왼쪽부터)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김남국 교수·피부과 김경훈 레지던트 연구팀

피부질환을 진단하는 인공지능(AI)이 환자의 피부색에 따라 다른 성능을 보이는 문제를 개선할 기술이 개발됐다. 실제 피부 병변의 형태는 유지하면서 피부색만 어둡게 변환하는 생성형 AI 기술이다.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어두운 피부색의 임상데이터를 보완해 AI 진단의 성능 격차를 줄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김남국 교수와 피부과 김경훈 레지던트, 문익준 피부과 전문의(전 서울아산병원 교수) 연구팀은 피부색에 따른 AI 진단 성능 차이를 줄이기 위한 '피부유형 변환 네트워크(STTN·Skin Type Translation Network)'를 개발했다.

피부질환 진단 AI는 일부 영역에서 피부과 전문의 수준의 성능을 보이고 있지만, 학습 데이터의 구성에 따라 진단 정확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기존 임상데이터는 밝은 피부 유형(Fitzpatrick Skin Type I-II)에 집중돼 있어 어두운 피부 유형(V-VI)의 병변을 정확하게 판별하는 데 한계가 제기돼 왔다.

조직검사로 확진된 어두운 피부색 환자의 임상데이터는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으면 특정 피부색을 가진 환자에게서 AI 성능이 떨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연구팀은 이러한 데이터 편중 문제에 주목했다. STTN은 실제 밝은 피부 환자의 임상 사진을 바탕으로 병변의 형태는 최대한 보존하고 피부색만 어둡게 변환하는 기술이다. 새로운 병변을 임의로 만들어내는 대신, 기존 병변 정보를 유지하면서 부족한 피부색 유형의 학습 데이터를 생성하도록 설계됐다.

연구팀은 임상데이터 1만6,707개를 활용해 STTN을 학습시킨 뒤, 생성된 사진이 실제 사진과 얼마나 유사한지 평가했다. 피부과 전문의 19명과 다른 진료과 의사 12명, 비의료인 11명 등 총 42명이 실제 사진과 AI 생성 사진을 구별하는 블라인드 평가에 참여했다.

그 결과, 실제 사진과 생성 사진을 구별하는 평균 정확도는 49.7%로 나타났다. 무작위로 추측했을 때와 유사한 수준이다. 평가자들이 AI가 만든 사진과 실제 사진을 쉽게 구분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다만 임상 경험이 많은 피부과 전문의일수록 생성 사진에 남아 있는 미세한 차이를 찾아내는 경향도 확인됐다.

실제 진단 성능도 개선됐다.

연구팀은 밝은 피부 사진만으로 학습한 기존 AI 모델과, 여기에 STTN이 생성한 어두운 피부 사진을 추가해 학습한 모델을 비교했다. 양성·악성 피부종양을 구분하는 성능을 평가한 결과, 곡선하면적(AUC)은 기존 모델의 0.56에서 STTN 데이터 학습 모델의 0.66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향상됐다. 민감도와 특이도도 개선됐으며, 밝은 피부에서의 진단 성능은 유지됐다.

이번 연구는 특정 피부색의 임상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 합성 데이터를 활용해 의료 AI의 성능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어두운 피부색 환자의 임상 사진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기존 데이터의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는 접근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생성 사진과 실제 사진을 구별하기 어렵다는 결과만으로 합성 데이터의 임상적 신뢰성이 완전히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진료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피부색과 환자 집단에서 진단 성능이 일관되게 유지되는지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김남국 교수는 "임상 현장에서 인공지능을 많이 활용할수록 인공지능의 공정성이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며 "의료에서는 평균적인 성능보다 개별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적용했을 때의 성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인종이나 피부색, 성별, 나이 등에 따라 정확도가 달라지지 않는 공정한 인공지능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연구진도 참여한 이번 연구는 피부과 분야 국제학술지 Journal of Investigative Dermatology에 최근 게재됐다. 연구팀이 생성한 합성 데이터와 코드는 다른 연구자들도 활용할 수 있도록 온라인에 공개됐다.


김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