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만에 다시 서울로…K-의료, 세계 병원계 중심에 선다
IHF 세계병원대회 90개국 2000여명 참가…세계바이오서밋과 동시 개최로 시너지 극대화
병협-WHO-복지부 'AI 헬스케어 서울 선언' 추진…"한국 의료 역량 세계에 보여줄 것"
한국 의료를 배우려던 세계 병원계의 시선이 이제 한국으로 향하고 있다. 19년 만에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병원연맹(IHF) 세계병원대회에 전 세계 90여 개국 병원·보건의료 리더 2000여명이 모인다. 한국 의료의 성장상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AI와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의 글로벌 의료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대한병원협회(회장 유경하)는 7일 서울 마포구 병협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49차 IHF 세계병원대회(World Hospital Congress Seoul 2026)'의 주요 일정과 추진 상황을 공개했다.
대회는 오는 10월 19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코엑스 마곡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글로벌 경험을 지역의 실천으로, 모든 환자를 위해(Global Learning, Local Action for Every Patient)'를 주제로 병원장과 CEO, 보건의료 정책 입안자 등이 참석한다.
한국에서 IHF 세계병원대회가 개최되는 것은 2007년 제35차 서울 대회 이후 19년 만이다.
유경하 회장은 "19년이라는 시간의 간격을 넘어 대한민국에서 다시 대회를 개최하게 된 것은 세계 병원계가 한국 의료의 역량과 발전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음을 방증한다"며 "단순한 학술행사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 의료진이 한국의 의료와 문화를 직접 경험하는 뜻깊은 교류의 장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역대 최대 규모…AI 동시통역으로 언어 장벽도 낮춰
이번 대회는 참가 규모부터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이번 서울 대회의 추진을 총괄하고 있는 이왕준 IHF 차기회장 겸 Congress Chair(대한병원협회 부회장)는 등록 참가자와 학술 초록·포스터 제출 건수가 49회 대회 가운데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에서만 120명 가까이 참가 신청을 마쳤으며, 미국 외 지역에서 개최되는 IHF 총회 가운데 이례적으로 많은 규모"라며 "한국을 제외하고도 200명 이상이 참가하는 국가가 두 곳에 이를 정도로 해외 관심도 높다"고 말했다.
대회에는 전 세계 320여명의 연자가 참여해 60여개 세션을 진행한다. 병원 리더십과 경영을 비롯해 디지털 헬스케어와 AI, 환자안전과 환자경험, 보건의료 혁신과 지속가능성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진다.
특히 거의 모든 세션에 AI 기반 실시간 동시통역 시스템을 도입한다. 해외 참가자들이 언어 장벽 없이 학술 논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20일 개회식 기조연설에는 삼성전자 박헌수 부사장(SVP)이 나서 AI 시대 의료서비스 전달 방식과 미래 헬스케어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세계바이오서밋과 맞물려 '서울 선언' 추진
이번 대회의 또 다른 핵심은 세계바이오서밋과의 연계다. 보건복지부와 세계보건기구(WHO)가 주관하는 2026 세계바이오서밋이 10월 21일부터 22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열리면서 병원계와 바이오·헬스 산업계가 한자리에 모인다.
21일에는 '글로벌 AI 헬스케어 서울 선언'이 채택될 예정이다. 서울 선언은 AI 기술 자체보다 의료현장에서의 책임 있는 활용에 초점을 맞춘다. AI 기술 발전 방향과 현장 적용 과정에서 필요한 윤리와 거버넌스 기준을 국제적으로 제시한다는 구상이다.
이왕준 부회장은 "지난 5월 말부터 복지부와 병협이 추천한 전문위원 10인이 수개월간 토론을 거쳐 초안을 완성했고, 현재 IHF와 각국 정부, WHO의 공식 리뷰를 거치고 있다"며 "AI 전반이 아닌 헬스케어 분야에 국한해 책임 있는 글로벌 주체들이 기술 발전 방향과 현장 적용의 윤리, 거버넌스 기준을 세우는 상징적 마일스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언 채택 이후에는 IHF와 대한민국 정부, WHO가 참여하는 합동 기자회견도 열린다.
마곡 코엑스 전시장에는 3000평 규모의 공간 가운데 절반을 활용해 병협 주관 '한국관'도 마련한다. 한국 병원관과 의료산업관, 문화체험존 등 3개 구역에 120여개 부스를 구성해 국내 의료기관과 디지털 헬스케어·AI 기업의 해외 진출과 공동연구, 비즈니스 미팅을 지원한다.
"배우러 가던 한국 의료, 이제는 세계가 배우러 온다"
이번 대회는 한국 의료의 위상 변화를 확인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유경하 회장은 해외 참가자 수가 예년보다 1.5~2배 증가했고, 국내 병원을 둘러보는 병원투어 프로그램도 신청이 몰려 일정 슬롯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500여명의 해외 참가자가 참여하는 병원투어는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국내 대표 13개 의료기관에서 진행된다.
이왕준 부회장은 과거와 달라진 한국 의료의 위상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2005년 송도 국제병원 유치를 위해 미국 보스턴과 펜실베이니아를 찾아가 선진 병원 시스템을 배우려 했고, 2007년 서울 대회 당시만 해도 외국 병원들의 환자 중심 운영 시스템과 의료 질 평가를 배우기에 급급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불과 20년 만에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이제 전 세계 병원 리더들이 한국을 찾아 높은 임상 실적과 환자경험 관리, 첨단 IT·AI 인프라를 어떻게 동시에 구현했는지 묻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의료가 직면한 과제도 이번 대회의 주요 의제로 다뤄진다. 이 부회장은 전 세계 병원계가 공통으로 직면한 문제로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증가, 의료인력 부족, AI 기반 디지털 전환을 꼽았다.
그는 "이 난제들을 해결할 열쇠는 AI와 디지털 기술을 의료현장에 접목하는 것"이라며 "이번 서울 대회가 글로벌 보건의료 리더십을 대한민국이 주도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경하 회장도 "의정 사태 등으로 안팎의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대한민국 의료의 단단한 역량과 건재함을 세계에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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