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휴일 진료, 개별 의원에 맡기지 말고 지역이 책임져야"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프랑스·영국·독일·캐나다 '의료 영속성' 해외 사례 제시
전화 상담·지역 당직 등 의료공백 대응…"대기시간·당직 참여에도 보상 필요"
야간과 휴일 등 정규 진료시간 외 발생하는 의료 공백을 개별 의료기관이나 의사의 부담으로 해결하기보다 지역 단위의 진료체계로 대응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해외 주요국은 전화 기반 의료 분류와 지역 당직체계, 야간·휴일 진료에 대한 보상 등을 통해 환자를 적절한 의료서비스로 연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최근 '의료 영속성 체계 구축을 위한 해외 사례와 시사점' 이슈브리핑을 발간하고 프랑스, 영국, 독일, 캐나다의 정규 진료시간 외 의료서비스 제공 체계를 분석했다.
이번 이슈브리핑은 보건의료 분야에서 사용되는 '의료 연속성(Continuity of care)'과 '의료 영속성(Permanence of care)'의 개념을 구분하고, 야간·휴일에도 환자가 필요한 의료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해외 제도의 특징을 살펴봤다.
연구진에 따르면 의료 연속성이 진료 정보와 치료 과정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것을 의미한다면, 의료 영속성은 환자가 의료기관을 이용하기 어려운 시간에도 필요한 진료로 연결될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
프랑스·영국, 전화 상담 통해 야간·휴일 진료 연결
프랑스는 외래의료 영속성 체계를 통해 야간·휴일에 발생한 환자를 전화 상담 후 진료소, 방문진료, 응급의료 이송 등으로 연결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전화 의료 분류와 당직 대기시간에 대해서도 보상하고 있다.
영국은 NHS 111과 정규 진료시간 외 GP 서비스를 운영해 환자의 증상을 먼저 분류하고 필요한 경우 야간·휴일 진료소 예약이나 방문진료 등으로 연계한다.
독일은 정규 진료시간 외 외래진료를 법정보험의협회의 진료보장 의무로 제도화했다. 116117 전화 상담을 통해 환자의 상태에 따라 이동형 방문진료, 응급당직진료소, 병원 응급실 등으로 연결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당직 진료에 대한 기본 보수와 실제 진료행위에 대한 보상을 함께 적용하고 있다.
캐나다 역시 주별 여건에 따라 Health811 등 전화 상담체계를 운영하고 환자의 상태에 따라 응급실이나 일차의료 진료 등을 안내하고 있다. 일부 주에서는 정규 진료시간 외 등록 환자 진료에 별도 가산을 적용해 일차의료 의사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핵심은 의원 문 여는 것 아닌 적절한 의료기관 연결"
연구진은 국가별 제도에는 차이가 있지만 전화 기반 의료 분류체계, 지역 단위 당직 진료체계, 대기 기반 보상체계 등을 활용해 야간·휴일 의료 수요를 조정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해외 사례의 핵심은 특정 의료기관이 밤늦게까지 진료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상태를 먼저 확인한 뒤 지역 내 이용 가능한 의료자원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통해 경증 환자가 응급실로 몰리는 현상을 줄이는 동시에 야간·휴일 진료 부담이 특정 의료기관이나 의료진에게 집중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의료 영속성은 개별 의원의 야간 개방이나 개별 의사의 24시간 당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필요한 순간 적절한 의료서비스로 연결될 수 있도록 지역 단위 진료체계를 마련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대기시간·당직 참여 자체에도 충분한 보상 필요"
국내 의료 영속성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지역 의료진이 자율적으로 당직 구조를 논의하고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제언도 내놨다.
연구진은 "실제 진료행위뿐 아니라 야간·휴일 대기시간과 당직 참여 자체에 대해서도 충분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며 "지역 의료진의 참여를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운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역별 의료자원과 의료기관의 진료 여건이 서로 다른 만큼 획일적인 방식으로 제도를 적용하기보다 지역 의료계가 참여해 지역 상황에 맞는 운영방식을 결정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의료정책연구원은 이번 이슈브리핑이 정규 진료시간 외 발생하는 의료 공백에 대응하고, 지역 중심의 지속 가능한 의료 영속성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향후 정책 논의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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