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병원 세워도 지역 소아병원 무너지면 소아의료 붕괴"

소아청소년병원협회, 인적 인프라 확충·실적 기반 보상·후방 병상·하행 전원체계 등 4대 대책 제시

독립 어린이병원 건립을 통해 소아의료 전달체계를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지역에서 준중증 소아 환자를 담당하는 소아청소년병원 기반을 함께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회장 최용재 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장)는 12일 김윤·이재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등 12명의 국회의원이 국회도서관에서 주최한 '경기도 산모·소아 생존체계 고도화 방안 토론회'에서 주산기·어린이병원(Maternal-Children's Hospital) 건립과 함께 지역 소아의료 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용재 회장은 "주산기·어린이병원 건립은 소아의료 전달체계 전체를 다시 세운다는 점에서 환영한다"면서도 "설계와 인허가, 건축 등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그때까지 기존 소아의료기관이 버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협회가 제시한 대책은 ▲소아청소년 의료 인적 인프라 확충 ▲실적 기반 평가 및 보상 ▲후방 병상 네트워크 지정 ▲하행 전원체계 구축 등 4가지다. 특히 주산기·어린이병원이 고위험 산모부터 신생아 집중치료, 중증 소아청소년 진료까지 하나의 체계로 연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최 회장은 "야간에 아이가 아프면 상당수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에 앞서 지역 소아청소년병원을 찾는다"며 "열성경련과 경련중첩, 산소 투여가 필요한 세기관지염, 탈수와 케톤증, 중증 폐렴, 급성 신우신염 등 준중증 환아가 실제 지역 병원 입원병상에서 치료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환자와 초중증 환자를 책임질 현대적인 병원이 건립되는 것은 지역 소아청소년병원에도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라며 "하지만 지역의 준중증 치료를 담당하는 네트워크가 무너지면 완공된 병원 역시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용재 회장

최 회장은 소아의료 기반을 유지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인력 문제를 꼽았다.

그는 "건물과 장비는 비교적 빠르게 갖출 수 있지만 준중증 환아를 밤새 지켜보는 당직체계와 소아 진료에 숙련된 의사·간호 인력은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없는 역량을 새로 만드는 데는 10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소아 입원병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야간·휴일 입원을 감당하는 의료진에 대한 인건비 지원과 안정적인 진료협력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사명감만으로 준중증 환아를 볼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역 소아의료기관이 역할과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진료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평가와 보상체계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소아 거점·협력기관의 지정 기준을 단순히 의료기관 종별이나 병상 수가 아니라 ▲중증도를 보정한 소아 입원 실적 ▲야간·휴일 입원 및 응급처치 실적 ▲전원 요청 수용률 ▲상급병원에서 회송된 환아 수용 실적 등 실제 진료성과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 회장은 "현재 보상 구조에서는 합리적으로 움직일수록 중증 진료에서 멀어지게 된다"며 "이는 개별 병원의 도덕성 문제가 아니라 지불제도 설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증 환자를 많이 받을수록 의료기관에 도움이 되는 구조로 바꿔야 지역 소아의료기관이 제 역할을 지속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함께 최종 거점병원과 지역 소아병원을 연결하는 후방 병상 네트워크 구축도 강조했다. 후방 병상 네트워크가 없으면 급성기를 벗어난 환아를 전원하기 어려워 최종 거점병상을 확충해도 병상 회전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인공호흡기를 이탈한 미숙아나 단순히 체중 증가가 필요한 신생아가 중증 전용 병상을 계속 점유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후방 병상은 새로운 병원을 짓는 방식이 아니라 이미 지역에서 소아 입원을 담당하고 있는 병원을 찾아 지정하고 지원하는 방식으로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 협회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협회는 ▲회송·되의뢰 수가 신설 및 현실화 ▲소아 입원병상 실시간 정보 공유 ▲회송 환아 악화 시 상급병원이 다시 수용하는 재수용 보장 등을 제안했다.

최 회장은 "독립 어린이병원 건립은 소아의료 정상화를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라며 "건립까지 버틸 수 있는 지역 소아청소년병원 네트워크를 함께 지키는 것이 소아의료 전달체계를 완성하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김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