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선천성질환센터가 다학제 협진 3000례를 달성하고 지난 11일 본관 3층 산부인과 외래에서 기념하는 자리를 가졌다.
서울성모병원 선천성질환센터는 분만 전 태아 상태에서의 각종 선천성 질환의 진단과 출생 전후 전문적인 치료를 제공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2009년 3월 설립됐다. 설립 당시에는 지금처럼 유전자 분석이 활발하지 않아, 태아의 중증 이상이 발견되면 임신중절을 고민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에 센터 의료진들은 모든 생명은 존엄하다는 가톨릭 의료기관의 생명존중 정신을 바탕으로, 포기해야 한다고 여겨졌던 작은 생명들을 지켜왔다.
국내외 다양한 연구에 따르면 산전 초음파 검사에서 외과적 이상이 의심된 사례의 위양성률은 통상적으로 8~9% 내외에 달하는 만큼, 초기 소견만으로 임신 중단을 결정하기에는 오차 가능성이 작지 않다. 또한 의학의 발달로 태아 혹은 신생아 시기의 교정으로 이후의 삶을 건강하게 이어갈 수 있는 질환도 증가하는 추세다.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도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자궁 안에서 직접 치료하는 수술인 태아경, 최소침습수술인 신생아 전용 복강경이나 단일공 로봇수술까지 질환의 치료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이처럼 최신 산전 유전진단 기술과 발전된 모체·태아의학을 기반으로, 아이의 치료 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서울성모병원 선천성질환센터는 여러 전문과들이 다양한 질환을 진단·치료해오고 있다.
산부인과 전문의 5명을 중심으로 소아청소년과, 진단검사의학과, 소아외과, 소아심장혈관흉부외과, 소아신경외과, 소아안과, 소아치과, 성형외과, 정형외과, 비뇨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이비인후과, 영상의학과 등 총 14개 진료과 30여 명의 전문의가 참여하는 다학제 협진 체계를 갖추고 있다. 긴밀한 협력을 통해 태아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출생 후 치료 가능성과 예후를 상담하며, 분만 계획 수립부터 출생 후 치료 연계까지 산전과 산후가 하나의 의료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
2026년 6월 기준 산부인과 외래 산모를 대상으로 총 3067건의 협진이 시행됐으며, 협진 진료과는 진단검사의학과가 57%로 가장 많았고 소아청소년과(소아심장) 25%, 소아외과, 신경외과, 비뇨의학과 순이었다. 진단된 주요 질환은 심장종양, 중추신경계 구조 이상, 난소낭종, 구개열 등이었다.
고령 임신 증가에 따라, 센터의 중요성도 더욱 커지는 추세다. 센터가 문을 연 첫해인 2009년에는 협진 대상 산모의 평균 연령이 31세 2개월이었으나, 2026년에는 34세 5개월이었다. 이처럼 출산 연령이 높아지고 산전 진단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산부인과와 진단검사의학과의 협진도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진단검사의학과는 보건복지부 지정 '극희귀질환 및 상세불명 희귀질환 진단센터'인 유전진단검사센터를 중심으로 태아 염색체 이상 검사와 산전 유전자 검사, 희귀·유전질환 산전 진단 등을 활발히 시행하고 있다. 진단검사의학과의 협진을 통해 출생 후 유전질환과 선천성 이상 뿐 아니라, 출생 전 태아의 유전질환 및 구조적 이상에 대한 진단과 상담도 제공하고 있다. 검사 결과 이상이 확인되면 선천성질환센터 다학제 의료진이 함께 출생 후 치료 계획까지 연계해 환자와 가족에게 최적의 진료 방향을 제시한다.
전 세계적으로 희귀질환은 7000여종에 이르지만, 대부분 임상 증상만으로는 구별하기 어려워 진단이 쉽지 않다. 특히 희귀질환의 약 80%는 유전질환으로, 생명을 위협하거나 만성적인 장애를 유발하는 중증질환이 많다. 국내에도 현재 1,094종의 희귀질환이 등록되어 있으며, 희귀질환자는 1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단검사의학과 김명신 교수는 "임상 증상으로 유전질환이 의심됐지만 진단검사에서 원인을 찾지 못한 환자들도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유전자 분석 기술이 도입될 때마다 다시 분석해 그동안 진단하지 못했던 다양한 유전질환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며 "앞으로도 환자 개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진단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센터는 단순히 우수한 치료역량에 앞서, 생명존중의 가톨릭 영성을 바탕으로 모든 생명은 존엄하다는 신념 아래 진료를 이어가고 있다. 진단과 수술, 재활, 심리 지원까지 아이의 삶 전체를 함께 바라보는 통합 의료를 지향하며, 치료 이후에도 정신적·육체적 재활과 유관기관 연계를 통해 아이와 가족이 지속적인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러 진료과의 협진이 필요한 복잡한 질환으로 경제적 부담이 큰 선천성 환아들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없도록, 이형섭복지재단의 기부금과 사회사업팀을 통한 자체 지원 등으로 저소득층 환자의 치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선천성질환센터장 박인양 산부인과 교수는 "고위험 산모가 증가하면서 산모와 신생아 모두에게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진료를 제공하는 선천성질환센터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의료진의 결정을 믿고 두려움 속에서도 출산과 아이의 치료를 함께 견뎌주신 보호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센터를 통해 태어난 모든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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