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수면행동장애 환자 중 향후 파킨슨병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MRI로 선별할 수 있는 가능성이 확인됐다. 모든 환자에게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한 정밀검사를 시행하기보다, MRI를 통해 고위험군을 먼저 가려낸 뒤 필요한 환자에게 추가 검사를 시행하는 방식이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주은연 교수, 영상의학과 김응엽·손범석 교수, 세종충남대병원 김재림 교수 연구팀은 신경멜라닌 민감 MRI(Neuromelanin-sensitive MRI, NM-MRI)를 이용해 렘수면행동장애 환자의 파킨슨병 위험도를 선별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Brain Imaging and Behavior 최근호에 게재됐다.
렘수면행동장애는 수면 중 꿈의 내용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질환이다. 잠을 자면서 소리를 지르거나 팔·다리를 휘두르는 등의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파킨슨병이나 루이소체 치매 등 신경퇴행성 질환이 발생하기 전 단계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대표적인 전구 증상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렘수면행동장애가 있다고 해서 모두 파킨슨병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환자마다 향후 질환으로 진행할 위험이 다른 만큼, 고위험군을 조기에 구분해 추적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파킨슨병 위험도를 평가하는 데 활용되는 대표적인 검사 가운데 하나가 도파민 운반체(DaT) PET 검사다. 도파민 신경계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데 유용하지만 방사성 동위원소를 사용하고 비용 부담이 있으며, 검사 접근성에도 한계가 있어 모든 렘수면행동장애 환자에게 일률적으로 시행하기에는 부담이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검사로 신경멜라닌 민감 MRI에 주목했다.
신경멜라닌은 뇌의 도파민 신경세포에 존재하는 색소다. 파킨슨병이 진행되면서 도파민 신경세포가 손상되면 신경멜라닌도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경멜라닌 민감 MRI를 활용하면 이 같은 변화를 영상으로 포착해 도파민 신경세포의 손상 정도를 간접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연구팀은 렘수면행동장애 환자 66명과 건강한 대조군 30명을 대상으로 신경멜라닌 민감 MRI를 시행했다. 렘수면행동장애 환자는 이후 도파민 PET 검사 결과에 따라 이상 소견을 보인 37명과 정상 소견을 보인 29명으로 나눠 MRI 결과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도파민 PET에서 이상 소견이 확인된 환자군에서 신경멜라닌의 부피와 신호 강도가 뚜렷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도파민 PET 결과가 정상인 환자군에서는 건강한 대조군과 비교해 유의미한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
이는 신경멜라닌 민감 MRI에서 나타나는 변화가 도파민 신경세포 손상과 연관돼 있으며, 렘수면행동장애 환자 가운데 파킨슨병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환자를 가려내는 데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연구의 의미는 MRI가 기존의 도파민 PET를 대체한다는 데 있지 않다. 연구팀은 MRI를 1차 선별검사로 활용하고, 고위험군으로 판단되는 환자에게 도파민 PET 등 정밀검사를 추가하는 단계적 검사 전략을 제시했다.
신경멜라닌 민감 MRI는 방사선 노출이 없다는 점도 장점이다. 반복적인 추적관찰이 필요한 렘수면행동장애 환자에서 활용할 경우 검사 부담을 줄이면서 질병 진행 여부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다. 기존 뇌 MRI와 함께 시행할 수 있다는 점도 임상적 활용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손범석 교수는 "신경멜라닌 민감 MRI는 방사선 노출 걱정 없이 반복 검사가 가능하고 기존 뇌MRI 검사와도 함께 시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응엽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신경멜라닌 민감 MRI가 정밀검사가 필요한 환자를 선별하는 영상 바이오마커로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주은연 교수는 "렘수면행동장애 환자라고 모두 파킨슨병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며 "환자마다 질병 진행 위험이 다른 만큼 앞으로 개별 위험도에 맞춰 검사와 추적관찰을 달리하는 맞춤형 관리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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