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이나 안면 통증이 발생하면 치통, 축농증 등을 먼저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40~50대 이후 연령층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일상적 대화나 바람에 스치는 가벼운 자극만으로도 전기가 흐르는 듯한 갑작스럽고 극심한 통증이 반복된다면, '삼차신경통'으로 인한 신경의 이상 신호일 가능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삼차신경통은 인구 10만 명당 약 4~7명가량 나타나는 희귀질환으로, 40대 이상 연령대가 발생 환자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환자 중 50대 이상 연령대는 더욱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는 만큼 향후 국내 삼차신경통 환자 증가 가능성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삼차신경통은 초기에는 짧은 순간 나타났다 사라져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지만,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발작적인 통증이 심해지고 주기가 짧아지면서 일상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중년 이후 이러한 증상이 나타났다면, 초기 증상을 주의 깊게 살피고 전문의를 찾아 빠르게 상담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삼차신경통은 안면부의 '제5뇌신경'의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 통증이다. 제5뇌신경은 뿌리에서 세 갈래로 갈라져 '삼차신경'으로 불리며, 안면 감각과 턱 부위 저작근의 기능을 담당한다. 삼차신경통은 특별한 원인을 찾기 어려운 특발성 질환이다. 다만 일부 환자에서는 주변 혈관이나 골조직 등에 압박을 받거나 감염, 외상 등에 의해 신경이 손상을 입게 되면 통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큰 특징은 갑작스럽고 강렬한 통증이다. 이외에 경련과 마비 등 이상 증상도 번갈아가며 나타난다. 하루에도 수십 차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발생 시점 및 주기를 예측하기 어렵다. 이는 일상 생활에 큰 지장을 초래해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강남베드로병원 신경외과 전문의 윤강준 대표원장은 "삼차신경통은 세수, 양치 등 일상 속 가벼운 접촉이나 대화, 바람 등 공기 변화만으로도 강하고 찌릿한 통증을 유발한다"며 "심한 경우 밝은 빛에 노출만 되어도 통증이 발생하는 광과민증 (photophobia) 증상도 보고된 바 있다"고 설명한다.
통증의 수준 또한 매우 심한 편이다. 통증 척도 점수 상으로는 출산보다 심한 10점까지 기록될 정도며 심한 전기쇼크와 유사한 통증으로도 묘사된다. 통증은 갑작스럽게 나타나 순간적으로 사라지거나 수초, 혹은 수분간 지속되다 홀연히 사라진다. 또한 대부분의 삼차신경통은 얼굴 한쪽에서만 나타나는 편측성이지만, 드물게 양측성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보고되고 있다.
삼차신경통 치료의 관건은 조기 진단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의 강도가 점점 강해지거나 반복 주기가 짧아지는 등 만성화의 위험이 있는데다, 신경 손상과 근육 위축 진행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삼차신경통은 다른 질환과 증상이 비슷해 초기에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치통과 혼동되기 쉬워 치과에서 어금니를 발치한 뒤에도 통증이 계속돼 원인을 찾지 못한 채 불안과 고통을 호소하는 사례도 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신경외과 전문의를 통한 감별 진단이 필수적이다.
강남베드로병원 신경외과 전문의 윤강준 대표원장은 "삼차신경통 환자들은 초기에 치통, 축농증, 턱관절 질환 등 타 질환으로 잘못 생각해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경우가 많다"며 "오진을 막기 위해서는 질환 초기에 MRI, CT 등 검사를 통해 뇌신경의 구조적 상태를 파악한 후 정밀한 진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삼차신경통으로 최종 진단되면 항경련제, 진통제 등 보존적 치료를 통해 통증의 완화를 목표로 치료를 진행한다. 그러나 장기 투약 시에도 증상 호전이 없거나 통증이 악화되는 경우 신경의 손상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미세혈관감압술(MVD)을 시행한다.
미세혈관감압술은 30년간 꾸준히 시행되어 온 삼차신경통의 대표적 치료법이다. 삼차신경을 압박하는 혈관을 분리하고, 완충제 '테프론'을 삽입해 혈관의 박동이 신경에 전달되지 않도록 하는 수술이다. 보통 귀 뒷부분을 최소침습 방식으로 절개해 진행해 흉터의 부담이 적은데다 회복도 빠르다. 대부분의 환자에게서 즉각적인 증상 호전과 반영구적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정밀한 MRI 촬영과 혈관조영술이 겸비된 미세현미경 그리고 수술 중 신경모니터 등 고도화된 장비 및 술기를 적용해 수술 예후가 더욱 좋아지고 있으며 수술의 성공률도 높다. 고어텍스밴드와 브레인겔로 신경과 뇌혈관을 더욱 탄탄하게 분리, 고정하는 과정을 거치면 수술 효과를 더욱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실제로 강남베드로병원의 경우 미세감압술 시행을 통해 삼차신경통을 비롯한 안면신경 질환자의 95% 이상에서 완치 효과를 확인하기도 했다.
특히 타 의료기관에서 치료 후 통증이 다시 나타나 본원을 찾는 환자들도 늘고 있는데, 이 경우 재발원인과 현재의 신경의 상태를 면밀히 확인한 후 상태에 맞는 치료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삼차신경통의 명확한 원인은 밝혀진 바가 없지만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크거나 피로, 긴장 등과 관련이 있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충분한 휴식 및 규칙적인 생활습관, 과도한 스트레스 환경에의 노출을 줄이는 것 역시 증상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윤강준 원장은 "심한 안면 통증이 반복되거나 악화되는 경우 경험이 풍부한 신경외과 전문의를 조기에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정확한 삼차신경통 진단은 물론 고난도 미세감압술 시행이 가능한 의료진을 통해 체계적인 치료 계획을 세우면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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