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에서 직장 내 괴롭힘 판례 통한 주의사항

[병의원 법무컨설팅] 박행남 / 법률사무소 부강 대표변호사

최근 병원·의료기관에서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연이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간호사 사이의 이른바 '태움' 문화, 의사의 전공의에 대한 폭언, 상급자의 부당한 업무 지시 등이 반복되면서, 법원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판례들을 분석해 보면, 병원의 책임이 가해자 개인의 책임을 넘어 사용자책임으로까지 확대되는 추세가 뚜렷하다. 본 기고문에서는 의료기관 관련 직장 내 괴롭힘 판례를 분석하여 병원 경영진과 보건의료인이 유의하여야 할 실무적 주의사항을 정리하고자 한다.

1.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된 주요 판례

병원 치과과장인 의사가 치과위생사들에게 퇴사를 강요하고 '나쁜 애, 야비한 사람, 싸가지 없는 것들' 등의 폭언을 반복하며 따돌림을 조장한 사건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위법한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고 각 1500만원의 위자료를 인정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11. 8. 선고 2022가단5054715 판결).

대학병원 신경외과 부교수가 전공의들에게 수술 상황에서 욕설과 모욕적 발언을 반복한 사건에서도, 법원은 수술 환자의 응급 상황이라는 변명을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감봉 1개월의 징계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11. 21. 선고 2023가합64780 판결).

신규 간호사가 선임 간호사들로부터 반복적인 질책과 따돌림을 당하여 적응장애 진단을 받은 사건에서는 의정부지방법원이 선임 간호사들의 불법행위책임과 함께 형식적인 고충처리위원회만 설치하고 실효성 있는 제도를 갖추지 못한 병원의 사용자책임도 인정하여 위자료 1500만원 및 2500만원을 인정했다(의정부지방법원 2023. 6. 13. 선고 2021가단114204 판결).

2. 직장 내 괴롭힘이 불인정된 사례의 교훈

법원은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 하여 곧바로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고, '위법한'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25. 1. 7. 선고 2023가단250763 판결).

병원 수술실 간호사가 '태움' 문화에 의한 폭언을 주장한 사건에서 오히려 원고의 욕설 등 행위가 인정되어 청구가 기각됐고(부산지방법원 2023. 6. 20. 선고 2022나59585 판결), 의사가 간호사·간병인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였다고 주장한 사건에서도 관계상 우위가 인정되지 않았다(의정부지방법원 2024. 11. 8. 선고 2023나204386 판결). 직장 내 괴롭힘의 주장에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가 뒷받침돼야 한다.

3. 사용자(병원)의 조치 의무와 위반 시 책임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은 사용자에게 ①지체 없는 객관적 조사, ②피해근로자 보호조치, ③행위자에 대한 징계 등 조치, ④신고자·피해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 금지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수원지방법원은 피해근로자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용자의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했고(수원지방법원 2023. 10. 17. 선고 2022가단557422 판결),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은 조치의무 위반 자체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보아 위자료 1000만원을 인정했다(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2024. 1. 18. 선고 2022가합1455(본소), 2022가합1882(반소) 판결).

치과위생사 사건에서는 피해자에게 소명 기회 없이 경고처분을 한 것이 불리한 처우에 해당한다고 판단됐고, 괴롭힘 피해를 신고한 근로자에 대한 징계 다음 날 전보 발령이 부당전보로 인정되기도 했다(대전지방법원 2021. 5. 26. 선고 2020구합101620 판결).

4. 실무적 주의사항

이상의 판례 분석을 바탕으로 병원 경영진이 유의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형식적인 고충처리위원회 설치만으로는 사용자책임을 면하기 어려우므로, 실효성 있는 직장 내 괴롭힘 예방·처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접수되면 지체 없이 객관적인 조사를 실시하고 피해근로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취해야 한다. 셋째, 의료기관의 위계질서를 이유로 폭언이나 비인격적 대우가 정당화될 수 없고, 수술 중 응급 상황이라는 변명도 법원은 받아들이지 아니했다.

넷째, 피해자 신고를 이유로 한 보복성 인사조치는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추가적인 법적 책임을 초래한다. 다섯째, 직장 내 괴롭힘 증거 확보를 위한 녹음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판단될 수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4. 16. 선고 2020가단5087001 판결).

병원에서의 직장 내 괴롭힘은 피해 근로자의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로 환자 안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법원은 가해자뿐만 아니라 사용자인 병원의 책임도 엄격하게 묻고 있으며, 위자료 수준도 점차 상승하는 추세이다. 병원 경영진은 실효성 있는 예방·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고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데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병의원 법무컨설팅] 박행남/법률사무소 부강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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