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틀 거부"… 전공의들, 대한민국 의료 '10년 설계자'로 나섰다

대전협 정기총회서 정책 주도 전환 선언… 정책연구원·국제 협의체 출범, 사단법인화로 조직 기반 강화

대한전공의협의회 한성존 회장

대한민국 의료의 최전선에서 의정 갈등을 겪어온 전공의들이 더 이상 '수동적 수련자'에 머무르지 않겠다는 선언을 내놨다. 미래 의료 정책을 직접 설계하는 주체로 나서겠다는 강한 의지다.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한성존, 이하 대전협)는 28일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제28기 정기대의원총회'를 열고, 젊은 의사들의 정책 참여 확대와 조직 역량 강화를 골자로 한 대대적 개편안을 의결했다.

총회에는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과 박명하 상근부회장, 서울특별시의사회 황규석 회장,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 등 정·의료계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젊은 의사들의 행보에 힘을 실었다.

이번 총회는 단순한 조직 운영 논의를 넘어, 전공의 집단이 정책 생산 주체로 전환되는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한성존 회장은 개회사에서 지난 반년의 시간을 "상처와 혼란의 연속"으로 규정하면서도, 이를 통해 전공의들이 한 단계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극심한 갈등 속에서도 전문가로서의 양심과 의지를 지켜냈다"며 "이제는 단기 대응을 넘어 10년, 20년 뒤 대한민국 의료의 청사진을 직접 설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누군가 만들어 놓은 낡은 틀에 맞추는 시대는 끝났다"며 "우리가 살아갈 의료 환경은 젊은 의사들이 직접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수련병원 국가 책임제 도입 시급"… 의료계 공감대

축사에 나선 김택우 의협 회장은 전공의 수련 환경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국가 책임'을 강하게 요구했다.

김 회장은 "전공의특별법 시행 이후에도 대체 인력과 재정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며 "여전히 40% 이상이 24시간 초과 연속 근무를 하고 있는 현실은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를 값싼 노동력이 아닌 전문가로 존중해야 하며, 수련병원 국가 책임제 도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의협은 대전협과 단일대오를 형성해 의료 정책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 역시 의료 현장을 옥죄는 각종 규제와 법안들을 비판하며, 의사들이 헌법이 보장하는 단결권과 교섭권을 통해 정당한 권리를 쟁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 "비판 넘어 대안 제시해야"

정치권 역시 전공의들의 변화에 기대를 드러냈다.

이날 김윤 의원은 "의료 체계가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전공의가 정책의 중심에 서야 한다"며 "비판을 넘어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주영 의원도 "전공의는 이미 대한민국 의료를 지탱하는 핵심 축임이 확인됐다"며 "기다리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미래를 만들어가는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총회에서는 전공의 조직의 '질적 전환'을 보여주는 핵심 안건들이 대거 통과됐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정책 연구 기능을 담당할 '젊은의사정책연구원(YPPI)' 설립이다.

YPPI는 전공의 수련 구조 개편, 근무시간 개선 등 현안에 대해 근거 기반 정책을 생산하는 싱크탱크 역할을 맡는다. 첫 연구 과제로는 '보호수련시간 보장'을 위한 수련체계 개편이 제시됐다.

또한 전공의, 군의관, 공중보건의 등 젊은 의사를 하나로 묶는 '젊은의사협의체(JDN-Korea)'도 출범한다. 이는 국제 네트워크와 연계해 한국 젊은 의사들의 정책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다.

특히 '사단법인 대한전공의협의회' 설립이 의결되며 조직의 법적 기반도 강화됐다.

사단법인화는 단순한 형식 변화가 아니라, 정책 수행 능력과 대외 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평가된다. 이를 통해 정부 사업 참여, 연구 수행, 재정 투명성 확보 등 조직의 공적 역할이 확대될 전망이다.

이 밖에도 제28기 부회장 및 이사 인준, 사업계획 및 예산안 심의,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선출 등 총 10개 안건 중 후보자가 부재했던 감사 선출의 건을 제외한 9개 안건이 모두 원안대로 가결되며 총회가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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