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 이송 시범사업 순항?… 응급의학과의사회 "명분쌓기" 반발

응급의학의사회, 정부 시범사업 정면 비판… "광역상황실 개입 사례 전무"
"학회와 평가 엇갈려… 정책 설계 실패·응급실 강제수용 입법 수순 우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

정부가 추진 중인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을 둘러싸고 의료계 내부에서도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일선 개원가에서는 "실적 없는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는 강도 높은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의 실질적 개입 사례가 전무하다는 지적과 함께, 향후 응급실 수용을 강제하는 입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지난 22일 대한개원의협의회 춘계연수교육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20일간 2000건이 넘는 중증 응급환자 신고가 있었음에도 광역상황실이 개입하거나 수용 곤란 사례를 해결한 건은 단 한 건도 없었다"며 "이는 시범사업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밝혔다.

이번 시범사업은 광주·전북·전남 지역을 대상으로, 중증 응급환자 발생 시 광역상황실이 적정 병원을 지정하고 필요 시 우선 수용을 강제하는 체계를 골자로 지난 1일부터 시행됐다. 앞서 대한응급의학회는 지역 내 협력을 통해 원활한 이송이 이뤄지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소방과의 사전 협의 등 일부 개선된 측면은 인정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정책 개입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시범사업이라면 새로운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기존 시스템과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사회는 이번 정책이 단순한 시범사업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이 회장은 "정부는 이를 근거로 전국 확대를 추진하고, 궁극적으로는 응급실 수용을 강제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려 할 것"이라며 "현장의 근본 문제를 외면한 채 결과만 통제하려는 접근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응급의료 체계의 핵심은 충분한 인프라와 인력, 그리고 적정 보상과 법적 보호"라며 "이러한 기반 없이 추진되는 정책은 결국 의료진 이탈과 현장 혼란만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응급의학회와 의사회 간 입장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난 가운데, 정부가 추진 중인 시범사업의 향후 방향과 하반기 전국 확대 계획이 의료계 갈등의 새로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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