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성분명 처방 중단하라"… 대개협, '1차의료 붕괴' 총력 경고

박근태 회장 "의사 수 아닌 구조 문제, 지역 정착 유인·수가 정상화가 해법"
성분명 처방 "환자 안전 위협"… 검체제도·관리급여도 전면 재검토 촉구

대한개원의협의회는 22일 제37차 춘계연수교육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개원의협의회가 의대 정원 확대와 성분명 처방 강제화 정책에 대해 "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접근"이라며 즉각적인 정책 전환을 촉구하고 나섰다.

단순한 의사 수 확대가 아닌, 왜곡된 보상 구조와 전달체계를 바로잡지 않는 한 1차의료와 지역의료의 붕괴를 막을 수 없다는 강도 높은 경고다.

대한개원의협의회(회장 박근태)는 22일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제37차 춘계연수교육 학술세미나'를 개최하고 기자간담회를 통해 의료현안 전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전국 개원의 약 1000여명이 참석해 현장의 위기감을 공유했다.

박근태 회장은 "현재 의료 문제의 본질은 의사 수 부족이 아니라 구조적 왜곡에 있다"며 "지역에서 진료할 수 있도록 만드는 실질적인 유인책 없이 의대 정원만 늘리는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세제 혜택, 금융 지원, 필수의료 수가 가산, 생활 인프라 확충이 함께 이뤄져야만 지역의료가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대해서도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대개협은 현재 정책이 '속도·근거·방향' 모두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단일 모델에 의존한 의료인력 추계의 한계를 짚으며, 최소 3년 주기의 재추계와 임상의사 참여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원 확대는 고정된 정책이 아니라 성과에 따라 조정되는 '조건부 정책'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분명 처방 강제화에 대해서는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정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박 회장은 "오리지널과 제네릭 의약품은 생물학적 동등성 범위가 80~125%로 개인별 반응 차이가 존재한다"며 "약국에서 임의로 변경될 경우 부작용 발생 시 원인 규명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안과의사회 정혜욱 회장도 "노인 환자의 경우 약병 색깔로 약을 구분하는 경우가 많다"며 "성분명 처방으로 동일 색상의 약이 혼재될 경우 심각한 투약 오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와 함께 정부의 관리급여 제도에 대해서는 "본인부담률 95%로 사실상 비급여와 다를 바 없는 '허울뿐인 급여'"라고 비판했다. 실손보험 보장 축소와 맞물려 국민 체감 보장성이 오히려 후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성필 총무부회장도 비급여 통제를 목적으로 신설한 '관리급여(본인부담률 95%)' 제도의 맹점을 지적했다. 

이 총무부회장은 "본인부담률이 95%에 달해 사실상 비급여와 다를 바 없으며, 5세대 실손보험과 연동될 경우 환자의 보장성은 오히려 소멸하는 모순이 발생한다"면서 "불투명한 재평가 과정을 통해 언제든 퇴출당할 수 있어 의사의 진료권과 환자의 선택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검체 위·수탁 제도 개편과 관련해서도 현장 혼란과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우려했다. 대개협은 수탁기관 직접 청구 방식이 도입될 경우 환자 민감정보 유출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며, 기존 청구 체계를 유지하는 방식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정부가 추진 중인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에 대해서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강제적 문지기 역할 도입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개협은 행위별 수가제를 기반으로 한 인센티브 구조와 단계적 도입, 그리고 의료계와의 파트너십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경문배 총무이사는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통합돌봄)'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환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강제적 문지기 역할 도입에는 반대한다"면서 "행위별 수가제를 근간으로 하되 인센티브 형태의 수가가 더해져야 하며, 정책 파트너로서 전문가의 의견이 반영된 점진적 도입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학술세미나에서는 AI 의료 시대의 법적 책임과 윤리, 마약류 처방 관리, 만성질환 최신 지침 등 개원의들이 반드시 숙지해야 할 필수 교육이 진행됐다. 유현준 교수의 병·의원 설계 특강과 함께 마이크로바이옴, 유전자 스크리닝 등 미래 의료 트렌드를 다룬 세션도 마련돼 참석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박근태 회장은 "의료정책은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국민 건강과 의료의 지속가능성을 중심에 둬야 한다"며 "1차의료를 살리는 구조 개혁 없이는 어떤 정책도 성공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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