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검진 기준 '현실 외면'… 1차 의료 붕괴 위기 경고"
한국건강검진학회 춘계학술대회 열고 조연희 회장 연임 속 제도 개선 촉구
"폐기능 검사부터 검체수탁까지 '탁상행정' 비판… 사후관리 중심 개편돼야"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검사 기준과 행정 규제가 이어진다면, 1차 의료기관은 더 이상 국가건강검진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건강검진학회가 국가건강검진 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강도 높게 지적하며,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과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특히 폐기능 검사 기준과 검체 수탁 고시 개편 등 최근 정책 변화가 일선 의료기관의 현실과 괴리돼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한국건강검진학회(회장 조연희)는 22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제11회 춘계학술대회 및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대의원총회에서는 조연희 회장의 연임이 확정됐으며, 학회는 1차 의료기관 검진 환경의 위기 상황을 공유하고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폐기능 검사 도입 취지 공감… 8회 반복 등 과도한 규제는 독(毒)"
올해부터 만 56세, 66세를 대상으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조기 발견을 위한 폐기능 검사가 국가검진 항목에 포함됐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는 해당 기준의 현실성 부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를 두고 윤경한 공보이사는 "질환 조기 발견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정확도를 이유로 최대 8회까지 검사를 반복하도록 한 기준은 고령 수검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크리닝 목적의 국가검진에서 진단 수준의 엄격한 정도관리를 요구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으며, 이에 비해 수가 역시 충분히 보상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학회는 현장 적용이 가능한 유연한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해 관계 기관과 협의를 진행 중에 있다.
"검진 쏠림 구조 개선해야… 사후관리 중심 평가 전환 필요"
국가건강검진이 대형병원 중심으로 쏠리는 현상 역시 주요 문제로 지목됐다.
조연희 회장은 "검진의 본질은 조기 발견 이후 지속적인 관리와 치료로 이어지는 데 있다"며 "현재처럼 대형병원에서 검진만 받고 이후 관리는 지역 의료기관에 맡기는 구조는 비효율적"이라고 밝혔다.
조승철 대외협력및홍보부회장도 "검진기관 평가에서 사후관리 비중을 확대하고, 기관별 검진 건수 제한을 도입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통해 과도한 쏠림 현상을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검체 수탁 고시 개편 부담 가중… 재정 지연도 심각"
이와함께 학회는 검체 수탁 고시 개편 역시 1차 의료기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검체 수탁 고시 개편'이 의원급 의료기관의 행정 부담을 가중시켜 결국 검진 포기 사태를 불러올 것이라는 다.
조승철 부회장은 "검체 수탁 개편은 외래뿐만 아니라 검진 운영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현장의 현실을 무시한 채 비용 절감 잣대로만 밀어붙인다면 검진 서비스의 질적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지자체 예산 소진을 이유로 의료급여 환자의 국가 암검진 비용이 2년 가까이 지급되지 않는 황당한 사태도 언급됐다.
조 부회장은 "기관당 수천만 원에 달하는 미지급금으로 운영 압박을 받고 있다"며 "이는 1차 의료기관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으로, 중앙정부 차원의 신속한 예산 투입과 '선(先)검진 후(後)정산' 방식의 근본적인 개선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전립선암 검진 도입·고지혈증 기준 개선 등 정책 보완 시급"
이날 학회는 국가검진 항목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정책 제안도 내놓았다.
이창현 총무이사는 "남성암 발생 1위인 전립선암에 대해 국가검진 체계가 미흡하다"며 "간단한 혈액검사로 조기 발견이 가능한 만큼 검진 항목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고지혈증 검진 시작 연령의 성별 차이에 대해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조연희 회장은 "조기 예방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남녀 모두 20대부터 동일한 기준으로 검진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정신건강 검진의 경우 상담 중심 특성을 반영해 적정 수가 보상과 사후상담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학회는 "국가건강검진이 실질적인 국민 건강 증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현장 중심의 정책 설계가 필수적"이라며 "규제와 통제 중심이 아닌 지속 가능한 1차 의료 기반 강화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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