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췌장은 조용히 무너질 수 있다. 특히 술과 담배에 오래 노출된 중년 남성이라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3월은 겨울 동안 늘어난 체중과 음주·흡연 습관이 누적된 상태에서 활동량이 늘어나면서 피로와 소화불량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쉬운 시기다. 이때 췌장 질환의 신호를 놓치면 진단이 늦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질환 전문병원인 다사랑중앙병원 내과 전용준 원장은 "장기간 술을 마셔온 중년 남성은 간 질환뿐 아니라 만성 췌장염도 함께 주의해야 한다"며 "50대 이상에서 비만, 당뇨, 흡연, 고지혈증 등 위험요인이 겹칠 경우 증상이 뚜렷하지 않더라도 정기적인 검진과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췌장은 우리 몸 깊숙한 곳에 위치한 장기로 소화효소와 인슐린을 분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췌장 질환은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 특히 췌장암은 대표적인 '침묵의 암'으로 불릴 만큼 증상이 늦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췌장은 주변 장기와 복잡하게 연결돼 있어 병이 진행된 뒤 발견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수술 역시 고난도에 속해 치료 과정이 쉽지 않은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췌장염은 췌장 분비샘이 손상되거나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급성과 만성으로 구분된다. 특히 반복적인 음주는 췌장액 분비를 과도하게 증가시키고, 일부가 췌장으로 역류하면서 췌장 세포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메스꺼움이나 갑작스러운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혈액 검사를 통해 췌장 효소 수치를 확인하고, 췌장과 주변 장기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CT나 MRI 등 영상 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실제 알코올 사용장애로 입원한 환자 가운데 50대 남성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사랑중앙병원이 2025년 남성 입원환자 835명의 연령대를 분석한 결과, 50대가 201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40대 168명, 30대 156명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환자 상당수가 음주와 흡연을 동시에 지속하고 있었으며, 이 가운데 적지 않은 환자가 췌장 질환을 동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용준 원장은 "만성 췌장염은 반복적인 염증으로 췌장 기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췌장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며 "50대 이후 흔히 나타나는 복부비만 역시 대사 이상과 맞물려 위험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췌장 질환은 비교적 미묘한 신호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식사량 변화가 크지 않은데도 이유 없이 체중이 줄거나, 소화불량과 상복부 불편감이 한 달 이상 지속된다면 췌장 질환 가능성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갑자기 혈당 조절이 잘되지 않거나 최근 당뇨가 급격히 악화되는 경우도 신호일 수 있다. 명치 아래나 옆구리 통증이 반복되거나 등·허리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 피부나 눈의 흰자가 노랗게 변하는 황달 증상이 나타날 때도 의료진 상담이 필요하다.
전용준 원장은 "췌장 질환 위험요인이 겹친다면 정기검진에서 복부 초음파를 기본으로 시행하고 필요 시 CT 등 정밀검사를 포함해 의료진과 검사 계획을 상의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어 "혼자서 음주를 조절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지역 내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나 전문병원의 치료 프로그램을 통해 도움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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