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국회 앞 '결사항전'… "성분명처방 강행 시 의약분업 전면 파기"

11일 '성분명처방 저지 궐기대회' 개최… 전국 의사 대표자들 집결해
김택우 회장 "환자 안전보다 특정 직역의 이익 우선 입법" 강력 비판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현장 방문 "의료개혁 실패 반성, 목소리 반영"

국회의 성분명처방 의무화 법안 추진을 둘러싸고 의료계의 반발이 정면 충돌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국회가 관련 법안을 강행할 경우 지난 2000년 의약정 합의로 도입된 의약분업 체계의 전면 백지화도 불사하겠다는 초강경 입장을 내놓으며 사실상 '결사항전'을 선언했다.

대한의사협회 범의료계 국민건강보호 대책특별위원회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서 '성분명 처방 저지 궐기대회'를 열고 정치권의 입법 움직임을 강도 높게 규탄했다.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전국 각지에서 모인 200여명의 의사 대표자와 회원들은 성분명 처방 강제화가 의료 전문가의 처방권을 침해하고 국민 건강권을 위협하는 정책이라며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

"환자 생명 달린 전문 의료행위… 경제 논리로 재단 안 돼"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범대위 위원장)은 이날 대회사에서 성분명 처방이 단순한 화학 성분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전문 의료행위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동일 성분의 의약품이라 하더라도 제형이나 제조사에 따라 약동학적 특성과 임상 반응이 달라질 수 있으며, 특히 소아와 고령자, 중증 질환자에게는 미세한 약효 차이가 중대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법안을 두고 "환자 안전을 외면한 채 약국 재고 관리와 특정 직역의 이해관계를 우선한 비상식적인 입법 시도"라고 규정하며 즉각적인 폐기를 요구했다.

또한 최근 반복되고 있는 의약품 수급 불안정의 원인은 약가 구조와 생산 체계 문제에서 비롯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국회가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조적 대책 대신 성분명 처방이라는 방식으로 책임을 의료계에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의사의 진단과 처방, 약사의 조제와 복약지도라는 의약분업의 기본 원칙이 무너진다면 이는 2000년 의약정 합의의 파기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며 "성분명 처방 강제화가 현실화될 경우 의료계는 의약분업 전면 백지화까지 포함한 모든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의협이 실시한 대국민 여론조사에서도 성분명 처방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조사 결과 법안 내용을 인지한 국민의 77%가 성분명 처방에 동의하지 않거나 우려를 나타냈으며, 약사의 대체 조제를 선호한다는 응답은 7%에 그쳤다. 반면 의약품 수급 불안 상황에서는 병원 내 직접 조제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70%에 달했다.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 역시 성분명 처방 입법 시도를 두고 "환자 편의와 수급 안정이라는 명분 뒤에 숨어 대한민국 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입법"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이날 궐기대회가 본격적인 의료계 투쟁의 출발점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주병 범대위 성분명처방 저지 위원장

"법안 강행하면 '오리지널 약 처방 운동' 전개"

이주병 범대위 성분명처방 저지 위원장은 현행 대체조제 사후통보 제도가 본래 취지와 달리 복제약 재고 처리 수단으로 변질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성분명 처방을 따르지 않을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한 법안 조항을 두고 "의사의 전문적 처방 판단을 형사처벌로 통제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헌법적 가치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정말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효능 변동 폭이 큰 복제약이 아니라 임상적 안정성이 검증된 오리지널 의약품 사용을 확대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향"이라며 "국회가 입법을 강행할 경우 의료계는 환자 보호 차원에서 '100% 오리지널 약 처방 운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동안 국내 제약 산업을 고려해 복제약 처방을 유지해 온 관행도 재검토할 것"이라며 "대체 조제된 의약품이 복제약이라는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는 대국민 홍보 활동도 병행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장동혁 당대표가 직접 방문해 의료계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날 집회 현장에는 국민의힘 장동혁 당대표가 직접 방문해 의료계의 의견을 청취했다.

장 대표는 과거 정부가 의료계와 충분한 소통 없이 의료 개혁 정책을 추진하면서 갈등을 키운 점을 인정하며 "정치권이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의 역할은 국민의 삶과 건강을 지키는 데 있다"며 "앞으로 의료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고 의료계와의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궐기대회에 참석한 14만 의사 회원 일동은 결의문을 채택하고 성분명 처방 강제화 법안의 즉각 폐기를 촉구했다.

이들은 의약품 수급 불안정의 원인이 원료의약품 해외 의존 구조와 약가 정책 실패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의료계 책임으로 돌리는 입법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국회가 전문가들의 경고를 외면하고 법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국민 건강권과 의료체계 수호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향후 투쟁 수위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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