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디지털 트윈' 기반, 바이오 대전환 시대로 재편

[2026년 신년기획/ 보건산업 AI 열풍] 날개 단 신약개발
정부 주도 'AI-바이오 전략' 구축
5년내 신약 파이프라인 10배 확대
'데이터의 질·통합' 해결 과제로

 

제약·바이오 산업이 더 이상 '운'과 '막대한 자금'에만 의존하는 고위험 도박에서 벗어나 디지털 데이터 중심의 과학적 정밀 산업으로 재편됐다.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이 신약 개발 전 주기에 깊숙이 침투하면서,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설계, 승인까지의 전 과정이 디지털 트윈과 시뮬레이션으로 대체되는 '바이오 대전환'이 정점에 달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도 이러한 변화의 파도를 타고 반도체에 이은 제2의 국가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에 나선 상황이다. 글로벌 빅파마들도 AI 전용 슈퍼컴퓨팅 인프라에 수조 원을 투입하며 R&D 격차를 확대하는 중이며 국내 기업들도 속도를 올리고 있는 가운데 정부도 'AI-바이오 국가 전략'을 통해 신약 파이프라인을 5년 내 10배 확대한다는 목표를 추진 중이다.

2026년 글로벌 제약 시장의 핵심은 단순한 데이터 분석을 넘어 AI가 스스로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설계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의 부상이다.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 시리즈가 단백질 구조 예측의 표준이 된 이후, 이제는 분자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과 체내 독성을 90% 이상의 확률로 사전에 예측하는 '멀티모달 바이오 파운데이션 모델'이 상용화됐다.

글로벌 빅파마들은 AI 전용 슈퍼컴퓨팅 인프라 구축에 수조 원을 쏟아붓고 있으며, 이는 'AI를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사이의 R&D 격차를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벌리고 있다. 특히 비만 치료제와 같은 거대 시장에서 AI가 도출한 최적의 제형 기술은 특허 만료를 앞둔 기업들에게 새로운 생존 전략을 제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AI가 단순한 보조 도구를 넘어 연구원의 파트너로서 독립적인 판단을 내린다. 임상 승인 서류의 상당 부분이 AI에 의해 자동 생성되고 있으며, 규제 기관 역시 이러한 디지털 데이터를 수용하기 위한 새로운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AI 신약 개발 분야에서 가장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국가 중 하나로 평가된다. 2026년 정부는 'AI-바이오 국가 전략'을 통해 5년 내 신약 파이프라인을 10배로 확대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송도와 오송을 잇는 바이오 클러스터는 이제 거대한 '바이오 파운드리'로 진화하여, AI가 설계한 후보물질을 로봇이 실시간으로 합성하고 검증하는 자동화 시스템을 갖췄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대형사들은 AI 기반의 공정 최적화를 통해 생산 수율을 극대화했으며, 유한양행과 한미약품 등은 AI 플랫폼 기업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차세대 ADC(항체-약물 접합체) 및 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대거 확충했다.

비약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는 명확하다. 우선 '데이터의 질과 통합'이다. 각 병원과 기업에 흩어져 있는 의료 데이터가 여전히 '사일로(Silo)'화 되어 있어, 이를 표준화하고 가명 처리하여 학습에 활용하는 법적·기술적 인프라가 더욱 정교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AI 격차' 도 해결 해야할 과제다.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 제약사와 벤처들이 고가의 AI 인프라와 전문 인력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은 생태계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여기에 AI가 제안한 결과물을 인간 연구자가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가에 대한 '설명 가능한 AI(XAI)' 기술 확보도 필수적이다.

결국 미래의 바이오는 반도체처럼 설계(AI 신약 설계)와 제조(CDMO)가 분업화되면서도, 데이터를 쥔 자가 전체 생태계를 지배하는 구조로 재편될 것이다. 한국이 이 거대한 흐름의 '설계자'가 될 수 있을지는 올해부터 시작되는 AI 바이오 혁신 거점의 성패에 달려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K-바이오가 진정한 글로벌 리더로 도약하려면 기술적 우위를 넘어 '데이터 신뢰'를 담보해야 한다. AI가 도출한 약물이 왜 효과적인지 규제 기관과 의료진을 논리적으로 납득시킬 수 있는 설명 가능한 AI(XAI) 역량이 향후 시장 점유율을 결정짓는 핵심 잣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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