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기술·제조 경쟁력 시너지… '글로벌 톱5' 도약

[2026년 신년기획/ 보건산업 AI 열풍] 신성장동력 'K-바이오 3.0
AI 신약 개발·ADC·CDMO 견인
내년 수출 300억弗 돌파 전망
펀드 조성·국제표준 선점 시급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심장으로 불리는 바이오 산업은 이제 '바이오 1.0(복제약 중심)'과 '바이오 2.0(단발적 기술 수출)'의 시대를 넘어, 독자적인 플랫폼과 AI 기술력을 결합한 'K-바이오 3.0' 시대로 진입했다.

AI와 데이터가 제조공정과 결합하고 신규 모달리티(Modality, 치료 접근법)가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독자적 기술력과 압도적 제조 역량을 앞세워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로 도약하는 양상이다.

현재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AI(인공지능)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인프라다. 실제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 전통 제약사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같은 바이오 대기업까지 전 주기에 걸친 AI 신약 개발 플랫폼 구축을 완료했다.

과거 수만 개의 후보 물질을 일일이 실험하던 방식은 종말을 고했다. 이제는 슈퍼컴퓨팅 시뮬레이션을 통해 독성을 사전에 예측하고, 최적의 화합물 구조를 도출하는 데 단 몇 주면 충분하다. 2026년 글로벌 AI 신약 개발 시장 규모가 약 33억달러(약 4조8000억원)로 급성장하는 가운데, 한국은 정부 주도의 'K-AI 신약 개발 지원' 사업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데이터 접근성을 확보하며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정부는 2026년 바이오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하며 'AI-바이오 융합 전문 인력'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단순히 '빠른 개발'에 그치지 않고, 임상 성공률을 기존 대비 2배 이상 끌어올린 것이 K-바이오 3.0의 핵심 경쟁력이다.

2026년 제약바이오시장의 최대 화두는 단연 GLP-1 계열의 비만 치료제와 ADC(항체-약물 접합체), 그리고 CGT(세포·유전자 치료제)다. 전 세계를 휩쓴 비만약 열풍은 이제 단순 체중 감량을 넘어 대사질환, 심혈관질환, 알츠하이머 등 광범위한 분야로 적응증이대사 질환 전반으로 적응증을 확장하며 '역사상 최대의 블록버스터' 시대를 열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오는 2030년 비만 치료제 시장은 1500억 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한국 기업들도 이 흐름 속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미약품은 차세대 GLP-1 유도체에 대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해당 계열 약물 생산을 위한 전용 CDMO(위탁개발생산) 라인을 완비했다.

또 다른 핵심은 ADC(항체-약물 접합체) 분야다. ADC는 항체가 암세포를 정확히 타깃으로 찾아가 공격 약물을 전달하는 첨단 기술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텍 등은 이미 글로벌 빅파마와의 협력으로 ADC 전용 생산시설을 확보하고, 제품군을 확대 중이다. 여기에 국내 바이오벤처들도 연이어 기술 수출을 성사시키며 수조 원대 글로벌 딜을 체결하고 있다.

CGT(세포·유전자 치료제) 역시 미래의 핵심 축이다. 유전 질환이나 희귀병에 적용되는 고난도 치료제인 만큼, 생산공정 혁신과 품질 관리가 산업 경쟁력을 결정한다. 한국은 CDMO 역량과 임상 데이터 관리 기술을 살려 이 시장에서 존재감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 바이오산업의 전통적 강점은 탁월한 제조 역량이다. 그러나 K-바이오 3.0 시대의 'CDMO 2.0'은 단순한 수탁생산을 넘어 기획·개발·운영·제조를 아우르는 토탈 솔루션 제공자로 진화하고 있다.

CDMO 기업들은 세포주 개발, 공정 최적화, 품질 인증, 국제 규제 대응까지 산업 가치사슬 전반을 책임진다. 이처럼 생산과 개발이 통합된 구조는 고객사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빅파마로부터 장기 파트너십을 확보하는 원동력이 된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송도 제4공장이 가동을 시작하며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바이오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여기에 셀트리온의 유럽 공정 확장,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플랫폼 전환 등으로 한국은 이미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핵심 허브로 떠오르고 있다.

2026년 한국의 바이오·헬스 수출액은 300억달러(약 42조원)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를 잇는 '제2의 수출 효자 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셈이다. 수출 대상도 아시아에서 북미·유럽·남미로 다변화되고 있으며, "K-CDMO"라는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K-바이오 3.0의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디지털 치료제(DTx)와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도 제도권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단순 의약품 수출을 넘어 의료 서비스 시스템 자체를 수출하는 'K-디지털 헬스' 모델이 구체화되면서 2030년 글로벌 톱 5 진입을 향한 행보에 탄력이 붙고 있다.

2026년 국가 성장 기금 중 바이오 분야에만 조 단위의 예산이 투입되며, 특히 3상 임상 전용 펀드와 백신 펀드가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 허들을 낮추고 있다. 전문가들은 K-바이오 3.0의 성공이 기술력뿐 아니라 글로벌 규제 대응력과 데이터 보안 경쟁력에 달려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유럽연합(EU)의 데이터 보호 규정(GDPR)이나 미국의 FDA 승인 체계 등은 진입 장벽이 높다. 한국 기업들이 국제 인증과 보안 표준을 선점해야 글로벌 시장 내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국가 바이오 데이터 센터' 설립을 추진하며, 민간·공공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범정부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다.

또한 기술적 도약과 함께 글로벌 규제 대응 및 데이터 보안 강화를 향후 과제로 꼽는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K-바이오 3.0은 인공지능과 혁신 신약 기술이 제조 경쟁력과 결합해 폭발적인 시너지를 내는 단계"라며 "이제 한국은 글로벌 트렌드를 뒤쫓던 수준을 벗어나 차세대 치료제 개발과 공급망의 표준을 제시하는 주도적 위치에 서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다만 글로벌 톱 5 강국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빅파마와의 기술 격차를 좁힐 대규모 펀드 조성과 국가 간 데이터 보안 장벽을 넘을 수 있는 국제 표준 선점이 시급한 과제"라며 "정부의 규제 혁신과 기업의 공격적인 투자가 조화를 이룰 때 K-바이오의 전성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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