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체검사·성분명 처방·한의사 X-ray로 醫·政 또 충돌

[2025 보건산업 결산/ 의료계]
의대증원 '미완의 봉합'… 수련 격차 문제 등 불씨 여전
정부 '비급여 관리급여 전환' 정책에 의료계 다시 거리로
'간호법' 본격 시행… 'K-의료기기'는 안정적 성장 곡선

2025년 보건의료계는 '갈등과 전환'이라는 두 키워드로 요약된다.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을 둘러싼 의정갈등의 후폭풍이 연중 의료현장을 흔들었고, 의료계는 거리로 나와 정부 정책을 정면 비판했다. 동시에 의료기기와 AI 헬스케어 산업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며 한국 보건산업의 새로운 동력으로 존재감을 키웠다.

의료정책, 진료현장, 산업 전반이 복합적으로 요동친 한 해였다. 새 대전협 출범과 함께 의정갈등으로 떠났던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복귀했지만, 의료체계 복구는 없었고, 수련 격차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또 이 시기 간호법 시행과 함께 추진된 PA 제도화는 더욱 구체화돼 내년 시행을 예고하고 있다. 이처럼 보건의료계는 시원한 해법을 찾지 못한 과제를 안은 채 2026년을 맞이한다. 

의정갈등 장기화… "정책 신뢰 붕괴"

2025년 보건의료계를 관통한 최대 이슈는 단연 의정갈등이었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 이후 촉발된 갈등은 전공의 집단 사직과 의료 공백 사태로 이어졌고, 연초부터 의료 현장은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전공의 상당수가 하반기 들어 병원으로 복귀했지만, 의료계 내부에서는 "형식적 복귀일 뿐 구조적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의료계와의 충분한 논의 없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은 의료계의 불신을 더욱 키웠다.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이 새 집행부를 출범시키며 대화 복원을 시도했지만, 지역의사제 도입, 비대면진료 법제화 등 핵심 쟁점은 의료계 반대 속에 연말 국회를 통과했다. 의료계는 "정책 방향이 정해진 뒤 형식적 협의만 반복됐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도수치료 급여화는 보험사만 웃어

올해 하반기 의료계를 다시 거리로 나오게 만든 것은 정부의 '비급여 관리급여 전환' 정책이었다. 도수치료, 신경성형술 등 비급여 항목을 관리급여로 묶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 의료계는 "환자 부담을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늘리는 정책"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의료계는 구체적인 시뮬레이션 수치를 제시하며 관리급여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도수치료를 예로 들면, 기존 비급여 체계에서는 실손보험을 적용받아 환자 부담이 2만원 수준이었지만, 관리급여 전환 시 환자 부담이 3만원대 후반으로 증가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의협은 "실손보험사의 부담은 급감하는 반면 환자와 건강보험 재정이 희생되는 기형적 구조"라며, 관리급여 제도의 법적 근거 부족 문제까지 제기하며 헌법소원 가능성도 시사했다.

검체검사 개편 등 현장 혼란 지속

검체검사 제도 개편을 둘러싼 논란 역시 2025년 의료계를 압박한 주요 이슈였다. 정부 연구용역 결과와 상반된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되면서 내과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확산됐고 "현실을 무시한 행정"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성분명 처방 확대 논의와 한의사의 X-ray 사용 허용 문제도 의료계의 거센 저항을 불러왔다. 의료계는 "환자 안전과 전문성 경계를 허무는 정책"이라며 강경 대응 기조를 유지했고, 각 직역 간 갈등 역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간호법 시행·PA 제도화 임박

2025년은 간호법이 본격 시행되며 보건의료 인력 체계 전반에 구조적 변화를 예고한 해이기도 했다. 보건복지부는 간호법 시행에 맞춰 같은 해 '간호사 진료지원업무 수행에 관한 규칙' 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간호사의 진료지원업무 수행행위 목록 고시'를 행정예고하며 이른바 PA(Physician Assistant) 제도화를 공식화했다.

복지부는 이번 규칙 제정이 간호법에 따라 법제화된 간호사의 진료지원업무에 대해 세부 기준과 범위를 명확히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규칙안에 따르면 간호사가 진료지원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의료기관은 병원·종합병원·요양병원으로 한정되며, 해당 업무를 운영하려는 의료기관은 의료법 제58조에 따른 의료기관 인증을 받아야 한다. 다만 현장 혼란을 고려해 인증 요건은 2029년 12월까지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특히 그간 법적 근거 없이 관행적으로 운영돼 왔던 PA 인력에 대한 특례조항도 포함됐다. 규칙 시행 시점 기준 임상경력 3년 미만이더라도, 연속해 1년 6개월 이상 진료지원업무를 수행한 간호사는임상경력을 충족한 것으로 인정하는 내용이다. 복지부는 이를 통해 기존 인력의 제도권 편입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진료지원업무의 범위는 △환자 평가 및 기록·처방 지원 △시술 및 처치 지원 △수술 지원 및 체외순환 등 3개 영역으로 구분됐으며, 구체적인 수행 행위는 행정예고된 고시를 통해 총 43개 항목으로 규정됐다. 

의료현장에서는 사실상 진료 보조를 넘어선 영역까지 포함됐다는 평가도 나온다.이에 대해 의료계 내부에서는 직역 간 역할 경계가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랐다. 의사단체와 전공의 단체를 중심으로 "의사의 전문적 판단이 필요한 영역까지 간호사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K-의료기기' 존재감 강화

의정갈등과 별개로 의료기기 산업은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 곡선을 그렸다. 특히 이동형 X-ray, 영상진단 장비, 전원공급부 등에서 세계일류상품 선정이 잇따르며 국산 의료기기의 기술 경쟁력이 재확인됐다.엑스레이 전문기업 디알젬(DRGEM)을 비롯해 다수의 국내 기업들이 세계일류상품에 이름을 올리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동형 X-ray는 중환자실·병동 수요 증가와 맞물려 수출 효자 품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AI 헬스케어 분야 역시 본격적인 '임상 적용의 해'를 맞았다. AI 기반 영상 판독 보조, 원격 모니터링, 진단 지원 소프트웨어가 실제 의료현장에 빠르게 스며들며 의료진의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다. 단순 기술 시연 단계를 넘어 보험 적용 가능성, 임상적 유효성 검증 논의까지 진전된 점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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