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혁명' 파고 속 제약바이오산업 구조 재편 본격화
[2025 보건산업 결산/ 약계]
한미·SK바이오팜·LG화학 후보물질 발굴 기간 단축 성공
'만성질환 관리·약물 부작용 모니터링' 중심 역할 기반 마련
의약품 유통업계, 물류센터 효율화·디지털전환 가속화 주력
제약바이오 글로벌 경쟁력 강화 주력
2025년 대한민국 제약바이오업계는 '생성형 AI를 통한 신약개발 혁신'을 핵심 동력으로 삼아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한 한 해였다. 이와 함께 약사회는 약사 직능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했으며, 의약품 유통업계는 디지털 전환(DX)을 통한 효율성 극대화에 집중했다. 2026년에는 이 같은 흐름이 더욱 가속화되며, 'AI+데이터 기반 신약 강국 도약'과 '지역 보건의료체계 내 약사의 역할 확대'가 주요 화두가 될 전망이다.
2025년 제약바이오업계의 가장 큰 변화는 AI 신약 개발 플랫폼의 상용화 가속이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고서에 따르면, AI 신약 개발 시장은 2034년까지 15배 성장이 전망될 정도로 혁신이 가속화됐다. 한미약품, SK바이오팜, LG화학 등 주요 제약사들이 AI 신약개발 스타트업(스탠다임, 아론티어 등)과의 전략적 제휴 및 공동 개발을 통해 후보 물질 발굴 기간을 단축하는 데 성공했다. 정부 주도의 'AI신약개발 플랫폼 고도화 사업' 등 민관 협력 모델이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특히 생성형 AI(Generative AI)를 활용해 화합물 설계 및 독성 예측을 자동화하는 기술 내재화 경쟁이 심화되었으며, 이는 기존 10년 이상 걸리던 신약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국내 기업들은 신약 '케이캡'(HK이노엔)의 일본 시장 진출권 확보 등 주요 파이프라인의 글로벌 사업권 확대와 함께 유망 물질의 대규모 기술 수출을 통해 외형 성장을 이뤘다. 동시에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성숙에 따라 경동제약의 '듀피젠트' 바이오시밀러 개발 착수 사례와 같이 블록버스터 약물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이 활발해지며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했다.
신약 개발의 속도가 AI로 빨라지면서 개발된 물질을 대량 생산하고 임상시험을 위탁 관리하는 CDMO(위탁생산) 및 CRO(위탁연구) 산업의 가치가 급상승했다. 국내 주요 바이오 기업들은 자체 CDMO 시설 확장 또는 공격적인 M&A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역할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
약사 역할 확대와 전문성 강화
약사 정책의 핵심은 약사의 역할 확대와 전문성 강화였다. 의약품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복약지도와 건강 상담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었고, 약사회의 주도 하에 만성질환 관리 및 약물 부작용 모니터링에 약국이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고위험군 및 복합 만성질환자에 대한 전문 약물 관리 서비스에 대한 수가 시범사업이 확대되어 약국 수입 구조의 다변화를 모색했다. 제한적으로 시행된 비대면 진료 후 약 배송 시범사업의 평가를 바탕으로, 약물 오남용 방지를 위한 약사의 복약 지도 책임이 제도적으로 강화됐다.
초고령사회 대비를 위한 '지역사회 통합 돌봄' 사업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면서, 약국이 지역 보건소, 요양 시설과 연계하여 방문 약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가 증가했다. 특히 노인 환자들의 다제 약물 복용 문제 해결을 위한 약사의 개입이 필수적인 서비스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의약품 유통업계 마진 구조 개선 노력
의약품 유통업계는 마진 구조 개선과 비용 절감을 위해 물류 센터의 자동화 및 스마트 물류 시스템 도입을 가속화했다. 특히 WMS(창고관리시스템)와 TMS(수송관리시스템)를 통합하여 주문부터 배송까지의 전 과정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유통업계도 AI를 활용한 수요 예측 시스템 도입을 통해 의약품 재고 관리를 혁신했다. 계절적 요인, 질병 유행 정보, 지역별 의료기관의 처방 패턴 등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결품 및 과재고 문제를 최소화하고 유통 비용을 절감하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요성이 강조된 백신, 세포치료제 등 바이오 의약품의 증가로 인해 의약품 콜드체인(저온 유통 시스템)의 안전성과 의무 기준이 강화되었고, 유통업계는 이에 대한 대규모 설비 투자를 단행했다.
제약계 '선도자'로 도약 분기점
2026년에는 AI 플랫폼을 통해 발굴된 최초의 혁신 신약(First-in-Class) 후보 물질이 임상 단계에 진입하는 사례가 증가할 전망이다. AI 기술을 가진 국내 스타트업들이 유니콘 기업으로 도약하거나, 대형 제약사와의 M&A를 통해 산업 구조가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AI 신약 개발에 필수적인 의료 빅데이터 활용 및 가명화에 대한 규제가 합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한·중·일 등 아시아 국가 간의 데이터 교류 및 공동 개발이 활발해짐에 따라 데이터 표준화(CDM 등)가 글로벌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더욱 부각될 것이다.
국내 기업들은 R&D 투자 확대와 함께 북미, 유럽 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임상 인프라 및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초기 기술을 확보하는 인수합병(M&A) 및 전략적 지분 투자가 활발해지며, 케이캡과 같이 글로벌 시장성이 검증된 국산 신약 파이프라인에 대한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약물 관리 전문가 입지 확고히 할 전망
약사는 환자 중심의 포괄적 약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사회 보건의료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공고히 할 것이다. 약물 사용 최적화(Medication Optimization) 프로그램이 도입되어 약국이 일차 의료기관 및 지역 병원과 데이터를 공유하며 협력하는 시스템이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
의약품 유통업계는 AI 기반의 효율화(Just-in-Time Inventory)를 완성하여 물류 비용을 더욱 절감할 것이다. 또한, 저온 유통 중 발생하는 에너지 소비, 폐기물 문제 등 환경적 이슈에 대응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강화되며 친환경 콜드체인 시스템 구축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2026년은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이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도약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특히 AI와 데이터 기반의 혁신이 실질적인 임상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규제 당국의 유연성과 산업계의 데이터 품질 확보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약사 직능 역시 단순 조제에서 벗어나 지역 보건의료 연계를 통한 약물 관리 전문가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Copyright @보건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