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응급실 '뺑뺑이' 재연 막으려면 정책 전면 재설계 시급"

소아청소년병원협회, "대통령 주재 생중계 끝장 토론 필요" 제안

최용재 회장

부산에서 소아 응급실 '뺑뺑이' 사례가 연이어 발생한 가운데 소아의료 현장의 붕괴를 막기 위해 대통령 주재의 공개 토론 등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료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회장 최용재 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장)는 최근 잇따른 소아 응급실 전원 실패 사태와 관련해 "소아 응급실 뺑뺑이는 특정 지역의 일시적 문제가 아니라 전국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 위기"라며 "현장과 이론을 모두 충족하는 정책 마련 없이는 재연을 막을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고 국민이 참여하는 생중계 형식의 '소아의료 끝장 토론'을 공식 제안했다. 소아의료의 현주소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알리고, 당사자 중심의 실질적 해법을 도출해야 한다는 취지다.

협회는 "부산에서 발생한 소아 응급실 뺑뺑이 사태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충청권, 강원권 등 전국 어디서든 동일한 상황이 재연될 수 있는 시한폭탄과 같다"고 경고했다.

이와함께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 설계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하며, 토론에는 ▲소아의료 담당 공무원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지역 소아청소년병원 의사 ▲일선 소아청소년과 의원 의사 ▲119 구급대원 ▲전원 과정을 직접 겪은 보호자 ▲소아 응급 뺑뺑이로 자녀를 잃은 부모 ▲상급병원 응급·전원 담당자 등이 모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소아 응급의료는 어느 한 직역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전체의 문제"라며 "당사자 없는 정책 논의는 더 이상의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사태가 갑작스러운 사고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소아청소년과 교수 정년 도래 ▲수년째 지속된 전공의 지원 기피 ▲기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탈(脫)소청과' 현상 등 구조적 위기가 누적돼 왔다는 것이다.

협회는 "지금 이 논의를 시작하지 않으면 내년에는 '소아 환자 난민'이라는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6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응급실 뺑뺑이로 119 구급차 안에서 사람이 죽어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대책 마련을 주문한 것과 관련해서도 소청병협은 기대를 드러냈다.

이어 "대통령이 직접 문제를 언급한 만큼 더 늦기 전에 소아의료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모든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소아의료의 심각성을 국민과 공유하고 실질적 해법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용재 회장은 특히 소아의료 지역협력 네트워크 시범사업을 언급하며 정책 유연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해당 시범사업은 현장에서 효과가 입증된 정책"이라며 "내년까지라는 형식적 시한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평가를 거쳐 조기 종료 후 본사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의 유통성과 시의적절함이야말로 붕괴 직전에 놓인 소아의료를 살리는 지름길"이라며 "모든 소아의료 정책에 이러한 접근이 적극 반영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소아 응급실 뺑뺑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원인을 정부 주도로 철저히 분석하는 것이 우선이며 그 결과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함께 대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조속히 시작돼야 한다"며 "소아의료는 미래 세대를 지키는 최후의 안전망이다. 지금의 선택이 아이들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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