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한특위 "과학적 근거없는 한방 난임 지원, 전면 폐기해야"

난임치료는 '개인적 선호'가 아닌 과학적 검증과 환자 안전의 문제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이하 한특위)가 정부의 한방 난임치료 국가지원 및 건강보험 적용 가능성 언급을 두고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과학적 근거와 안전성 검증이 부족한 치료를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국민 건강권과 근거중심 의료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한방 난임 지원사업의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한특위는 "난임치료는 단순한 개인적 선호의 문제가 아니라 난임 부부의 생명과 건강, 더 나아가 태아의 안전과 직결되는 고도의 전문 의료 영역"이라며 "정책 결정은 반드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에 기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협 한특위에 따르면 현재 시행되고 있는 '한방 난임치료'는 치료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객관적·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다. 신뢰 가능한 대규모 임상연구나 무작위 대조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 역시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한특위는 "이 같은 상태에서 국민건강보험 재정이나 국가 예산을 투입해 한방 난임치료를 지원하는 것은 국민에게 치료 효과가 검증된 것처럼 오인하게 만들 수 있다"며 "오히려 난임 부부가 적절한 시기에 과학적으로 검증된 의학적 치료를 받을 기회를 놓치게 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특위는 건강보험 급여 적용의 원칙도 재차 강조했다. 객관적이고 재현 가능한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의료행위에 한해 제한적으로 적용돼야 하며, 이는 특정 직역 간 갈등의 문제가 아닌 국민 건강권 보호의 기본 원칙이라는 주장이다.

이와함께 "과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치료를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는 것은 근거중심의학(Evidence-Based Medicine)과 보건의료 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논란은 보건복지부 대통령 업무보고 과정에서 '한방 난임치료'의 국가지원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촉발됐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이 "한의계에서 물어봐달라고 했다"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도 한특위는 우려를 표했다.

한특위는 "국가 보건의료 정책이 특정 직능단체의 요청이나 이해관계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줄 수 있다"며 "보건의료 정책은 과학적 근거와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 사회적 합의를 중심으로 검토돼야 하며 정치적 고려나 편향된 접근이 개입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해당 질의에 대해 "한방 난임치료는 객관적·과학적 입증이 어려워 국가지원을 위해서는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효과가 필요하다"고 답변한 점에 대해 한특위는 의미 있는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정부 스스로 한방 난임치료가 효과와 안전성 측면에서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음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방 난임 지원사업은 다수의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특위는 이를 두고 "검증 없는 퍼주기식 지원이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방제제의 경우 중금속이나 유해물질 관리 기준이 명확히 마련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모체와 태아에 잠재적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특위는 해외 사례도 언급했다. 중국과 일본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 역시 중의학이나 한방의학의 난임치료를 국가 재정이나 건강보험으로 지원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정부가 직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인공수정, 체외수정 등 현대의학적 난임 시술에 비해 성공률이 현저히 낮음에도 불구하고, '전통'이라는 이유로 막대한 세금과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명백한 혈세 낭비라고 강조했다.

한특위는 정부와 지자체를 향해 한방 난임 지원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해당 사업 전반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객관적 연구, 투명한 자료 공개를 우선적으로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한의계를 향해서도 "정부 지원을 요구하기에 앞서 치료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며 "검증 없는 제도화 요구는 무책임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한특위는 "의료정책은 정치적 고려가 아닌 과학적 검증과 환자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수립돼야 한다"며 "근거 없는 치료의 제도화를 중단하고, 검증된 현대의학적 난임치료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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