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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유승아 교수, 김완욱 교수, 이수현 연구원, 김영민 교수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관절 속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실제로 존재하며, 이 물질이 면역 반응을 자극해 질환을 악화시킨다는 사실이 세계 최초로 규명됐다. 환경오염 물질로만 인식되던 미세플라스틱이 자가면역질환의 병태에 직접 관여할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것이다.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의생명과학교실 유승아 교수팀은 포스텍-가톨릭대 의생명공학연구원, 대구대학교 환경기술공학과 김영민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관절 활액(synovial fluid)에서 폴리스티렌 미세플라스틱(polystyrene microplastics, PS-MPs)을 정량적으로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류마티스관절염은 면역체계가 자신의 조직을 공격해 만성 염증과 관절 파괴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이다. 유전적 요인과 면역 반응에 대한 연구는 활발히 진행돼 왔지만, 질병을 악화시키는 환경 요인에 대한 실증적 근거는 제한적이었다.

연구팀은 이 같은 공백에 주목해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활액을 대상으로 첨단 분석 장비인 Py-GC/MS/MS(열분해 가스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를 활용한 정밀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생활용품과 포장재 등에 널리 사용되는 폴리스티렌 성분의 미세플라스틱이 관절액 내에 실제로 존재함을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

이는 그동안 간접적으로만 제기돼 왔던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조직 축적 가능성'을 류마티스관절 조직에서 직접 입증한 사례로 평가된다.

연구팀은 단순 검출에 그치지 않고, 크기 5μm 수준의 폴리스티렌 미세플라스틱을 활용해 세포 실험과 동물 실험을 연계한 다각적 연구를 진행했다.

세포 실험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유래 활막섬유아세포(RA-FLS) 내부로 침투해 NF-κB 및 MAPK 신호 경로를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염증성 사이토카인(IL-6, IL-8)과 조직 파괴 효소(MMP3, MMP9)의 발현이 증가했으며, 세포의 이동성과 침습성 또한 유의하게 강화됐다.

동물 실험에서도 미세플라스틱에 장기 노출된 관절염 모델에서 관절 염증이 뚜렷하게 악화됐고, 미세플라스틱으로 자극한 활막섬유아세포를 이식한 제노그래프트 모델에서는 연골 침식과 대식세포 침윤이 현저히 증가하는 결과가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미세플라스틱이 단순한 환경 오염 물질을 넘어 자가면역질환의 염증 반응과 관절 파괴를 직접적으로 촉진하는 인자로 작용함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유승아 교수는 "이번 연구는 환경 노출 물질이 인간의 면역질환을 어떻게 악화시키는지를 세포와 조직 수준에서 규명한 면역독성학 연구"라며 "미세플라스틱 차단 및 제거 전략, 질환 악화 예방을 위한 환경 관리 가이드라인 마련에도 중요한 과학적 근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성과는 환경 문제와 만성질환을 연결하는 새로운 연구 패러다임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향후 미세플라스틱과 자가면역질환, 만성 염증성 질환 간의 연관성을 규명하는 후속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Polystyrene microplastics activate NF-κB/MAPK signaling in synovial fibroblasts, promoting inflammation and joint destruction in rheumatoid arthritis'라는 제목으로 환경·보건 분야의 영향력 높은 국제학술지 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Impact Factor 11.3)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