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관리급여 환자 부담 폭탄… 즉각 철회하라"
비급여 관리급여 강행 전면 반발… 실손보험 혜택 9%로 환자 부담 80% 폭증
도수치료 사례로 드러난 '역설계'… "의료계 자율 관리 대안 수용 강력 촉구"
정부가 추진 중인 '비급여 진료비 관리급여 전환' 정책을 두고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의료계는 관리급여가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키우고, 그 이익은 실손보험사에 집중되는 구조라고 정면 비판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김택우)는 15일 의협회관에서 '정부 관리급여 정책 강행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비급여관리정책협의체에서 도수치료 등 3개 항목을 관리급여 대상으로 지정한 정부 결정을 "환자와 의료현장을 기만한 졸속 정책"이라고 규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태연 의협 보험부회장, 이봉근 보험이사, 최순규 대한신경외과의사회장, 백경우 대한재활의학과의사회장이 참석해 관리급여의 구조적 문제점과 의료현장에 미칠 파장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의협은 "정부는 비급여관리정책협의체라는 형식적인 절차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의료계의 지속적인 협의 요청과 전문가 의견을 철저히 배제한 채 정책을 밀어붙였다"며 "이번 조치는 실손보험사의 비용 통제 논리를 정책 전면에 내세운 결과"라고 비판했다.
가장 먼저 의협은 '관리급여' 제도 자체의 위법성을 핵심 쟁점으로 꼽았다. 관리급여가 명목상 급여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으나 본인부담률이 95%에 달해 사실상 비급여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이태연 보험부회장은 "그럼에도 정부가 급여라는 외형을 씌워 행정 통제를 강화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정부 주장의 허구성을 입증하기 위해 도수치료 관리급여 전환 시뮬레이션을 공개했다.
이 보부회장에 따르면 현재 비급여 도수치료 10만원을 실손보험(본인부담 20%)으로 이용할 경우 환자는 2만원만 부담하고, 나머지 8만원은 보험사가 지급한다.
그러나 정부안대로 도수치료가 관리급여로 전환돼 수가가 4만원으로 책정되고, 본인부담률 95%가 적용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급여 본인부담금에 대한 실손 보장률을 감안하더라도 환자의 최종 부담액은 약 3만6100원으로 증가한다.
반면 실손보험사가 부담하는 금액은 기존 8만원에서 1900원 수준으로 급감한다. 여기에 건강보험 재정에서 2000원(5%)이 추가로 지출되는 구조다.
이와 관련해 이 보험부회장은 "정부는 '가격이 10만원에서 4만원으로 내려가니 환자 부담이 줄어든다'고 홍보하지만, 실제 환자가 내는 돈은 80% 가까이 증가한다"며 "이 구조에서 이익을 보는 주체는 실손보험사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실손보험 혜택은 9% 수준으로 쪼그라드는데, 이를 두고 어떻게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관리급여 법에도 없는 제도… 헌법소원 불사"
관리급여 제도 자체의 위법성도 문제 삼았다. 이에 의협은 정부가 관리급여 확대를 강행할 경우 헌법소원 등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보험부회장은 "국민건강보험법 어디에도 '관리급여'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정부가 선별급여를 변형해 급여인 듯 비급여인 듯한 기형적 제도를 만든 것은 명백한 법률유보 원칙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관리급여 전환이 의료현장의 공급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환자 피해로 직결될 가능성도 높다고 내다봤다.
이 보험부회장은 "의료적 적합성이 인정됐음에도 경제성 문제로 급여화되지 못한 치료를 강제로 저가 통제할 경우, 해당 치료법 자체가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다"며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최순규 대한신경외과의사회장은 "신경성형술은 수술 이전 단계에서 통증을 효과적으로 조절하는 중요한 치료"라며 "수가를 인위적으로 낮추면 의원급에서는 시술을 포기할 수밖에 없고 환자는 더 위험하고 비싼 수술로 내몰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백경우 대한재활의학과의사회장도 "언어치료 등 재활 영역이 관리급여화 되면 의료기관 밖에서 활동하던 치료 인력의 이탈이 불가피하다"며 "접근성 저하와 치료 공백의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자율관리 대안 외면 말라"
한편, 의협은 일방적 가격 통제 대신 '예비지정제'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비급여 항목을 급여로 묶기 전에 의료계가 주도적으로 가이드라인과 적정성 평가를 시행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봉근 보험이사는 "비급여 관리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문제는 방식이다. 의협과 학회가 중심이 돼 과잉 진료를 걸러낼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연 보험부회장은 "체외충격파가 이번 관리급여 대상에서 제외된 것도 의료계가 예비지정을 통한 자율 관리를 강력히 제안했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진정 국민 건강을 위한다면 의료계를 규제 대상이 아닌 협력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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