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걸리던 신약개발이 2년으로"... '생성형 AI 제약혁명' 개막

아시아 3국, 데이터 주도형 신약 강국으로 급부상… 2034년 시장 15배 성장 전망

신약 개발에 10년 이상 걸리던 시대가 막을 내리고 AI가 분자를 설계하고 임상시험을 최적화해 개발 기간을 1~2년으로 단축하는 '생성형 AI 제약혁명'이 글로벌 제약 산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에게 AI 역량은 이제 신약 개발 경쟁력의 핵심 지표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생성형 AI 기반 신약 개발 시장은 2024년 2억5000만억 달러에서 2034년 28억달러로 15배에 달하는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AI가 후보물질 발굴, 독성 예측, 약물 상호작용 평가 등 신약 개발 전 과정을 자동화하며 효율성 중심의 구조로 전환시킨 덕분이다.

아시아 3국, 데이터 중심 경쟁 구도 본격화

현재 시장 점유율은 북미(43%)가 주도하고 있으나, 2024년부터 2034년까지 가장 빠른 성장세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나타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중국, 일본, 한국이 AI 신약개발 플랫폼에 대규모 투자하며 글로벌 제약 강국들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이 기간 연평균 29.4%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북미(22.1%)와 유럽(18.7%)을 상회하는 수치다.

보고서는 "AI 기술 인프라와 임상데이터 접근성이 높은 아시아 3국이 '데이터 주도형 제약국가'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정부 주도의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AI Drug Discovery Grand Plan), 일본은 다케다제약·시오노기제약 등 대기업 중심의 플랫폼 상용화, 한국은 한미약품·SK바이오팜 등 주요 제약사와 AI 스타트업(스탠다임, 아론티어, 심플렉스 등)이 정부 프로젝트를 통해 협력하는 민관협력형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3국의 AI 신약개발 투자액은 2024년 기준 총 5조원 규모로 추산되며, 2027년까지 글로벌 투자 비중의 40% 이상을 차지할 전망이다.

임상시험 분야 성장률, 신약 탐색 앞질러

AI는 신약 탐색뿐만 아니라 임상시험 설계, 환자 모집, 반응 예측 단계에서도 비약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다. AI 임상시험 시장은 2019년 대비 2024년 444% 성장하며 AI 신약개발(421%)의 성장률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종양학(암치료제)과 신경계 질환 치료제 개발 분야에서 AI 활용도가 급증하고 있다. AI가 방대한 유전자·단백질·임상 데이터를 분석해 표적 치료 후보를 선별함으로써 "임상 실패의 확률을 줄이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국내 스타트업 히츠(HITS)의 '하이퍼랩(HyperLab)' 플랫폼은 가상 스크리닝 기술로 개발 시간을 90% 이상 단축하며 산업적 관심을 끌었다.

보고서는 "AI 신약개발이 향후 제약 산업 전반에서 연간 500조원(3500억~4100억 달러) 규모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며, "이는 후보물질 실패율 감소, 임상시험 최적화, 개발비 절감 효과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제약사들은 자체 AI 플랫폼 확보 또는 선도기업과의 전략적 제휴가 필수적이다. 특히 데이터 과학자, 생물정보학자 등 융합형 인재 확보와 데이터 품질이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며 "향후 규제 친화적인 데이터·알고리즘 검증 시스템을 갖춘 기업이 시장 주도권을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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