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정부가 비급여관리정책협의체를 통해 '관리급여' 항목 선정을 강행한 데 대해 "국민건강 보호라는 본래 목적을 저버린 결정"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보건복지부 비급여관리정책협의체는 지난 9일 도수치료, 경피적 경막외강 신경성형술, 방사선 온열치료 등 3개 항목을 '관리급여' 대상으로 지정했다. 관리급여는 본인부담률을 95%로 설정한 채 급여로 분류해 가격과 횟수를 통제하는 제도로, 사실상 비급여 규제 수단에 가깝다.
이와 관련해 대한의사협회(회장 김택우)는 이번 조치가 필수의료 강화라는 정부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되며, 법적 근거도 불명확한 위험한 정책이라고 경고했다.
의협은 그동안 비급여 관리 필요성은 인정해 왔다고 밝혔다. 실제로 △적응증·횟수 제한을 포함한 가이드라인 마련 △지정 항목 최소화 △예비지정제를 통한 자율정화 과정 등을 제안하며 의료계 차원의 합리적 조치를 제안해 왔다.
그러나 정부가 의료계 의견보다 실손보험사의 이해관계를 우선시해 관리급여 지정을 밀어붙였다는 것이 의협의 주장이다.
의협은 "환자 피해가 우려되는 관리급여 도입을 강행한 것은 비급여 통제만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며 "이로 인해 발생할 국민 건강권 침해의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합리적 의견이 반복적으로 묵살된다면 비급여관리정책협의체 불참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특히 관리급여가 법적 근거 없이 제도화된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에는 관리급여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며, 이를 시행령으로 신설하는 것은 명백한 법률유보 원칙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또 관리급여 지정 기준으로 제시된 '사회적 편익 제고'라는 용어가 의학적 기준이 아닌 추상적 개념이라며, 향후 정부 재정 사정에 따라 자의적 규제가 강화될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로 인해 특정 비급여 항목에 대해 횟수·기간 제한, 가격 상한 등 통제가 가능해져 "의사의 전문적 판단과 환자의 치료 접근성이 심각히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협은 비급여 증가를 의료계 책임으로 돌리는 정부의 시각도 비판했다. 의료현장에서 비급여 이용이 증가하는 것은 △낮은 급여 수가 △신의료기술 급여 편입 지연 △필수의료 분야의 구조적 적자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 등 복합적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의협은 "필수의료 인력 이탈이라는 근본 문제는 해결하지 않은 채 비급여 일부만 억제하려는 방식은 풍선효과를 심화시키고 의료체계를 더 왜곡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정부가 수년간 추진해온 필수의료 강화 기조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의협은 정부에 △국민건강보험법에 기반한 명확한 법적 틀 마련 △의학적 기준에 따른 전문가 중심 평가 △사회적 합의 기반의 다자간 협의 등 원칙에 따라 비급여 개선 논의를 재구성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함께 비급여 관리 정책은 실손보험사의 손해율 개선이 아닌, 국민건강 보호라는 본질적 목적에 기반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의협은 정부가 관리급여 정책을 강행할 경우 의료현장과 환자 모두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며 "헌법소원 제기 등 모든 가용한 법적 대응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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