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사회 "관리급여, 당연지정제 합헌 근거 흔든다"
비급여 가격통제 확대에 헌법적 재검토 촉구…"의료기관 기본권 침해"
황규석 회장 "당연지정제 헌법소원 등 의료계 공동 대응도 검토해야"
서울시의사회가 정부의 관리급여 도입으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의 헌법적 정당성을 뒷받침해 온 논리를 재검토해야 한다며,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건강보험 참여를 의무화한 데 이어 기존 비급여 영역까지 가격과 진료기준을 통제하는 것은 의료기관의 직업수행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서울시의사회(회장 황규석)는 지난 23일 열린 제103차 상임이사회에서 관리급여 도입과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의 법리적 관계를 논의하고, 의료계 차원의 적극적인 검토와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에 따른 당연지정제는 의료기관의 건강보험 참여를 원칙적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의료기관은 건강보험 참여 여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으며, 급여 진료에서는 정부가 정한 수가와 진료기준을 따라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2002년과 2014년 당연지정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국민의 의료보장과 건강보험체계의 안정적 운영이라는 공익을 인정하고, 의료기관의 직업수행 자유에 대한 제한이 헌법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2014년 4월 24일 선고된 헌재 결정(2012헌마865)은 당연지정제 아래에서도 비급여 의료행위가 가능하고, 의료소비자가 의료기관과 비급여 의료행위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합헌 판단의 근거 중 하나로 제시했다.
서울시의사회는 관리급여 도입으로 이 같은 판단의 전제가 달라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19일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을 개정해 관리급여 도입 근거를 마련했다. 관리급여는 일부 비급여 의료행위를 건강보험 선별급여 체계에 편입해 정부가 가격과 진료기준을 설정하는 제도다. 환자 본인부담률은 95%다.
서울시의사회는 기존 비급여 영역에 남아 있던 가격결정의 자율성까지 제한하는 구조가 확대되면, 당연지정제의 합헌성을 뒷받침했던 논리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황규석 회장은 "헌법재판소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의 합헌성을 판단하면서 비급여 진료의 가능성과 환자의 선택권이 유지된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정부가 관리급여를 통해 기존 비급여 영역의 가격과 진료기준까지 통제한다면, 당연지정제의 헌법적 정당성을 뒷받침했던 중요한 근거가 약화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국가는 당연지정제를 통해 의료기관의 건강보험 참여를 강제하고, 급여 진료에 대해서는 정부가 정한 수가와 기준을 따르도록 하고 있다"며 "기존 비급여 영역까지 가격통제를 확대하는 만큼 의료기관의 직업수행 자유를 어디까지 제한할 수 있는지 근본적인 헌법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서울시의사회는 건강보험제도의 공익적 목적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며, 공익을 위한 제도라도 의료기관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데에는 헌법적 한계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회장은 "관리급여 도입으로 규제의 범위와 강도가 달라진 만큼 과거 당연지정제 합헌 판단의 법리를 현재의 제도적 상황에 비춰 다시 검토해야 한다"며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참여를 거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비급여 가격결정의 자유까지 제한받는 것이 헌법적으로 정당한지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의사회는 이번 사안이 특정 진료과나 일부 의료기관의 이해관계를 넘어 건강보험제도의 운영과 의료인의 직업수행 자유에 직결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관련 법률 전문가들과 함께 당연지정제의 헌법적 정당성을 재검토하고, 헌법소원 등 가능한 법적 대응 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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