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학과의사회, 비대면진료 개정안 비판…"안전장치부터 마련해야"

초진·30일 처방 확대에 우려…야간·휴일 진료 건수 제외도 철회 촉구

가정의학과의사회가 정부의 비대면진료 확대 방침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초진 비대면진료와 최대 30일 처방 예외를 허용하고 야간·휴일 진료 건수까지 산정에서 제외하는 것은 환자 안전보다 의료 접근성과 편의성 확대에 치중한 조치라는 지적이다.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는 "정부가 의료 접근성과 편의성 확대라는 정책적 성과에 치중해 의료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인 환자 안전을 뒷전으로 미뤘다"며 개정안의 재검토를 요구했다.

의사회는 우선 초진 비대면진료 확대에 따른 감별진단의 한계를 문제로 제기했다. 두통과 어지럼, 복통, 흉통, 피로 등 일차의료 현장에서 흔히 접하는 증상은 단순 경증질환부터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질환까지 원인이 다양하다는 것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병력 청취뿐 아니라 촉진과 청진, 신경학적 진찰 등 직접적인 신체진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령자와 복합질환자는 중증질환이 비전형적인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어 비대면진료만으로 환자 상태를 정확하게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초진 비대면진료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질환별 위험도와 환자의 임상 상태에 따른 제한 기준 및 대면진료 전환 의무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진 비대면진료에서 최대 30일 처방을 허용하는 예외 규정에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기존 진료·처방 이력이 확인된다는 이유만으로 장기간 처방을 허용하는 것은 만성질환 관리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는 설명이다.

가정의학과의사회는 "고혈압과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 만성질환은 기존 약제를 반복 처방하는 것만으로 적절하게 관리하기 어렵다"며 "환자의 건강상태와 치료 경과, 약물 부작용 등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치료방침을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의 처방 이력이 현재 환자의 상태를 보증하지 않으며, 처방의 연속성이 곧 진료의 연속성을 의미하지도 않는다"며 초진 30일 처방 예외를 철회하고 객관적인 건강정보 확인과 실질적인 양방향 소통을 전제로 한 처방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야간·휴일 비대면진료의 진료 건수 산정 제외 규정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는 비대면진료 전담기관을 방지하기 위해 의료기관별 비대면진료 비율과 의사 1인당 진료 건수에 상한을 설정하고 있지만, 야간·휴일 진료는 건수 산정에서 제외하도록 해 사실상 특정 시간대에 비대면진료를 집중적으로 운영할 여지를 남겼다는 것이다.

의사회는 "비대면진료 전담기관을 금지하겠다는 정책 취지와 야간·휴일 진료 건수 제외 규정이 상충한다"며 "야간·휴일에는 환자가 평소 이용하던 의료기관에서 신속하게 대면진료를 받기 어려운 만큼, 전체 비대면진료 건수를 일관되게 관리하고 실효성 있는 규제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의사회는 정부에 ▲초진 비대면진료 확대 중단 및 대면진료 원칙 확립 ▲초진 30일 처방 예외 철회 ▲야간·휴일 진료 건수 산정 제외 규정 철회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일차의료체계와의 연계를 요구했다. 제도 설계 과정에서 의료현장의 전문적인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의사회는 "환자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는 비대면진료 확대는 의료혁신이 아니라 의료의 질을 후퇴시키는 정책"이라며 "정부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전면 재검토하고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인 안전기준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