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 비만치료제 시장, '한국인 맞춤' K-비만신약 뜬다

수입약 독점 고가·품귀 시장에 한국인 맞춤형 신약 출사표… 공급망·가격 무기로 패러다임 전환 선도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이 급격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가 주도하던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수입 의약품 중심의 독과점 체제에 국내 제약사의 독자 개발 신약이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시장 구조 자체가 재편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고가격과 상시적 품귀 현상으로 환자 접근성이 떨어졌던 비만 치료 시장에 한국인 맞춤형 임상 데이터와 자체 생산 기반을 갖춘 국산 신약이 등판함에 따라 단순 체중 감량을 넘어 체계적인 질환 관리 중심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는 양상이다.

최근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뛰어난 체중 감량 효과와 심혈관 질환 개선 이점을 갖춘 GLP-1 계열 제제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해 왔다. 그러나 글로벌 공급난에 따른 상시적 수급 불안과 비급여 치료에 따른 과도한 약가 부담은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큰 진입 장벽으로 작용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미약품이 독자 개발한 국산 1호 GLP-1 비만신약 '에페(성분명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식약처 시판허가는 시장 지각변동의 신호탄으로 평가받는다.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허가, 생산까지 전 과정을 국내 기술로 완수한 첫 사례다.

에페의 최대 무기는 '한국인 특화 임상 근거'와 '공급·가격 안정성'이다. 한국인 비만 환자 44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3상(40주) 결과, 평균 체중감소율 9.75%(최대 30% 감량)를 기록했으며 단계적 용량 증량을 통해 동양인에게 흔히 발생하는 위장관계 부작용을 대폭 낮췄다.

또한 한미약품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전량 자체 생산함으로써 수급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경쟁 수입약 대비 저렴한 10만 원대 초반의 합리적인 가격 정책을 통해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대폭 완화했다.

특히 에페의 상용화를 시작으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비만치료제 개발 경쟁도 한층 본격화되는 추세다. JW중외제약과 HK이노엔 등 후발 주자들은 임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동아ST(메타비아)와 일동제약(유노비아) 등은 주사제의 복약 불편을 해소할 '경구용(알약) GLP-1' 치료제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나아가 펩트론, 지투지바이오, 인벤티지랩 등 플랫폼 기업들은 1개월에 한 번 투여하는 '장기지속형 주사제' 기술을 결합하는 등 단순한 감량 비율을 넘어 투여 편의성과 근손실 방지, 다양한 기전(삼중작용제 등)을 탑재한 차세대 K-비만신약 개발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아울러 한미약품은 에페 투여와 함께 환자의 식단·운동·생활습관 관리를 통합 지원하는 디지털 의료기기 연동 플랫폼(TLS platform)을 결합해 '디지털융합의약품'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주사제 단독 투여 시 우려되는 요요 현상을 방지하고 지속적인 치료 순응도를 유지하는 사후 관리 시스템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에페의 출시와 후발 주자들의 가세로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글로벌 빅파마의 수입 의약품과 국산 신약이 맞붙는 본격적인 대전 구도로 재편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수입 의약품의 높은 가격과 수급 불안으로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았던 만큼, 안정적인 공급망과 한국인 유효성을 입증한 국산 신약의 등장은 치료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이라며 "향후 비만 치료 시장의 주도권은 단순 감량 비율 경쟁을 넘어 가격, 공급 안정성, 경구제·장기지속형 제형 등 기술 차별화와 환자 맞춤형 케어 플랫폼 제공 여부에 따라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유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