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벗어도 끝 아니다"…고도근시 '평생 관리' 필요

대한안과학회, 제56회 눈의 날 기자간담회서 생애주기별 근시 관리 원칙 제시
소아는 진행 속도 확인, 성인 합병증 관리…"시력교정수술 후에도 구조적 위험 남아"

(왼쪽부터)김찬윤 이사장, 고재웅 홍보이사, 유정권 기획이사

근시는 안경을 쓰는 것으로 끝나는 단순한 시력 문제가 아니라 소아기부터 성인기까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고도근시로 진행하면 안구의 앞뒤 길이인 안축장이 길어지면서 망막박리와 녹내장, 근시성 황반병증 등 실명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라식·라섹 등 굴절교정수술로 시력이 정상화되더라도 이미 길어진 안축장과 취약해진 안구 구조는 되돌릴 수 없어 생애주기별 관리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대한안과학회(이사장 김찬윤)는 8일 호텔 나루 서울 M갤러리에서 제56회 눈의 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근시 관리, 평생 눈 건강의 시작입니다'를 주제로 팩트시트를 발표했다.

이날 김찬윤 이사장은 "근시는 단순히 안경을 맞추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소아기부터 성인기까지 지속적으로 살펴야 할 중대한 눈 건강 과제"라며 "성장기에 시작된 근시가 고도근시로 진행하면 성인이 된 후 망막박리, 녹내장, 근시성 황반병증 등 주요 실명 질환의 위험을 크게 높인다"고 강조했다.

이어 "라식·라섹 등 수술을 받아 안경을 벗더라도 안구의 구조적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생애주기별 관리에 대한 인식 전환을 당부했다.

고재웅 홍보이사

청소년 고도근시 22%…"근시 시작과 진행은 구분해야"

주제발표를 맡은 고재웅 홍보이사는 세계적인 근시 증가 추세와 국내 실태를 제시했다.

학회 분석에 따르면 세계 6~19세 근시 유병률은 2050년 39.80%, 약 7억4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으며, 아시아 지역은 68.78%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국내 실태도 심각하다. 2022년 서울지역 병역판정검사를 받은 후기 청소년 남성을 분석한 결과 근시 유병률은 73.69%, 고도근시는 22.04%에 달했다.

고 이사는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50년에는 후기 청소년 10명 중 9명이 근시, 3명 중 1명인 31.26%가 고도근시가 될 것으로 분석됐다"며 "고도근시는 망막박리 위험을 최대 12.6배, 녹내장 위험을 4.6배까지 높인다"고 설명했다.

근시 예방을 위한 야외활동의 역할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 이사는 중국 광저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배정시험(JAMA 2015)을 인용해 "수업일마다 40분의 야외활동을 추가했을 때 3년 뒤 근시 발생이 상대적으로 약 23% 감소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근시가 시작되기 전 발생을 늦추는 데 일관된 근거가 있는 것이지, 이미 시작된 근시의 진행까지 억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따라서 근시 전 단계에서는 하루 약 2시간의 야외활동을 확보하고, 이미 근시가 시작된 경우에는 진행 속도를 평가해 치료로 넘어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주변국의 관리 사례도 소개됐다. 대만은 매일 120분 야외활동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싱가포르는 학교·보건센터·안과 전문의를 연계한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은 8개 부처가 참여하는 근시 종합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유정권 기획이사

소아는 도수보다 안축장…"빠른 진행 적극 관리해야"

유정권 기획이사는 소아기 근시의 정확한 진단과 진행 억제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소아는 조절력이 강해 단순 자동굴절검사만으로는 가성근시가 나타날 수 있다. 이에 정확한 진단을 위해 조절마비굴절검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유 이사는 "도수 변화와 함께 눈의 앞뒤 길이인 안축장의 성장 속도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근시가 빠르게 진행할 경우 저농도 아트로핀(0.01~0.125%) 점안, 특수 광학 안경렌즈(DIMS, HAL 등), 각막굴절교정렌즈(드림렌즈), 다초점 콘택트렌즈 등의 맞춤 치료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성인기 고도근시 환자에게는 굴절교정수술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이사는 "풍선을 계속 불면 벽면이 얇아지는 것처럼, 안축장이 길어지면 안구 안쪽의 망막과 시신경이 늘어나 손상에 매우 취약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라식·라섹·스마일·안내렌즈삽입술 등은 빛 굴절력을 정상으로 맞출 뿐, 이미 늘어난 안축장과 취약해진 망막 구조를 되돌리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고도근시 병력이 있는 환자는 수술 후에도 이상 증상에 주의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비문증 증가, 번쩍이는 빛이 보이는 광시증, 시야 일부가 커튼을 친 것처럼 가려지는 증상, 직선이 휘어 보이는 변형시 등이 나타나면 즉시 안과를 찾아 망막박리나 황반질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녹내장 역시 말기까지 자각 증상이 거의 없는 만큼 정기적인 안저 및 시야 검사가 필요하다.

초등 6년간 시력검사 2회…"안축장 측정도 관리체계에 포함해야"

학교 시력검진 시스템의 한계와 개선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태임 총무이사는 "국내 초등학교 6년 동안 공식적인 학교 시력검사는 1학년과 4학년 때 단 2회에 불과해 급격히 근시가 진행되는 골든타임을 놓치기 쉽다"며 "최소한 연 1회 정기 검사가 도입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 관계 부처와 적극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정밀검진 지표의 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총무이사는 "소아안과 분야에서는 근시 진행 정도를 가장 객관적으로 나타내는 안축장 측정이 필수적이지만, 현재 안축장 검사는 백내장 수술 전 인공수정체 도수를 결정할 때만 건강보험 급여가 인정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단순 시력표 측정에 그치는 학교 검사를 보완해 시력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진 학생들을 안과로 연계하고, 정확한 굴절검사와 안축장 데이터를 추적·관리할 수 있는 공조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에 안과학회는 근시를 생애주기에 따라 연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근시 관리는 '시작을 늦추고, 진행을 줄이고, 평생 지킨다'는 연속선상에서 다뤄져야 한다"며 대국민 눈 건강 인식 제고와 근시 합병증 예방을 위한 가이드라인 보급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김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