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보다 처방량 먼저"…안과의사회, 비대면 진료 비판

검사·진단 필요한 의약품, 비대면 초진 별도 기준 마련해야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서 특정 의약품이나 처방량을 의료진 선택 조건으로 제시하는 방식에 대해 안과의사회가 제동을 걸었다. 특히 급여 처방을 위해 환자의 상태 확인과 안과적 검사가 필요한 히알루론산 나트륨 점안제의 경우 비대면 진료 초진 처방에서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대한안과의사회는 일부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서 의약품과 처방량을 의료진 선택의 기준으로 제시하는 구조가 확인됐다며 정부에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안과의사회가 확인한 한 비대면 진료 앱에서는 '인공눈물'이 별도의 진료 항목으로 제시되고, '나에게 맞는 의사 찾기' 화면에서 '인공눈물 6통 이상'이라는 조건을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의사회는 이 같은 방식이 환자의 상태를 먼저 진료한 뒤 필요한 의약품과 처방량을 결정하는 일반적인 진료 순서와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약품과 처방량은 환자의 질환과 상태, 치료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의료진이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특정 의약품이나 처방량이 의료진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제시될 경우 의학적 필요성보다 환자가 원하는 처방 내용이 의료기관이나 의료진 선택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의사회의 설명이다. 이에 의사회는 이러한 문제가 건강보험 급여기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한 의약품에서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히알루론산 점안제, 진단·검사 후 급여 여부 판단

의사회가 문제를 제기한 대표적인 의약품은 일회용 히알루론산 나트륨 점안제다.

의사회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일부 과다사용자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일회용 히알루론산 나트륨 점안제의 급여를 원칙적으로 1일 최대 6관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쇼그렌증후군, 피부점막안증후군, 이식편대숙주병에 따른 건성안증후군 등에는 예외 기준이 적용된다.

또 다른 의료기관에서 동일 성분의 의약품이 중복 처방·조제됐는지는 의약품안전사용정보시스템(DUR)을 통해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고시 제2024-235호에 따른 급여기준에서는 히알루론산 나트륨 점안제의 급여 대상을 쇼그렌증후군, 피부점막안증후군, 건성안증후군 등 내인성 질환에 따른 각결막상피장애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수술 후, 약제성, 외상, 콘택트렌즈 착용 등에 따른 외인성 질환은 원칙적으로 급여 대상에서 제외된다. 외인성 질환 이후 지속되는 내인성 각결막상피장애로 진단된 경우 등에는 급여가 인정될 수 있다.

따라서 급여 여부를 판단하려면 단순히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병력과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세극등현미경검사, 쉬르머검사, 눈물막파괴검사 등 안과적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 의사회의 주장이다.

문제는 비대면 초진에서는 이 같은 검사를 시행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기존 대면진료 기록이나 검사 결과가 없는 환자는 문진이나 영상 등을 통해 증상을 확인할 수 있지만 각결막 상태와 눈물막 등을 직접 확인하기는 어렵다.

안과의사회는 "이 같은 상황에서 히알루론산 나트륨 점안제를 건강보험으로 처방할 경우 현행 급여기준에 부합하는 진단이 충분히 이뤄졌는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부에 초진 처방 기준 마련 촉구

안과의사회는 비대면 진료가 확대되더라도 건강보험 급여기준과 의약품 적정 처방 원칙은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에 ▲히알루론산 나트륨 점안제를 비대면 진료 초진 처방 제한 대상 의약품으로 지정 ▲플랫폼에서 특정 의약품과 처방량을 의료진 검색·선택 조건으로 제시하지 못하도록 관리기준 마련 ▲의학적 진단과 검사가 필요한 의약품 전반에 대한 비대면 초진 처방 기준 마련 ▲대면진료로 진단받고 급여기준 해당 여부가 확인된 환자의 재진 처방에 대한 별도 기준 마련 등을 요구했다.

안과의사회는 "의약품 처방은 환자의 상태를 진료한 결과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며 "의약품과 처방량이 먼저 제시되고 이를 기준으로 의료진을 선택하는 방식은 진료 후 필요한 의약품과 처방량을 결정한다는 기본적인 진료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히알루론산 나트륨 점안제를 비롯해 의학적 진단과 대면검사가 필요한 의약품에 대해 비대면 진료 초진 처방 기준을 명확히 마련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김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