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관·공보의 '인력절벽'… "24개월로 줄여야 유입 회복"
공보의 2010년 3000명대서 2026년 593명으로 급감…군의관도 신규 수급 감소
의대생 8800명 조사 95.8% "기간 부담"…복지부 "24개월 단축 연내 법 개정 희망"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 인력이 급격히 줄면서 군 의료와 지역의료의 인력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역병 복무기간은 18개월까지 단축됐지만 군의관과 공보의는 군사교육 기간 등을 포함해 36~38개월의 복무 부담을 안고 있다. 의료계와 의대생들은 이 같은 격차가 군의관·공보의 기피를 심화시키는 주요 요인이라며 복무기간을 24개월 수준으로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도 30개월 등 중간 단계의 단축으로는 수련·채용 주기와 맞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24개월 단축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국방부는 군의관을 포함한 장교 전체의 복무 여건과 연계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특별시의사회(회장 황규석)는 국민의힘 유용원·한지아 의원,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회장 박재일)와 공동으로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무너지는 군·지역의료, 군의관·공보의 부족사태 토론회'를 개최했다.
공보의 2010년 대비 83% 감소…"선택 구조 자체가 바뀌었다"
이날 '군의관·공중보건의사 제도의 위기와 개선 과제'를 주제로 발제한 대공협 정일윤 부회장(순천의료원 공보의)은 공보의와 군의관 수급 상황을 심각한 수준으로 진단했다.
정 부회장에 따르면 공보의는 2010년 3000명을 웃돌았지만 2026년 전체 인원은 593명, 신규 편입 인원은 98명까지 감소했다. 공보의 전체 규모는 2017년 2116명에서 2026년 593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신규 공보의 편입 인원 역시 올해 98명으로, 같은 해 만기 전역자 450명의 22% 수준에 그쳤다.
군의관 역시 신규 유입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정 부회장은 장기간의 복무기간과 상대적으로 열악한 처우, 과중한 업무 부담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의대생들이 현역병 복무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면서 군의관·공보의 수급 구조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2년간 4688명의 의대생이 현역병이나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했다"며 "단순히 배출 인원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선택 구조 자체가 왜곡된 것"이라고 말했다.
"30개월은 공백…24개월이면 지원 의향 크게 높아져"
복무기간 단축 효과를 보여주는 조사 결과도 제시됐다.
정 부회장은 수련 일정과 전공의 선발 시기를 고려하면 30개월 단축안은 복무 종료와 수련 일정 사이에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24개월로 단축할 경우 공보의는 94.7%, 군의관은 92.2%가 복무를 희망한다는 기존 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대공협은 ▲24개월 복무기간 단축 ▲전문임기제 공무원 신분 부여 및 보수 현실화 ▲학회·임상 연수교육 보장과 공공의료 경력 인정 ▲국가·지자체의 의료사고 배상책임 보장 및 원격 자문체계 구축 ▲공보의 배치 적정성 심의기구 신설 등을 제안했다. 단순히 복무기간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처우와 교육, 의료사고 대응, 배치 체계까지 함께 손봐야 한다는 취지다.
의대생들도 복무기간을 가장 큰 부담 요인으로 지목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손연우 회장은 지난 11일 전국 39개 의대생 8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에서 현역병·특기병·보충역 등을 포함한 병역 형태에 대한 선호가 67.2%에 달한 반면 군의관·공보의는 24.1%에 그쳤다. 본과 4학년에서는 군의관·공보의 선호가 14%까지 떨어졌다.
손연우 회장은 군의관·공보의 기피 원인으로 95.8%가 복무기간을 꼽았다고 밝혔다. 또 복무기간을 24개월로 줄일 경우 82.3%가 군의관·공보의를 선택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며 "유입 인원이 2~3배 이상 늘어 복무 단축으로 인한 공백을 상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섬 지역 "청진기 하나로 24시간 응급 대기"
인력 부족의 현실은 의료취약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진다는 증언도 나왔다. 인천 대청도와 굴업도 등 비연륙 섬 지역에서 2년간 복무한 대공협 최현호 특임이사는 현장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설명했다.
최현호 특임이사는 "과거에는 중증 응급환자를 고려해 전문의가 배치됐지만 지금은 갓 졸업한 1년 차 일반의가 섬의 응급상황을 홀로 감당하는 경우가 있다"며 "닥터헬기와 이송 배편을 구하기 위해 공보의가 직접 백방으로 연락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2명의 공보의가 365일 24시간 당직을 서며 진료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시간외수당조차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최소 3명 배치와 교대근무, 전문의 원격 자문망, 응급이송 시스템 구축을 요구했다.
이날 정부도 복무기간 단축 필요성에 공감했다. 복지부는 공보의의 임상 경력 인정과 의료사고 부담 경감 등 근무 여건 개선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민차영 지역의료인력양성과장은 "복지부는 복무기간 단축에 전적으로 찬성한다. 30개월 등 단계적 단축은 1년 단위 수련·채용 주기와 맞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개인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24개월 단축이 필요하며, 연내 법 개정을 통해 내년부터 적용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신중한 접근을 보였다. 김해인 보건정책과장은 "병사 복무 여건과 급여가 개선되는 동안 군의관 등 장교들의 여건이 충분히 개선되지 못했다는 점에 공감하지만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다만 군의관만의 문제가 아니라 학군단(ROTC), 학사사관 등 전체 장교의 복무기간 조정 문제와 연계돼 있는 만큼 종합적으로 검토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를 마친 뒤 황규석 서울특별시의사회장은 인터뷰에서 정부의 조속한 제도 개선을 촉구하며 한층 강한 메시지를 냈다.
"내년 3월까지 변화 없다면 젊은 의사 선택 지지"
황 회장은 "정부에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며 "내년 3월까지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 복무기간 문제에 대한 전향적이고 실질적인 변화가 없다면 더 이상 젊은 의사와 의대생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특히 젊은 의사와 의대생들이 군의관·공보의 대신 다른 병역 형태를 선택할 경우 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황 회장은 "젊은 의사들이 헌법이 보장한 권리에 따라 자신의 미래를 선택한다면 그 결정을 존중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강력히 지지하겠다"며 "지금까지 젊은 의사들은 국가와 사회가 요구하는 책임을 감당해 왔지만, 불합리한 제도를 그대로 둔 채 희생만 계속 요구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스스로 제도를 바꿀 기회를 외면한다면 젊은 의사와 의대생들이 더 이상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의 길을 선택하지 않는다고 해도 누구도 그들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정부가 이제 선택해야 할 시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의료계는 충분히 경고했고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했다. 이제 결정해야 할 쪽은 정부"라며 "내년 3월까지 실질적인 변화가 없다면 이후 발생할 인력 공백과 군 의료 및 공중보건 현장의 혼란에 대한 책임은 젊은 의사들이 아니라 문제를 방치한 정부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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