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중복 처방 못 막아"…내과의사회, 비대면 진료 중단 촉구
대량·중복 처방 사례 공개에 "사전 통제·사후 감시 작동하지 않아"
"12월 본사업 전환 백지화…비대면 처방약 배송 확대도 폐기해야"
비대면 진료를 둘러싼 의료계의 반발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내과의사회가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통한 의약품 대량·중복 처방 사례를 문제 삼으며 현행 시범사업의 즉각적인 중단과 본사업 추진 전면 재검토를 정부에 촉구했다.
대한내과의사회는 17일 "의료의 본질은 무분별한 편의가 아니라 타협할 수 없는 안전"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대한약사회가 공개한 비대면 진료 관련 처방 사례를 근거로, 일부 의료기관에서 통상적인 용법을 크게 벗어난 처방이 이뤄졌음에도 이를 걸러낼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다만 해당 처방의 적절성은 개별 사례에 대한 의학적·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의료계 내부의 비윤리적 처방 행태에 대해서도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내과의사회가 문제를 제기한 사례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통해 마약류 대체재로 오남용될 우려가 있는 항우울제가 짧은 기간 여러 의료기관에서 집중 처방됐다는 내용이다. 의사회는 한 의료기관에서 통상 용법을 기준으로 약 600여 일분에 해당하는 처방전이 발행된 사례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처방이 실제 적절했는지는 별도의 의학적·법적 판단이 필요하지만, 의사회는 더 큰 문제로 비대면 진료 과정에서 이 같은 처방을 사전에 걸러내거나 사후에 감시할 수 있는 관리체계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내과의사회는 "일부 의료진의 일탈 여부를 넘어 비대면 진료 환경에서 일탈적인 과다 처방을 사전에 차단할 제도적 장치가 부족했다는 것이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또 대면 진료에서는 환자의 상태와 복약 이력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비대면 진료와 민간 플랫폼 중심의 구조에서는 처방 과정에 대한 통제가 상대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상업적 구조가 의료 쇼핑을 부추길 가능성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환자가 원하는 의약품을 처방하는 의료기관이 플랫폼에서 이른바 '성지'로 인식되고, 의료진의 전문적 판단보다 플랫폼 내 경쟁이 처방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기관 중복 처방을 차단하지 못하는 전산 관리체계와 초진 처방일수 제한 등 안전장치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본사업으로 전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내과의사회는 정부가 현행 시범사업의 문제점을 충분히 점검하지 않은 채 오는 12월 본사업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며, 본사업 추진을 전면 백지화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처방약 배송 확대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대했다.
의사회는 비대면 진료와 무분별한 처방에 처방약 배송까지 결합할 경우 의료 쇼핑부터 처방, 의약품 수령까지 모든 과정이 플랫폼 안에서 비대면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소한의 대면 복약지도와 약학적 검증 과정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에 △현행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즉각 전면 중단 △안전장치 없는 본사업 추진 백지화 및 원점 재검토 △시범사업 기간 다기관 중복 처방 및 마약·향정·의존성 의약품 오남용 실태 전수조사와 결과 공개 △비대면 처방약 배송 확대 시도 폐기를 요구했다.
내과의사회는 특히 시범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처방 사례를 면밀히 점검하고, 다기관 중복 처방과 의약품 오남용을 차단할 수 있는 관리체계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의 문제를 방치한 채 본사업 전환을 추진한다면 국민 건강과 의료체계에 대한 위험을 키울 수 있다"며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졸속 행정에 맞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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