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독감 한달 빨라져…"백신 목적, 중증·사망 예방"

인터뷰/ 최용재 소아청소년병원협회장
"열나는 아이, 병명보다 호흡·의식·수분 상태 살펴야…증상만으론 구분 어려워"
"맞아도 걸릴 수 있지만 최악 막는 안전벨트…2회 접종 대상은 반드시 완료해야"

소아 인플루엔자 유행이 예년보다 한 달 이상 빨라지면서 보호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9월 11일 0시를 기해 2026-2027절기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질병관리청이 공개한 절기별 기록 가운데 가장 이른 발령이다.

특히 이번 유행은 소아·청소년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9월 첫 주(36주차)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수는 7~12세가 75.1명으로 가장 많았고, 1~6세 49.8명, 13~18세 31.3명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8.8명과 비교하면 소아·청소년에서 유행세가 두드러진다.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최용재 회장(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장)은 "올해는 독감 유행이 예년보다 빠르게 시작된 만큼 보호자들이 예방접종 일정을 미리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독감 백신의 목적을 감염 자체를 완전히 차단하는 것으로 생각하기보다 중증과 사망을 예방하는 데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방접종을 권하면 '맞아도 걸리던데요'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며 "그 말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백신이 하는 일을 오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감 예방접종의 목적은 안 걸리는 것만이 아니다. 중증과 사망, 심근염이나 뇌증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진행하는 것을 줄이는 데 의미가 있다"며 "국내 통계에서도 감염을 막는 효과보다 중증과 사망을 막는 효과가 훨씬 크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을 만나 이른 독감 유행 상황에서 보호자들이 알아야 할 감기·독감·코로나19 구분법과 예방접종의 의미, 치료 및 등원·등교 기준, 응급진료가 필요한 상황 등을 들어봤다.

Q. 올해 독감 유행이 상당히 빨라졌습니다.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A. 가볍게 볼 상황은 아닙니다. 9월 첫 주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수는 외래환자 1000명당 25.3명으로 이번 절기 유행기준인 12.9명의 약 두 배입니다. 병원급 입원환자도 300명으로 직전 절기 같은 기간 23명보다 크게 늘었습니다. 검사에서 인플루엔자가 검출된 비율 역시 지난해 같은 주 2.3%에서 올해 16.3%로 상승했습니다.

무엇보다 소아에서 유행이 두드러집니다. 7~12세는 75.1명, 1~6세는 49.8명으로 65세 이상보다 훨씬 높습니다. 현재 유행하는 바이러스는 사실상 A(H1N1)pdm09형이 중심입니다. 다행히 이번 절기 백신에 포함된 바이러스와 유사하고 치료제 내성 변이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예방과 치료 측면에서 대응할 수 있는 조건은 갖춰져 있습니다.

Q. 아이가 열이 나면 감기인지 독감인지부터 걱정하게 됩니다.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요.

A. 증상만으로 확실하게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감기는 콧물과 코막힘, 목 통증 등이 서서히 시작되는 경우가 많고 열이 없거나 높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가 어느 정도 먹고 놀기도 합니다.

독감은 비교적 갑작스럽게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39도 안팎의 고열과 오한, 두통, 근육통이 나타나면서 아이가 갑자기 축 처질 수 있습니다. 소아에서는 복통이나 구토, 설사가 동반되기도 합니다. 코로나19 역시 현재 유행하는 변이에서는 발열과 인후통, 기침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보호자가 증상만 보고 병명을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감기처럼 시작하는 독감도 있고 고열이 나타나는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도 있습니다.

Q. 그렇다면 보호자가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A. 병명을 맞히는 것보다 아이의 상태를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숨을 편하게 쉬는지, 의식은 평소와 같은지, 물을 마실 수 있는지, 소변을 제대로 보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숨이 가쁘거나 가슴과 갈비뼈 사이가 쑥쑥 들어가는 호흡을 하거나, 아이가 축 처져 깨우기 어렵고 반응이 평소와 다르다면 바로 의료기관을 찾아야 합니다.

경련이나 헛소리·이상행동 등 의식 변화가 나타나는 경우, 물을 거의 마시지 못하거나 소변량이 뚜렷하게 줄어드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입술이나 얼굴이 창백하거나 파래지는 것도 즉시 진료가 필요한 신호입니다.

특히 생후 3개월 미만 영아에게 열이 있거나 만성 심폐질환·신경계질환·면역저하 등 고위험군 소아에게 독감 의심 증상이 나타났다면 진료를 미루지 않아야 합니다.

Q. 코로나19까지 함께 유행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있습니다.

A. 현재 상황에서는 독감 유행에 더 무게를 둘 필요가 있습니다. 코로나19 입원환자는 9월 첫 주 193명으로 증가 추세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433명보다는 낮습니다. 또 입원환자의 65.3%가 65세 이상입니다. 따라서 현재 소아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독감이고, 코로나19는 상대적으로 고령층에서 증가하는 양상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트윈데믹'이라는 표현은 언론에서 흔히 사용하지만 질병관리청의 공식 판단 용어는 아닙니다. 보호자들의 불안을 키우기보다 실제 유행 상황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독감 예방접종을 해도 감염되는 아이가 있습니다. 그래도 접종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A. 바로 그 부분에 대한 오해를 풀어야 합니다. "백신을 맞았는데도 독감에 걸렸다"는 말 자체는 틀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독감 예방접종의 목적을 '감염을 100% 차단하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질병관리청도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의 주요 목적을 고위험군의 중증 및 사망 예방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국내 빅데이터 분석에서도 인플루엔자 감염 자체를 막는 효과는 10.2~41.4%였지만, 입원을 막는 효과는 4.0~39.2%, 중증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는 효과는 63.7~74.6%, 사망을 막는 효과는 52.2~81.1%로 나타났습니다.

감염을 완전히 막는 것보다 감염됐을 때 중증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는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 것입니다. 이 때문에 '감염을 피하게 해주는 우산'이라기보다 '최악의 상황을 막아주는 안전벨트'에 가깝다고 설명합니다.

Q. 아이들에게 독감이 그렇게 위험한 질환인가요.

A. 대부분의 아이들은 회복합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인플루엔자는 중이염과 세균성 폐렴뿐 아니라 심근염, 심낭염, 뇌염, 뇌증, 횡단성척수염, 횡문근융해증, 라이증후군 등 다양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국내 3개 대학병원에서 인플루엔자로 입원한 소아 1988명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8.1%인 161명에서 신경학적 합병증이 나타났습니다. 대부분은 열성경련이었고 96%는 완전히 회복했지만 3명이 사망했습니다.

기저 신경질환이 있는 소아는 위험이 5.4배 높았고, 6개월에서 6세 사이가 상대적으로 취약했습니다.

다만 국내 소아 인플루엔자 뇌증·뇌염은 일본 등에 비해 드물게 보고되고 예후도 비교적 양호합니다. '드물다'는 것이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Q. 건강한 아이도 심각한 상황이 될 수 있습니까.

A. 가능성은 있습니다. 해외 자료를 보면 인플루엔자로 사망한 소아 가운데 기저질환이 없는 아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미국 자료에서는 인플루엔자로 사망한 소아의 44%가 기저질환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건강한 아이가 중증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는 건강하니까 독감도 괜찮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예방접종과 함께 아이의 상태를 세심하게 관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이번 절기에는 어린이 무료접종 대상도 확대됐습니다.

A. 이번 절기에는 생후 6개월부터 14세까지가 무료 접종 대상입니다. 2회 접종 대상 어린이와 임신부는 9월 21일부터, 1회 접종 대상 어린이는 9월 28일부터 접종이 시작됩니다. 2회 접종 대상은 생후 6개월 이상 9세 미만 어린이 중 지금까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받은 적이 없거나 1회만 접종한 경우입니다.

전국 위탁의료기관 약 2만3000곳과 보건소에서 주소지와 관계없이 접종할 수 있습니다. 특히 2회 접종 대상인데 1회만 맞고 끝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필요한 접종 횟수와 일정을 의료진에게 확인하고 정해진 일정에 맞춰 완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이미 독감에 걸렸다면 항바이러스제 치료도 중요한가요.

A. 그렇습니다. 치료는 가능한 한 초기에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유행주의보가 발령된 기간에는 소아를 포함한 고위험군의 경우 의사의 판단에 따라 검사 없이도 항바이러스제 처방에 건강보험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항바이러스제는 증상 초기에 사용할수록 효과가 좋기 때문에 독감이 의심되는 아이에게 고열이나 심한 처짐 등이 나타난다면 진료를 미루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Q. 독감에 걸린 아이는 언제 다시 학교나 어린이집에 갈 수 있습니까.

A. 기본적으로 해열제를 사용하지 않고 열이 떨어진 뒤 24시간이 지나야 합니다. 질병관리청은 인플루엔자로 진단받은 경우 열이 떨어지고 24시간이 지나 감염력이 없어질 때까지 등교·등원을 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해열제를 사용해 열이 떨어진 경우라면 마지막 해열제 복용 시점부터 48시간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약으로 일시적으로 열이 내려간 것과 실제로 해열된 것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김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