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관·공보의 희생 돈벌이?"…황규석 회장, 유영하 의원 공개 사과 촉구

서울시의사회, 국회 앞 1인 시위·긴급 기자회견…"복무기간 현실화 즉시 추진"
군의관 304명 편입·745명 전역…"의사 개인 희생에 의존한 군 의료체계 바꿔야"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의 복무기간 현실화 요구를 '돈벌이'로 표현한 유영하 국회의원의 발언을 두고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했다. 서울시의사회 황규석 회장은 "젊은 의사들의 정당한 제도 개선 요구를 경제적 탐욕으로 매도해서는 안 된다"며 발언 철회와 공개 사과를 촉구했다.

황규석 서울특별시의사회장은 3일 오전 9시 국회 1문 앞에서 군의관·공중보건의사 복무기간 현실화 요구에 대한 유영하 의원의 발언에 항의하는 1인 시위와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황 회장은 이날 '복무 현실화를 돈벌이로 매도한 유영하 의원 규탄한다', '전문성 향상을 위한 시간을 경제적 이득으로 왜곡하지 마라', '망언 즉각 철회하고 젊은 의사들에게 공개 사과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유 의원의 발언을 비판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유 의원이 지난 8월 3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군의관·공중보건의사의 복무기간 단축 요구와 관련해 "의사가 소명의식을 내팽개치고 돈을 벌기 위해 복무 기간 단축을 해달라는 것"이라고 발언한 데 따른 것이다.

유 의원은 의료계가 국회에서 제도의 문제점을 설명한 정책 활동을 두고도 "로비가 심하게 들어오고 있다"고 언급했으며, "의사가 단지 돈을 버는 근로자 같으면 저희가 존중을 안 하죠"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황 회장은 해당 발언이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의 헌신을 폄훼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근로의 가치를 직업에 따라 달리 평가하는 부적절한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황 회장은 "신성한 근로의 가치가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인지, 그리고 직업에 따라 다르게 존중받아야 하냐"라며 "유영하 의원의 발언은 젊은 의사들의 헌신과 명예를 훼손했을 뿐만 아니라 신성한 노동의 가치를 비하하고 노동자와 의사의 갈등을 초래하는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근로자들 역시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며 "노동의 가치와 땀의 농도는 직업에 따라 다르지 않으며 가벼운 말보다는 한없이 무거운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자의적인 논리로 젊은 의사들의 정당한 요구를 경제적 탐욕으로 매도하지 마십시오.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지 마십시오. 불공정한 제도의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에게 소명의식을 앞세워 더 많은 희생을 강요하지 마십시오"라고 촉구했다.

특히 복무기간 현실화가 경제적 이익이나 특별한 혜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복무기간 현실화를 요구하는 의사들은 특별한 혜택을 요구하지 않는다. 군 복무를 회피하겠다는 것도 아니며 경제적인 이득을 얻겠다는 것도 아니다"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다른 국민과 마찬가지로 공정한 조건에서 국방의 의무를 다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에게 복무기간 단축은 단순히 경제적 이익과 연결할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황 회장은 "의사에게 시간은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다"며 "새로운 의학 지식을 배우고 술기를 익히는 시간이고 환자를 더 정확하게 진단하고 더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는 역량을 쌓는 시간이며 결국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준비의 시간"이라고 밝혔다.

군의관 304명 편입 vs 745명 전역…"이미 수급 위기"

황 회장은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 수급 문제를 젊은 의사 개인의 소명의식이나 희생만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의사회에 따르면 올해 군의관 편입 인원은 304명인 반면 전역하는 군의관은 745명으로, 새로 들어오는 인원보다 전역 인원이 441명 많다. 올해 신규 의사 공중보건의사는 98명이며 전체 의사 공중보건의사 역시 593명으로 감소해 처음으로 600명 아래로 떨어졌다.

황 회장은 이 같은 상황을 근거로 유 의원이 언급한 '점진적인 감축'에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 수급 위기는 미래의 우려가 아니라 이미 시작된 현실"이라며 "지금은 점진적인 감축을 논할 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는 것은 정부와 정치인이 이행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책무"라며 "군 의료에 필요한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복무제도를 만드는 것도 국가와 정치인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로비' 아닌 현장 목소리 전달…의료계 배제해선 안 돼"

의료계의 국회 정책 활동을 '로비'라고 표현한 데 대해서도 반박했다.

황 회장은 "의료계가 국회를 찾아 현장의 문제를 설명하고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로비'가 아니다. 국회의원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입법과 정책을 심의해야 한다"며 "정치인이 해결해야 할 구조적 문제를 방치한 채 그 책임을 의사 개인의 헌신과 희생에 떠넘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정부에서 의사들을 정책 협의의 주체가 아닌 개혁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의료계 전체를 범죄자 집단처럼 매도했던 접근 역시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황 회장은 "의사들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의료정책을 함께 만들어야 할 핵심 당사자"라며 "의료현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키고 있는 전문가를 배제하고 의료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의사에 대한 비난과 낙인으로 정책 실패의 책임을 돌려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황 회장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유영하 의원실을 방문해 공식 요구서를 전달했다.

요구서에는 △군의관·공중보건의사 복무기간 현실화 요구와 근로의 가치를 '돈벌이'로 규정한 발언 철회 △군의관·공중보건의사 및 의료계와 근로자에 대한 공개 사과 △의료계 정책 활동을 '로비'로 매도한 발언 철회 △'점진적인 감축' 주장 철회와 복무기간 현실화 즉시 추진 등의 내용이 담겼다.

황 회장은 "지금 필요한 것은 또다시 의사를 공격하고 희생양으로 만드는 정치가 아니다"며 "지난 정부의 잘못된 접근을 되풀이하지 않고 의료계의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잘못된 제도를 바로잡는 책임 있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유영하 의원이 해당 발언을 철회하지 않고 공개 사과를 거부한다면 서울시의사회는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 및 근로자의 명예와 정당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 모든 가능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