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 인하에 MRI 비전속까지"…영상의학과, '질 저하' 막기 총력
CT·MRI 검사량 감축 방향에는 공감…"수가만 낮추면 과잉검사 아닌 '질 저하' 부를 수 있어"
최선형 회장 "적정 촬영·선량·조영제 줄이기 등 교육 강화, MRI 비전속타 진료과도 영향"
CT·MRI 등 영상검사 수가 인하와 MRI 운영 인력기준 완화가 잇따라 추진되면서 영상의학과가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영상검사량을 줄이고 적정검사를 유도하겠다는 정부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수가를 대폭 낮추는 데만 초점이 맞춰질 경우 검사 품질 저하와 환자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전속 근무 의무를 완화한 MRI 운영기준까지 시행되면서 영상검사의사회는 수가 인하와 인력기준 완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데 따른 현장 파급효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약 204% 수준인 CT·MRI 검사 수가를 올해 150% 수준으로 낮추고,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약 110% 수준까지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연간 약 2조6000억원의 재정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MRI 운영기준도 완화돼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여러 의료기관에서 비전속 형태로 근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영상의학과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단순히 MRI에 국한되지 않고 기존 CT 비전속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제도 시행에 따른 현장 변화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선형 대한영상의학과의사회장(퀸스유의원)은 30일 서울 삼정호텔에서 열린 제29차 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영상검사량을 줄이는 것 자체에는 학회와 의사회 모두 동의한다"며 "다만 검사를 줄이는 과정에서 영상의 질과 적정성이 함께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가 낮추면 병원은 결국 검사량 늘릴 수도"…과잉검사 악순환 우려
영상의학과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수가 인하가 의료기관의 경영 압박으로 이어지고, 이를 보전하기 위해 검사량을 늘리는 역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최 회장은 "수가가 내려가면 개원의 입장에서는 원장 월급조차 나오지 않고 손실을 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대학병원은 촬영량이 많고 별도의 지원 등이 있어 상대적으로 충격이 작을 수 있지만, 개원가에는 지원책이 거의 없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영상검사 장비를 보유한 의료기관이 감소한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검사 횟수를 늘릴 가능성도 제기했다.
최 회장은 "예전에는 하루 100건을 찍었다면 수가가 낮아졌을 때 200건을 찍어 수입을 맞추려는 유인이 생길 수 있다"며 "새로운 환자가 늘어서가 아니라 기존 환자의 추적검사를 더 자주 시행하는 방식으로 검사 건수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정부가 영상검사 과잉을 줄이기 위해 추진하는 정책과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검사 수 자체를 줄이는 정책은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수가를 낮추면 또 다른 형태의 과잉검사를 유발할 수 있다"며 "검사량을 줄이면서도 의료기관이 적정한 검사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보상체계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의사회는 정부의 영상검사 적정화 정책에 대응해 내부적으로도 검사량과 의료자원 사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회원들을 대상으로 적정 촬영과 품질관리 교육을 강화하고 선량 및 조영제 사용량을 줄이는 활동도 추진한다.
"MRI 비전속, 형식적 등록 아닌 실질적 품질관리 돼야"
MRI 전문의 인력기준 완화 역시 영상의학과의 주요 현안이다. 기존 전속 중심의 MRI 운영에서 비전속 형태가 가능해지면서 의료기관은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전문의를 비전속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최 회장은 비전속 전문의가 실제 현장에서 책임 있는 품질관리를 수행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제도상 비전속 전문의가 하루 8시간 현장에 근무하는 형태가 요구되고 있어 온라인을 통한 원격 관리로 대체하는 것은 인정하기 어렵다는 게 현장의 판단이다.
그는 "온라인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관리하는 방식은 인정할 수 없고 실제 현장에서 근무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비전속 기준이 실제 품질관리와 책임 있는 업무 수행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상의학과 의사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결국 품질"이라며 "장비를 얼마나 많이 돌리느냐가 아니라 환자에게 필요한 영상을 제대로 얻고 정확하게 판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올해 하반기부터 CT·MRI 등 영상검사의 적정 이용을 관리하기 위한 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데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검사 중복을 줄이기 위한 시스템이 도입되더라도 의료진의 임상적 판단을 지나치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검사량을 줄이는 것 자체는 필요하다. 다만 일률적인 제한이 아니라 실제 환자에게 필요한 검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며 "어떤 환자는 적절하게 검사를 했는데도 진단 과정에서 추가 촬영이 필요할 수 있어 단순히 재촬영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두 부적절한 검사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제도가 실제 의료현장에 정착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이에 의사회는 정부 정책에 무조건 반대하기보다 검사량을 줄이면서도 영상검사의 품질과 환자 안전을 지키는 방향으로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최 회장은 "초기에는 의료기관과 환자 모두 불편을 겪을 수 있고, 어떤 검사가 적절했는지를 두고 여러 논란도 생길 수 있다"며 "제도가 제대로 정착하려면 1~2년 이상의 평가와 조정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가 인하와 MRI 인력기준 완화라는 큰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며 "의사회도 회원 교육과 품질관리 활동을 강화하고 관련 진료과 및 의료계와 함께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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