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업 특수성 감안"…병협, 가업상속공제 '병원 제외' 재검토 촉구

개인 개설 병원급 의료기관 75.9%…"고용·지역의료 기능까지 고려해야"

정부가 가업상속공제 대상 업종에서 병원을 제외하기로 한 가운데, 병원계가 병원업의 특수성과 고용·지역의료 기능을 고려해 해당 방안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병원협회(회장 유경하)는 25일 재정경제부의 '가업상속공제 대상 업종에서 병원 제외' 관련 보도설명자료에 대한 의견을 내고 "전문직 간 형평성을 이유로 병원업을 일률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취지와 병원업의 경제적 실질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재정경제부는 앞서 병원이 변호사·회계사·변리사 등과 마찬가지로 면허·자격이 요구되는 업종이라는 점을 들어 기존 공제 대상에서 제외됐던 유사 전문직 업종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병원을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전문 기술과 노하우의 승계라는 제도의 취지는 유지하되 상속세 회피 등 제도 악용을 방지하고 과도한 지원을 적정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병원협회는 우선 '전문직 배제'가 당초 입법예고에서 제시된 기준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당초 개정안에서 명시한 제외 사유는 △프랜차이즈 등 타인의 기술로 사업하는 경우 △부동산·이자·배당 등이 주된 소득인 경우 등이다. 병원협회는 입법예고 과정에서 제시되지 않았던 '전문직'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적용해 특정 업종을 추가로 배제하는 것은 조세제도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배제된 것은 의사가 아니라 병원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의료법상 의원과 병원은 명확히 구분되며, 병원은 30병상 이상, 종합병원은 100병상 이상의 시설을 갖추고 진료과별 전속 전문의를 둬야 한다. 병원은 단순히 개인 의사의 면허에 기반한 사무소가 아니라 의료시설과 장비, 전문인력, 자본이 결합된 조직이라는 것이다.

병원급 의료기관에는 의사뿐 아니라 간호사, 약사, 의료기사 등 다양한 보건의료 인력과 행정·지원 인력이 근무한다. 입원과 수술은 물론 응급·중증환자 진료 등 필수의료 기능까지 수행하는 만큼 소수의 전문직으로 운영되는 개인 사무소와 동일한 기준으로 분류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병원협회는 오히려 이번 개편이 조세 형평성을 훼손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변호사·회계사 사무소 등은 가업상속공제가 적용되지 않더라도 승계 대상 유형자산이 상대적으로 적고 고객관계가 대표자 개인에게 귀속되는 특성이 있지만, 병원은 토지와 건물, 의료장비 등 상당 규모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상속 과정에서 최고 50%의 상속세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병원협회는 "단순히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형평성이 아니라 오히려 병원에만 상대적으로 큰 부담을 집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업종별 적용 기준의 일관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개편안에서는 직접 제조·조리하는 음식점업 16개를 가업상속공제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제과·제빵 역시 국가기술자격 영역에 해당하는 만큼 단순히 자격이나 면허의 유무를 기준으로 병원을 배제하는 것은 제도의 적용 기준에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게 병원협회의 주장이다.

무엇보다 병원협회는 가업상속공제의 본래 정책 목적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업상속공제가 단순히 전문직종 간 세제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기업의 지속적인 운영과 고용, 사회적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라면 병원 역시 이러한 목적에 부합하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병원협회는 "동일한 규모의 자산과 고용을 유지하는 제조업체 등에는 제도를 적용하면서 대표자가 의사라는 이유만으로 병원을 제외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실제 개인이 개설한 병원급 의료기관은 의료현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26년 6월 30일 기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전국 병원급 의료기관 3361개소 가운데 개인이 개설한 기관은 1928개소로 57.4%를 차지했다. 병원급만 따로 보면 1429개소 중 개인 개설 기관이 1084개소로 75.9%에 달했다. 요양병원 역시 1287개소 가운데 657개소가 개인 개설 기관이었다.

고용 규모도 적지 않다. 전체 병원급 의료기관 종사자 가운데 개인병원 종사자는 약 19만1963명으로 전체의 30.5%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직종별로는 간호사 6만8705명, 의료기사 3만953명, 간호조무사 3만6511명 등이 개인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병원협회는 이 같은 통계를 근거로 병원을 단순한 '면허·자격 기반 전문직 업종'으로 분류하기보다 고용과 시설 투자, 지역사회 의료서비스 제공이라는 경제적·사회적 기능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역사회에서는 개인이 운영하는 병원급 의료기관이 지역주민의 입원과 수술, 응급·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중요한 의료 인프라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상속 과정에서 과도한 세 부담이 발생할 경우 병원의 지속적인 운영과 고용 유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다.

병원협회는 "가업상속공제는 단순히 업종의 면허 여부가 아니라 해당 사업체가 고용과 지역사회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병원업의 실질적인 사업 구조와 고용 규모, 의료서비스의 공공성을 충분히 감안해 병원을 일률적으로 제외하는 방안은 재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병원업의 특수성과 지역의료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가업상속공제 대상에서 병원을 일률적으로 제외하는 방안의 재검토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아름 기자